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tober

kyung sung NEWS LETTER

고물가 시대, 소비도 기술이다

[출처 : KEPCO 한국전력공사 8월호 웹진 바로가기]

 

몇 해 전만 해도 욜로나 플렉스 같은 과시적 소비가 유행했다면 이제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짠테크 열풍이 동시에 불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절약이 트렌드가 돼 가성비를 추구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스몰 럭셔리 트렌드와 함께 보복 소비 열풍이 불고 있는 것. 2023년을 강타한 소비 트렌드에 대해 알아본다.

글. 최수하 트렌드분석가, 브랜드전략가
(<팬시, 취향을 삽니다> 저자)



아끼고도 싶고, 쓰고도 싶은
‘이중적 소비’

김혜자 도시락, 점보 도시락 라면, 넷플릭스 팝콘… 상반기를 강타한 가성비 아이템이다. 김혜자 도시락은 ‘혜자롭다’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양 많은 집밥 콘셉트로 직장인과 학생들을 사로잡았고, 점보 도시락과 넷플릭스 팝콘은 편의점에서 눈에 띌 정도의 대용량 사이즈로 가성비를 만족시켰다. 유통업계에서는 ‘리퍼 상품’ 전용 카테고리를 만들어 가성비 수요에 대응할 정도이다. 리퍼 상품은 전시 또는 반품 제품, 외관 흠집 등이 있어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품을 말한다.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이도 증가했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수요도 급증했다. 경기가 위축되면 소비는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프리미엄 제품은 명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류, 스포츠, 뷰티 등 다양한 산업에서 가성비와 프리미엄 양대축이 공존하며 진화하고 있다.

주류 산업에서는 와인, 프리미엄 소주에 이어 최근 하이볼과 함께 위스키 열풍이 불며 젊은 층들의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골프, 테니스와 같은 프리미엄 스포츠 시장도 급성장했다. 패션업계에서도 테니스 의류 라인업을 강화하거나 신설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력은 줄어도 소비 욕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쓰는 것이 모순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에게는 복합적이고 상반된 성향이 공존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하고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뇌과학 측면에서 해석한다면, ‘감정들의 긴장 관계’에 놓인 상태다. 즐기려는 ‘쾌락주의적 긴장’과 통제하려는 ‘금욕주의적 긴장’이 서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격이다. 아끼고도 싶고, 쓰고도 싶은 소비자의 이중적 소비 현상이 생기는 이유다. 쓸 때 제대로 쓰기 위해 최대한 아끼는 것, 이것이 고물가 시대를 헤쳐나가는 하나의 소비 기술이다.

 



미코노미 시대,
‘취향’을 쇼핑한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기준은 무엇일까? 달라진 소비 문화의 중심에는 코로나19에서부터 이어진 경기 불황이라는 사회적 배경도 있지만, 그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던 MZ세대에 이어 이제는 Z세대와 알파세대를 묶은 ‘잘파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왜 성수동, 여의도 등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에 가는 것을 즐길까? 덕질을 취미삼는 디깅 모멘텀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아하는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곳이라면 오픈런을 하고 몇 시간씩 대기를 한다. 지난 5월 서울 광장시장의 제주 맥주 팝업스토어 ‘제주 위트시장-바’는 ‘시장카세(시장+오마카세)’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로 3주간 5만 명이 몰렸다. 여의도의 한 백화점에 마련된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의 하루 매출은 1억 원이 넘기도 했다. 영화의 인기가 한정판 유니폼과 피규어를 수집하기 위한 디깅 문화로 이어졌다.

즉 나만의 취향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사고자 한다. 미코노미(Meconomy)는 한마디로 자기중심 소비다. 일시적인 만족을 쫓는 소모형 소비보다 일상에서의 지속적 행복을 추구하는 팬시(fancy) 소비 스타일을 보인다. 또한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대중적인 제품보다 소수가 좋아하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 비건 뷰티, 비건 식품은 처음에는 동물 보호, 채식주의를 추구하는 소수들이 선호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브랜드가 출시되면서 시장이 확대되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에서 출발해야 얻을 수 있다. 무엇을 소비할지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대중적인’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취향’에 맞고 나에게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는지가 기준이 된다. MZ세대, 잘파 세대는 자신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경험할 수 있는 것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결국 나를 위한 진정한 소비의 기술은 가격이 비싸든 싸든 나에게 그만한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출처 : KEPCO 한국전력공사 8월호 웹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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