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윤홍균 원장

[출처 : 신협 뉴스룸 웹진 7+8월호 바로가기]

 

글.손은경 사진.고석운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다면

일단
눈을 감고
목을 기대세요

 

“안 바빠? 한가한가 봐?”, “야근해야지. 집에 가?” 몇 날 며칠 쭉 바쁘다 이제 잠시 틈이 난 건데, 하루 종일 가슴 졸이며 일하다 이제 한숨 좀 돌려보겠다는데 꼭 이렇게 한마디를 던지고 간다. 그러려니 하면 되지만 이게 안 된다. 자꾸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부정적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쉬지 못하고 피곤해서 그래요.”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윤홍균 원장의 한마디.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쉴 때 성장한다

“저 돌격대였어요.” 아침에 눈을 뜨고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느릿하게 할 정도로 천성이 여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시간 틈틈이 책 집필 작업까지 하며 《자존감 수업》, 《사랑 수업》까지 출간할 정도로 주어진 삶을 부지런히 살아왔다. 돌격대처럼 체력으로 밀어붙이고 정신력으로 버티며 의사로 20년, 그중 정신건강의학전문의로 환자를 만나온 지 15년이 되었다. 이제는 중견으로 접어들며 쉼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는 그. 지금 우리 모두는 휴식이 필요한 때를 마주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빠른 성장을 해오는 동안 쉼의 의미가 낮아졌어요. 하지만 사람은 열심히 달리고 잠시 멈춰 쉴 때 성장이 일어나요. 신체는 완벽하지 않아서 휴식을 취해야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생존할 수 있어요. 그러니 당연히 쉬어야 하죠.”


신호를 무시하지 말 것

우리가 ‘쉬고 싶다’라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 몸은 쉬어야 할 때를 신호로 보내준다고 한다. 단지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찾아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라고. 그 첫 번째 신호는 바로 배고픔이다. 에너지가 떨어졌으니 충전 좀 해달라고 꼬르륵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에 두세 번 신호를 보내다 크게 한번 신호가 내려오는데, 참을 수 없는 졸음이다. 이제는 신체 스위치를 끄라는 말이다. 윤홍균 원장은 신체에서 오는 신호도 있지만, 우리가 또 놓쳐서는 안 될 것이 감정의 신호와 생각의 신호라고 말한다.

“화, 짜증, 자책감처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정적인 감정들 있죠? 뇌의 편도체에서 ‘지금 당신은 많이 힘듭니다. 쉬세요’라고 보내는 감정의 신호에요. 그리고 생각의 신호도 있어요. 생각은 언어로 표현되는데, ‘안 된다’, ‘안 될 것 같다’, ‘못해’처럼 말이 NO로 끝나는 단어가 자꾸 늘어난다면 피곤하다는 뜻이에요. 뇌가 지쳐서 자기보호하려는 것이죠. 만약 나 자신이, 주변 친구가 요즘 이렇다면 ‘많이 피곤하구나’하고 생각하시면 돼요.”

돌이켜보니 그랬다. 오래된 퇴적층처럼 쌓인 피곤에 그럴만한 상황도 아닌데도 날카롭게 반응이 나왔고, 있을 법한 일이지만 자책감에 땅굴을 팠다. 버틸 에너지가 달리니 일단 나부터 살고 싶어서 안 된다는 말, 못한다는 말을 먼저 했다. 통하진 않았지만.

“저도 중년에 접어드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젊은 의사였을 때 ‘저 선배는 왜 이렇게 짜증이 나있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피곤해서 그랬더라고요.”

우리는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너무 예민하고 공격적인 사람이 되면 주변 평판이 나빠질 수밖에. 육체적인 피로가 정신적인 피로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적인 기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육체적인 피로 선에서 빨리 끊어줘야 한다고 윤홍균 원장은 조언한다.

 


가장 완벽한 휴식을 위해

쉬어야 할 이유는 명확해졌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이다. 빨리 일 처리 해달라며 끊임없이 울리는 카톡 메시지, 연차휴가를 가장한 재택근무, 화수분처럼 줄지 않는 업무. 그나마 점심시간에 좀 쉬려면 밥은 입에 쑤셔 넣고 대충 씹고 삼켜야 시간 확보가 가능하다. 온전한 휴식은 사치처럼 느껴지는 이런 틈을 비집고 어떻게 쉬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 눈을 감고 머리를 바닥에 붙인다.

“저는 이게 가장 완벽한 휴식의 정의라 생각해요. 귀를 막을 순 없지만 눈을 감을 순 있으니까 나에게 들어오는 자극을 차단하고, 고개를 편하게 기대어 긴장을 풀어주면 뇌는 쉬는 것으로 받아들여요. 만약 부하직원이 눈을 감고 머리를 기대고 있으면 너무 눈치 주지 말고 ‘뇌를 잘 쓰기 위해 휴식 중이구나. 최선을 다하기 위해 뇌에 충전기를 꽂았구나’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성향에 따라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든, 밖에 나가 무언가를 즐기든 그 행위를 했을 때 기분이 좋고 편안하다면 휴식으로 무엇이든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해야 한다는 윤홍균 원장. 바로 뒷수습이다.


“가령 쉴 때 게임을 한다고 해볼까요? 게임 좋아요. 하지만 여기에 빠져 아이템 산다고 벌이에 비해 많은 돈을 지출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중노동을 하거나 생활 필수적인 부분에서 지출을 급격하게 줄이게 되죠. 그럼 이건 또 다른 스트레스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요. 이런 것까지 고려해서 자신에게 맞는 휴식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휴식도 생산적인 활동, 쉼과 친해지기

휴식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수면이다. 잠을 푹 자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이런 날은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처럼 활기찬 아침을 맞기 위해선 잠을 잘 자야 하지만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 마치 머릿속에 스위치가 탁 켜진 것처럼 낮에 있었던 언짢은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다음 날 있을 일이 걱정되어 뒤척일 때도 있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았다가 밤이 되면 꼭 이런다. 밤의 속성일까? 어두워지면 주변 도처에 널려있던 시각적, 청각적 자극들이 줄어든다. 그러면 낮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눌러두었던 문제가 스멀스멀 올라온다는 것. 자려고 누웠을 때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올라온다면 내가 스트레스, 불안감으로 가득한 것이니 배출할 수 있는 하수도를 만들어야 한단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든지 언어화해 보세요. 자기 전에 일기를 써보는 걸 추천해요. 일기가 부담스럽다 싶으면 낙서도 좋아요. 그러면 머릿속에서 떠돌아다녔던 것들이 정리되고, 이를 통해 분출했으니까 그 양도 줄어들어요.”

이렇게 피곤해도 걱정거리 때문에 잠 못 자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갓생’을 넘어서 쉬면 뒤처질 것 같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강박. 자신의 체력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이른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여 신체 밸런스가 무너져 오히려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들의 사례가 매스컴에 나오기도 했다.

“사실 열심히 살겠다는데 뭐가 문제겠어요. 이 ‘열심히’의 끝이 성공인데, 성공과 실패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갓생을 살진 말았으면 좋겠어요. 단기전에는 좋겠지만 이 단기전이 계속되면 지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소진될 수밖에 없어요. 열린 결말을 두고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면서 갓생을 이어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제 7월. 상반기가 마무리되고 하반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여름휴가가 끝나면 치열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요즘에는 사람 몰리는 여름을 피해 휴가를 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름은 휴가의 메인 시즌이다. 뜨거운 여름휴가를 보낸 후엔 또다시 달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우리에게 윤홍균 원장은 말했다.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하루 세끼 밥은 잘 드세요. 

밥을 굶어 가면서 할 일은 없어요. 

그리고 밤잠 설치고 내 몸 혹사시키면서까지 해야 할 일도 없어요. 밤에는 주무세요. 

휴식도 생산적인 활동입니다. 쉼과 친해지세요.”

 

 

[출처 : 신협 뉴스룸 웹진 7+8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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