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5

kyung sung NEWS LETTER

‘가정의 달 에디션’ 힐링 라탄 클래스

[출처: 한국철도 레일로 이어지는 행복+ 2025. 5+6.]

잇고 끼우고 돌리다 보면 얽혔던 마음도 제자리를 잡아간다.
등나무 줄기 하나에 잔소리 하나, 옹골차게 엮어낸 애정표현이 관전포인트다.
효도는 실전이라며 호기롭게 착수했지만, 계획대로 안 되는 것 또한 효도인가 보다.
세 딸이 야심차게 준비한 ‘효도 플랜 B’도 개봉박두!
한마음으로 울고 웃었던 ‘퇴근 후 공방 효도기’를 글과 사진으로 엮었다.

 윤진아 / 사진 이승헌

이 감동 실화? 효도 만렙 찍은 썰 푼다!

전주역 역무원 동료들이 엄마·아빠 손잡고 라탄 공방을 찾았다. “이렇다 할 취미가 없다는 우리 막내 양수진 주임, 두 번째 막내 서다혜 주임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어 신청했다”는 박해인 대리의 인사에 엄마 미소, 아빠 미소가 속출한다. 등나무 줄기를 다양한 짜임으로 엮어 만드는 라탄 공예는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무늬와 모양이 달라진다. 줄기의 껍질을 제거한 ‘환심’이 주재료인데, 미리 물에 담가 놓으면 말랑말랑해지고 탄성이 생긴다.
“작품의 뼈대를 ‘날대’, 사이사이 엮는 재료를 ‘사릿대’라고 해요. 사릿대를 날대 위아래로 교차하면서 반복해서 엮으면 서서히 면이 채워질 겁니다.”
강사의 시범과 함께 클래스의 막이 올랐다. 외모도 성격도 똑 닮은 박해인 대리와 엄마 최미진 씨는 무심한 듯 달달하게 서로를 챙기며 속도를 냈다.
“우리 엄마, 생각보다 너무 잘하는데?! 그러고 보니 그동안 엄마 취미가 뭔지도 몰랐네~ 난 엄마 덕분에 다양한 경험하며 컸는데, 우리 키우느라 엄마만 다 포기하고 산 것 같아. 이젠 내가 엄마한테 재밌는 세상을 많이 보여줄게!”
“우리 딸이 그런 생각도 했어? 감동이네! 사실 어젯밤부터 설레더라. 해인이가 결혼하고 왠지 남의 식구가 된 것 같은 서운함이 있었는데, 데이트 신청해줘서 고마워~”
서다혜 주임의 아버지 서창민 씨는 공방에 들어서는 순간 유년시절 추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아빠의 ‘라떼’ 풍월이 이토록 듣기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옛날에 네 할머니가 참 잘 만드셨지~ 아빠 어린 시절엔 농한기 소일거리로 댕댕이 넝쿨을 뜯어다 바구니를 만들었어. 우리 딸은 이런 거 못하는데 큰일이네. 중학교 때도 바느질을 너무 못해서 남자 짝꿍이 대신 해줬잖아.”
아빠의 기습 폭로에 서다혜 주임도 “마음이 삐뚤면 작품도 삐뚤게 나온대! 좋은 말만 해달라고~”라며 장난스러운 타박을 건넨다. 늘 바쁜 아빠가 사보 촬영 제안을 단번에 수락해 놀랐다는 서다혜 주임에게 서창민 씨는 “딸이 부탁하면 아빠는 뭐든, 언제든, 무조건 오케이!”라며 딸바보 면모를 드러냈다. 회사 생활이 힘들진 않냐는 아빠의 질문에 세상 씩씩한 딸의 화답이 돌아왔다.
“힘들긴! 난 교대근무라 매일 아침 출근하진 않잖아. 아빤 어떻게 그 오랜 세월을 매일, 단 하루도 지각하지 않고 가게 문을 열었을까? 취업하고 보니 새삼 대단하게 느껴져.”

 

 

절친 모드 ON! ‘미리 어버이날’ 데이트

“너무 당겨서 엮으면 나중에 오그라들 수 있어요. 걸친다는 느낌으로 감아야 모양이 예쁘게 남습니다.”
강사가 전수한 꿀팁에 다시 손이 바빠졌다. 얇고 단단한 등나무 줄기를 물에 적셔 말아 올리고 하나하나 엮는 과정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음식 말고는 생전 뭘 만들어본 적이 없어 걱정’이라더니, 이영숙 씨의 집중력은 이미 국가대표급! 사부작사부작 자연의 재료를 만지며 양수진 주임이 엄마에게 속내를 꺼낸다.
“엄마가 즐거워보여 다행이다. 나 회사 합격했을 때도 울엄마 진짜 많이 좋아했는데, 엄마 아니었으면 길었던 취준 생활이 너무 힘들었을 거야. 항상 격려해줘서 나도 힘내서 좋은 회사 들어올 수 있었어.”
“네가 스스로 잘 이겨낸 거지! 장해, 우리 딸! 근데 이거 진짜 재밌다~ 수진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니까 엄마가 이런 신기한 경험도 다 해보고, 요즘처럼 행복한 날이 없는 것 같아.”

 

우리 사이, 라탄처럼 촘촘하게 엮어봐요!

좀 들쑥날쑥해도 괜찮다. 잘못 끼웠다면 풀고 다시 엮으면 그만이다. 시행착오도 더러 있었지만, 차곡차곡 쌓다 보니 어느덧 형태를 갖춰가는 바구니들! 이게 끝이 아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딸들이 준비한 깜짝선물이 바구니에 고이 담겨 전달됐다.
양수진 주임은 첫 모녀 여행 기차표와 숙소 예매확인서를 선물했다. 내성적인 딸을 늘 밖으로 끌어내줬던 엄마에 대한 고마움, 엄마와 함께 세상을 더 많이 알아가겠다는 다짐이 오롯이 담긴 선물이다. 서다혜 주임이 준비한 선물은 부녀의 최애 축구팀인 전북현대 유니폼! 선수들의 사인으로 채워진 유니폼이 공개되자 아빠의 만면에 ‘찐행복’이 터졌다. 박해인 대리는 꽃말이 ‘용기’인 붉은 장미 한 다발을 엄마에게 안겼다.
“옛날에 엄마가 자전거 배우면서 많이 혼난 뒤로 뭐든 타는 걸 무서워하세요.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엄마가 기죽지 않고 용기 낼 수 있도록 자전거 타는 법을 끝까지 알려드리고 싶어요. 엄마가 저 크는 내내 용기를 주셨던 것처럼, 앞으로 엄마가 어떤 도전을 하든 제가 곁에서 응원할게요!”
바구니 가득 담긴 사랑을 품에 꽉 안아본다. ‘우리’의 손길이 깃든 세상 단 하나뿐인 바구니 속엔 두고두고 힘이 될 추억이 단단히 엮여 있을 것이다.

MINI INTERVIEW
전북본부 전주역 박해인 역무원 ♥ 엄마 최미진 님

사내방송 촬영도 함께한다고 미리 귀띔은 했지만 엄마가 방송 울렁증으로 고전하실까봐 걱정했는데, 웬걸요! 기대 이상으로 즐거워하시는 엄마의 모습에 제가 더 큰 선물을 받았어요.

전북본부 전주역 서다혜 역무원 ♥ 아빠 서창민 님

취업한 뒤로는 아빠와 시간을 많이 못 보냈어요. 오랜만에 아빠와 나란히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예전에 같이 축구장 다니던 시절도 떠오르고, 소중한 추억이 업데이트됐네요.

전북본부 전주역 양수진 역무원 ♥ 엄마 이영숙 님

세상 무해한 자연의 재료를 만지작거리는 시간 자체가 힐링이었어요. 엄마와 함께여서 더 좋았고요. 우리 손길이 깃들어서인지 시중에서 판매하는 상품보다 훨씬 예쁜 것 같아요!

 

 

[출처: 한국철도 레일로 이어지는 행복+ 2025.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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