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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밤으로 베이커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공주 밤으로 베이커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밤마을 김인범 대표

군밤이 생각나는 계절, 밤마을 김인범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공주는 밤나무가 지천이었다. 밤 하나만을 10여 년간 연구해온 김인범 대표. 그가 건넨 따끈따끈한 빵 안에는 달콤한 밤과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었다.



밤 하나만을 연구한 10년

밤마을의 김인범 대표는 제과제빵 업계에서 20여 년을 근무한 베테랑 제빵사였다. 그런 그가 회사를 창립하기까지 10년의 연구 기간이 있었다.

2006년 국내 유명 제과점에서 일하던 김인범 대표는 어느 날 베이커리 잡지에서 프랑스 아르데슈 지방의 명물인 ‘마롱글라세’라는 과자를 보고 이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단밤의 껍질을 벗겨내 설탕에 조리고 얇은 설탕옷을 입히는 마롱글라세는 국산 밤으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프랑스의 밤은 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특수한 품종이었는데, 국산 밤은 단단한 외피와 내피가 쉽게 벗겨지지 않았던 것. 그러나 화학약품으로 껍질을 벗겨낸 중국산 통조림 밤은 건강에 좋지 않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당시 대부분의 제과점은 중국산 밤을 사용하고 있었다. 8kg의 커다란 통조림 캔으로 수입이 되었고, 단맛이 너무 강해 제과점에서는 이를 흐르는 물로 세척해 사용했다. 김인범 대표가 어렸을 때 구워 먹던 우리나라의 밤과 중국의 밤은 맛부터 판이하게 달랐다. 국산 밤이 중국산보다 훨씬 맛과 영양이 좋은데, 껍질이 벗겨내기 어려운 것이 문제였다.

그때부터 김인범 대표는 국산 밤의 껍질을 쉽게 벗겨내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밤 껍질을 벗겨낼 방법을 찾아 전국 팔도를 다 돌아다녔고, 특허청 홈페이지를 모두 뒤졌다. 그러던 중 비슷한 기계가 한국식품연구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어렵사리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밤을 까는 기계 같은 건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만 돌려받았다. 잠시 절망에 빠져있을 때, 김인범 대표의 형은 그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밤을 깔 수 있는 기계가 없다고? 그러면 네가 만들면 되잖아!”



공주 밤이 들어간 베이커리 제품
공주의 상징인 곰 모양의 밤마들렌과 밤팡도르

“깔끔하고 보기 좋은 제품보다 어떤 화학약품도 첨가하지 않은 정직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밤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수년의 시간이 흘렀고, 언제나 밤을 가지고 다녔다.”

 

베이커리 밤마을의 제품을 살펴보는 김인범 대표




솥단지 2개로 시작한 사업

김인범 대표는 밤 까는 기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었다. 깔끔하고 보기 좋은 제품보다, 어떤 화학약품도 첨가하지 않은 정직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밤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수년의 시간이 흘렀고, 언제나 밤을 가지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세차장에서 고압 워터건을 보고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세차장 주인에게 허락을 구하고 워터건으로 밤에 물줄기를 쏘아보니 거짓말처럼 밤이 벗겨졌다. 그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수압을 활용하여 밤을 까는 기계를 제작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방법을 알아냈으니 어딘가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어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다른 장벽에 부딪혔다. 기계를 만드는 데만 5억 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동안 연구를 하면서 가지고 있던 자산의 대부분을 탕진한 상황이었다. 급한 대로 투자처를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많은 시간을 허비한 그는 결국 베이커리를 운영하던 친구와 동업을 결심했다.

“회사를 차리기 위해 사업 자금을 구하러 다녔어요. 우선 친형과 지인에게 1,500만 원을 빌렸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절 부르시더니 2,000만 원이 든 통장을 내미셨어요. 자식이 회사를 차린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씩 저축해두었던 용돈을 모두 모아 주신 거였어요. 그렇게 3,500만 원을 들고 2015년 4월에 충남 공주로 내려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가진 거라곤 작은 비닐하우스와 솥단지 2개가 전부였죠.”

김인범 대표는 마롱글라세를 만드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국산 밤을 가공하여 제과점에 납품하는 것부터 해나가기로 했다. 손수 밤 외피를 하나하나 까서 세차장에 가져가 내피를 벗겨냈고, 이를 쪄서 ‘밤다이스’와 ‘홀밤’을 만들어 제과점에 납품하기로 한 것이다. 원칙은 단 3가지였다.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 색소를 첨가하지 않는 것. 정직한 제품을 만든다는 처음의 각오를 저버리지 않은 것이다.

20년 경력의 제과제빵 기능장으로서 망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시작부터 대박이 터졌다. 주문이 밀려들어 오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주문은 밀려드는데 2명이 온종일 만들어도 생산량이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사업 밑천이 한 푼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망할 때 망하더라도 한 번 제대로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직원을 뽑았고, 2주에 한 번 꼴로 직원을 새로 뽑아야 했다. 직원이 1명 늘어날 때마다 생산량이 곱절로 늘어났다.

현재는 밤마을에서 생산하는 가공밤이 전국 제과점에 유통되던 중국산 통조림 밤을 대체해가고 있다. 국내 유명 제과점에서는 모두 밤마을의 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 직원들이 제과점에 납품할 밤을 손질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 밤 전문 제과점

사업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자 김인범 대표는 문득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제과점들은 밤빵과 밤식빵에 들어가던 중국산 밤을 국산으로 대체하기만 했다.

“제가 제과제빵에서 20년을 일한 기능장 출신이잖아요. 우리의 맛있는 밤을 가지고 색다른 제품을 만들어 공주 밤을 더 대중화시키고, 빵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공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구입할 특산품도 마땅히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고요. 공주 하면 밤인데 말이죠.”

김인범 대표는 2017년 9월 공주 공산성 앞에 밤 전문 제과점 ‘베이커리 밤마을’을 열었다. 물론 고민도 많았다. 사업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기에, 자칫 잘못하면 본래 사업도 휘청거릴 수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투자로 제과점을 열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제과점을 오픈한 첫 달 3,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11월부터 날씨가 추워지면서 매출이 급감했지만 다행히 적자는 피할 수 있었고, 이듬해 2월부터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베이커리 밤마을’은 지금은 공주를 대표하는 지역 명물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듯 밤마을은 특별한 가공기술로 밤 수요를 촉진하고 제빵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전남 담양에 분점도 오픈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옥과 현대식 인테리어가 조화된 베이커리 밤마을 2층




지역 특산물의 재발견

주식회사 밤마을의 성장은 공주 밤의 상품성을 크게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직접 밤을 재배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공주 농가에서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밤마을은 현재 연간 1,000t 가량의 밤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는 공주에서 생산하는 밤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덕분에 벌레가 먹었거나 밤이 말라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가 어려웠던 밤들도 가공을 통해 판매가 가능해졌다. 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밤마을의 긍정적인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농업계특성화고교인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와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인 공주정명학교에 주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 것. 사업이 어려울 때부터 꾸준히 기부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또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 졸업생을 직원으로 뽑아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인범 대표는 농어촌의 성장을 위해서는 특산물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과는 예산이 유명하고, 배는 나주가 유명하지만 사실 전국 어디에서나 사과와 배를 재배할 수 있잖아요. 단순히 사과주스, 사과잼을 만들어 서로 경쟁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나만의 특색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밤마을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인범 대표는 기술 이전을 통해 자신의 고향인 고창의 고구마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분점이 있는 담양의 특산물인 죽순을 활용한 제품도 개발하고 있으며, 금산에도 베이커리 분점을 내고 금산 특산물인 인삼도 상품화할 계획이다. 각 지역 특산물의 상품성을 높이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김인범 대표의 최종 목표는 진짜 ‘밤마을’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밤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고, 밤 축제를 열기도 하는 ‘밤마을’. 그의 꿈이 이뤄지기를 함께 기도해본다.

“단순히 사과주스, 사과잼을 만들어 서로 경쟁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나만의 특색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인범 대표의 특별한 나눔

김인범 대표는 사업이 어려울 때부터 나눔을 실천해왔다. 아래는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강연과 공주정명학교 발전기금 기부 사진.



베이커리 밤마을

주소 : 충남 공주시 백미고을길 5-13
운영 시간 : 09:00~21:00 | 문의 : 041-853-3489

글 : 염세권
사진·영상 : 고인순

 

[ 출처 : 흙사랑물사랑 11월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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