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체계통합기술 개발동향 및 발전방향
- 컬럼
- 2024. 9. 30.
함정의 체계통합기술은 신속, 정확한 작전 수행과 최근의 급격한 해군 병력감소 추세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로 미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양한 선진국에서 활발한 연구·개발을 수행 중에 있다. 본 고에서는 이러한 체계통합기술의 국외 및 국내의 개발 동향과 기술수준을 살펴보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였다.
전 우 영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미래기술예측팀
연구원
1. 서 론
함정의 체계통합기술은 체계 내의 각 구성 체계들을 요구 성능에 맞게 최적화하여 설계하고 각 체계 간 연동을 수립하는 기술로 정의된다. 함정 체계통합기술은 향후 함정의 자동화를 위한 기반기술로, 동시다발적인 전투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해양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기술이다. 또한, 미래의 급격한 병력자원 감소의 영향으로 인한 승조원 수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적으로 확보 및 발전시켜나가야 할 기술이다.
함정은 각 기능과 역할에 따라 크게 CMS(Combat Management System, 전투체계), ECS(Engineering Control System, 기관제어체계), IBS(Integrated Bridge System, 통합함교체계), ICS(Integrated Communication System, 통합통신체계)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체계의 통합을 위해서는 함정 내 다양한 체계를 하나의 통제환경에서 통합 및 운용할 수 있는 OACE(Open Architecture Computing System) 환경과 운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운용자의 실제 통제 및 조작을 위한 콘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미국은 체계통합을 위해 TSCE(통합 컴퓨팅 환경, Total Ship Computing Environment)로 명명한 컴퓨팅 환경을 함정에 적용 후 전력화하였으며, 한국을 포함한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서도 관련 연구·개발을 활발히 수행 중이다. 본 고에서는 이러한 체계통합기술의 국내·외 동향을 자세히 살펴보고, 기존에 수행된 체계통합기술의 수준조사 결과들을 바탕으로 발전방향을 제시하였다.
2. 개발동향
2.1. 국외
2.1.1. 미국
미 해군은 TSCE에 대한 개념을 1990년대 후반에 정립하여 2008년 연안전투함(LCS, Littoral Combat Ship)에 시범 적용하였고, 개발을 완료 후 줌왈트(Zumwalt)급(DDG-1000)에 적용하여 2016년부터 전력화를 완료하였다. [그림 1]과 같이 TSCE 환경 하에 함정 내 대부분의 체계들을 분산 연결 처리기(DAP, Distributed Adaption Processor)를 통해 연동·통합하였다. 실제 통합 운용은 단 2개의 함정 임무 통제실(SMC, Ship Mission Center)에서 평시 혹은 전시의 모든 임무가 수행되도록 하였다.[1]
TSCE는 OACE를 기반으로 개발되어 표준화된 하드웨어, 운영 체제, 미들웨어, 인프라 서비스 등을 포함하며, Java 및 Linux 환경에서 실행되는 임베디드 싱글 보드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다.[2] 또한 표준화된 소프트웨어와 COTS(Commercial Off-The-Shelf)의 하드웨어를 사용할 수 있고, 높은 수준의 자동화도 제공한다. TSCE를 도입한 결과로 높은 수준의 중앙 집권화와 자동화를 달성하여 줌왈트급 구축함의 승조원 수는 동급 함정 대비 절반인 148명으로 감소시켰다.
그러나 체계통합과 자동화 기술 적용의 결과가 이상적이지만은 않았다. 미 해군은 줌왈트급 구축함 개발 프로그램을 조기 종료하고, 연안전투함을 조기 퇴역시켰다. 다양한 사유 중 한 가지로 승조원들의 높은 피로도가 꼽혔다.[3][4] 체계통합 기반의 자동화 기술을 다수 도입하여 승조원 수를 감소시켰으나, 첨단화된 통합 운용·통제 장치와 자동화된 장치, 전투 모듈 등이 대거 추가되면서 승조원 1명이 감당해야 할 실제 학습량과 업무량은 2배 이상 증가하였다.
2.1.2. 영국
영국은 BAE사에서 개발한 공통 컴퓨팅 아키텍처인 SI(Shared Infrastructure)를 Type 23급 호위함, Type 45급 구축함, Queen Elizabeth급 항공모함에 탑재하였으며, 차기 호위함인 Type 26급에도 탑재 예정이다. SI는 VMware사의 솔루션를 도입하여 가상화된 개방형 아키텍처 환경과 육상과 분리된 함정만의 독립형 보안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한다.[5] 타사의 다양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백업 기능을 제공하여 고장이나 손상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개방형 아키텍처의 취약점인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호를 위해 신규로 추가되는 소프트웨어는 샌드박스(Sandbox) 환경에서 검증 후 도입한다.[6] 현재까지는 CMS의 통합만 수행된 것으로 보이며 ECS 등 타 체계와의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1.3. 그 외
프랑스의 Naval Group사에서는 분산형 클라우드 아키텍처인 ACCESS(Afloat Common Computing Evolutive and Secured System)를 설계하였다. ACCESS를 통해 함정의 모든 시스템과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승조원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해당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결합하여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7]
중국은 2010년 초 미국의 TSCE와 유사한 통합체계의 구축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8] 실제 적용 여부나 최근 공개된 정보는 없다.
2.2. 국내
우리 해군에서는 2019년부터 TSCE 기반의 체계통합을 구현한 ‘SMART Ship’ 확보를 목표로 같은 해에 ‘해군 함정 체계통합 규정’을 제정하였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아래 [그림 2]와 같은 절차에 따라 신규 함정 건조 및 운용유지 함정의 성능개량(탑재 체계 교체 포함) 수행 시 소요기획단계에서부터 양산/운용유지단계까지 체계통합에 대한 연구 및 구현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체계통합의 대상 기능으로는 통합 전투기능, 항해/조함기능, 통신기능, 기관/손상통제기능 등을 하고 있다. 원활한 체계통합 수행을 위해 각 기능들의 개별 통합기술 개발로 부분 통합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규정 제정 이전부터 체계개발 사업, 국방 핵심기술 연구개발 사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발 및 확보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전투기능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대형수송함(LPX) 전투체계부터 최근의 장보고-Ⅲ 전투체계까지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다수의 전투체계 체계개발 사업을 수행하였다. 우리 해군의 운용개념에 맞는 독자적인 개방형 구조의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COTS 제품군을 적극 도입하여, 각종 센서, 무장 등의 전투체계 자원들을 전투관리체계를 통해 [그림 3]과 같이 통합 및 운용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울산급 Batch-Ⅲ 호위함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을 위한 전투체계를 개발 중으로 가상화 아키텍처, TSCE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기관/손상통제기능의 통합 제어를 위한 ECS는 현재 국내 함정 기준 모두 해외 구매나 기술 협력 생산으로 탑재되어 있어, ECS 국산화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었다. ECS의 국내 독자모델 개발을 목표로 아래 [표 1]의 목록과 같이 2014년부터 국방 핵심기술 과제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ECS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최근 완료된 시험개발 과제의 경우 함정의 추진계통, 전력 계통, 손상통제 계통, 보기 계통 등을 네트워크 기반으로 상호 통합하여 제어 및 감시하여 향후 모든 국내 함정에 탑재 가능한 ECS 표준 아키텍처를 개발하였다. 표준 아키텍처를 완성하기 위해 공통운용환경(COE, Common Operating Environment) 솔루션을 기반으로 Windows, VxWorks 등의 COTS를 적용하여 후속 군수지원 및 최신기술 반영을 용이하게 하였다. 목표로 하는 기술성숙도수준(TRL)을 달성하여 ECS의 국산화를 위한 핵심기술 확보에 성공하였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해군에서 훈련에 활용 중으로 향후 울산급 Batch-Ⅳ 호위함 체계개발을 통해 국산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3. 체계통합기술 수준
해군에서는 함정의 체계통합 수준을 ‘해군 함정 체계통합 규정’을 통해 [그림 4]와 같이 Level 1~4로 제시하고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은 Level 1로 각 체계를 개별장비콘솔로 통제하고 단순 신호 및 정보교환만 가능한 수준이며, 가장 높은 Level 4는 전투체계 통합콘솔에서 전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1년 수행된 기술수준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의 주요 장비별 전투체계와의 통합 수준은 탐지체계 Level 1~3, 무장체계 Level 1~2, 통신체계 Level 2~3 수준으로 평가하였다.[9] 이는 Level 4로 추정되는 미국 대비 미흡한 실정이며, 체계통합을 위한 공통컴퓨팅 환경 기반 기술이 아직 부족하여 체계 간 통합·연동도 미흡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최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서 발간된 2023 국방과학기술조사서에서는 체계통합기술 수준을 최고선진국(미국) 대비 83.1%로 평가하였는데, 이는 선진권(추격형 기술 개발 및 기술자립도 높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다수의 함정 건조와 관련 연구·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개별 체계의 통합은 기술적 자립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현재 개별 체계들은 각각의 통제실에서 서로 다른 승조원들이 운용 중으로 미국의 체계통합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함정 내 외산 부품, 장비 등의 사용으로 각 체계들을 통합 운용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평가하였다.[10]
4. 발전방향
우리나라에서도 체계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술 확보를 위한 규정 제정과 국방 핵심기술 개발 등을 활발하게 수행 중인 것으로 보이나,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아직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선 선진국들의 주요 동향과 국내의 기술수준으로 판단하였을 때 체계통합기술의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첫째, 함정의 완전한 체계통합은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개별 체계통합부터 전체 체계통합까지 단계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소요기획단계에서부터 체계통합을 고려한 군의 명확한 요구조건과 운용개념 정립이 필요하며, 이후 획득, 양산/운용단계에서 참여하는 민·관·군의 체계통합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긴밀한 협력 체계도 동반되어야 한다.
둘째, 개방형 아키텍처로 설계하되 탑재 시스템과 장비와의 호환 및 연동을 위해 통신 프로토콜, 데이터베이스 등이 국제적인 표준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할 수 있는 개방형 아키텍처에 대해 전체 수명주기 동안의 철저한 보안 관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줌왈트급 구축함과 연안전투함의 사례를 비추어, 향후 체계통합 및 자동화 관련 장비들을 실제 운용할 승조원을 고려한 통제실과 콘솔의 인체공학적 배치 및 설계와 장비 운용·유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충분한 교육과 훈련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5. 결론
병력자원 감소로 인한 함정 내 승조원 부족 문제는 이미 우리 해군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병사 없이 간부만으로 함정을 운영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조치 중이나,[11] 간부 역시 지원율 감소 추세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향후 이러한 문제점들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기존 대비 소수의 인력으로도 함정의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통합기술 조속한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함정기술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하여 대부분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하였으며, 그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수의 국가에 수출 중이다. 체계통합기술도 앞서 측정된 함정 관련 기술력과 노하우들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우수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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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이성은 외, “통합 함정 컴퓨팅 환경(TSCE) 개발동향 및 국내 발전방향”, 국방과 기술, 한국방위산업진흥회, pp.62-77, 2015.04.
DOI: https://doi.org/10.1007/s00163-010-0086-1
[2] JANES, Total Ship Computing Environment, 2023.04.
https://customer.janes.com/display/JC4IM0189-JC41M
[3] Mike Fredenbug, “How the Navy's Zumwalt-Clss Destroyers Ran Aground”, NATIONAL REVIEW, 2016.12.19.
https://www.nationalreview.com/2016/12/zumwalt-class-navy-stealth-destroyer-program-failure/
[4] 김민석, “‘13년 만에 조기 퇴역’ 프리덤 전투함의 실패가 주는 교훈”, 비즈한국, 2022.05.23.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Print/23761
[5] VMWare, “BAE Systems Launches Floating Cloud for the Royal Navy”, 2023.03.
https://news.vmware.com/tech-innovation/bae-systems-launches-floating-cloud-for-the-royal-navy
[6] NAVY LOOKOUT, “Next generation computing technology for the Royal Navy”, 2018.11.
https://navylookout.com/next-generation-computing-technology-for-the-royal-navy/
[7] NAVAL GROUP, Systems
https://www.naval-group.com/systems
[8] He Yelan, Chen Hui, “Study on the Architecture of Intelligent Warship's TSCE Based on MultiView”, 13th International Sym. on Distributed Computing and Applications to Business, pp.220-223, 2014.
DOI: https://doi.org/10.1109/DCABES.2014.48
[9] 박강수, “통합함정컴퓨팅환경(TSCE)를 이용한 플랫폼 체계통합 방법 연구 : 함정 체계통합 아키텍처 구축 및 검증을 중심으로”, Ph.D dissertation, 한남대학교, pp.35-37
[10] 국방기술진흥연구소, 2023 국방과학기술조사서, 2024, 제3권 기동/함정/항공
[11] 김종수, “해군, 병사 없이 간부만 탑승하는 ‘함정’ 시범운항”, KBS, 2024.03.0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08889&ref=A
[12] 오성원, “함정 통제체계의 통합 아키텍처 연구”, Journal of the KIMST, Vol. 21, No. 1, pp.103-114, 2018.
DOI: http://dx.doi.org/10.9766/KIMST.2018.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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