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정취가 가득한 우아한 항구도시, 대만 가오슝
- 여행
- 2021. 4. 5.
남국의 정취가 가득한 우아한 항구도시
대만 가오슝
대만 최대 항구도시 가오슝은 인구 280만 명으로 타이완에서 두 번째로 꼽히는 도시다. 항구 도시의 아련한 역사 위에 더해진 알록달록한 예술가의 손길. 도시가 품은 운하의 이름마저도 ‘사랑의 강’이라는 뜻의 ‘아이허(愛河)’이다. 가오슝에는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글|사진. 이주영 여행작가
남부 항구도시 가오슝은 무더위가 극심한 여름철만 빼면 기후가 좋아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단체 여행객뿐만 아니라 개별 자유여행객들이 좋아하는 여행지다.
가오슝에서는 카메라 셔터가 쉴 새가 없다. 보얼예술특구를 비롯해 치진, 렛츠탄, 하마싱 철도문화원구 등 낭만과 즐거움이 있는 장소가 가득하다. 아이허강에서 가오슝의 낭만에 취하고 복작이는 사람들 틈에서 대만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야시장까지 돌아보면 가오슝에 왜 이제 왔나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단 2시간 30분이면 닿는데 말이다.
가오슝의 핫플레이스, 하마싱 보얼예술특구
가오슝의 도시 성장세가 꺾이면서 제2부두 인근에 방치된 물류창고가 많아졌다. 버려진 물류창고를 활용해서 문화예술창작지구로 만든 것이 보얼예술특구의 시작이다. 보얼예술특구가 자리한 곳은 가오슝항 제2부두 3도크로 보얼(駁二)이라는 이름도 배를 대던(駁) 제2(二)부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894년 개항한 가오슝항은 한때 세계 3위에 오를 정도로 컨테이너 처리량이 많았던 항구였으나 중국의 항구들이 약진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고 물건이 가득 차던 창고도 텅텅 비었다. 옛 영광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고 덩그러니 버려진 공간에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은 것은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었다. 녹슨 컨테이너는 거대한 캔버스로 변신해 재미있는 벽화가 그려졌고 옛 항구도시의 모습을 담은 예술작품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낡은 창고는 미술관과 공연장, 서점과 카페 등으로 탈바꿈했고, 벽돌이 드러난 갈라진 콘크리트 벽면에는 만화영화의 주인공 등 다양한 캐릭터가 가득하다. 외관이 그대로 보존된 내부 공간에는 작품들이 여유 있게 전시되어있다. 창고로 변신한 갤러리 밖으로 나오면 시린 바다가 마음을 탁 트여 준다.
보얼예술특구는 딱딱한 공업 도시에서 알록달록한 예술도시로 이미지를 바꾸게 되었다. 창고들 주변에는 과거에 사용되었던 수십 갈래 철길이 녹슨 채로 그대로 놓여 있다. 한쪽에는 수명을 다한 낡은 증기기관차가 무심히 놓여 있고, 철길의 방향을 제어하던 갖가지 쇠붙이들은 설치미술 작품으로 되살아나 관광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보얼예술특구에서 가장 인기 많은 시설은 미니 기차다. 하마싱 철도박물관에서 출발해 특구를 한 바퀴 돈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들도 신나는 표정으로 기차에 앉아 다른 관광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기꺼이 즐긴다.
보얼예술특구에서 바다 쪽으로 가면 부두가 나온다. 과거 수출할 바나나를 배에 싣던 ‘바나나 부두’다. 부두에 있는 ‘잔얼쿠 KW2’라는 이름을 가진 기다란 건물은 과거 창고였던 곳을 개조해 지금은 카페, 식당은 물론 공예품, 의류 가게 등이 입점해 있다. 카페에 앉아 부두와 바다를 보면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섬 속의 섬, 검은 모래 해변 치진섬
보얼예술특구 바나나 부두에 있는 잔얼쿠 KW2 끝에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바다를 건너면 치진섬에 닿는다. 치진섬은 가오슝 제2항구가 개통되며 섬이 되어버린 곳으로 가오슝 항의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선착장 입구를 나서자마자 지금까지 보던 가오슝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가 펼쳐진다. 오토바이를 탄 채로 배에 오른 절반 이상의 현지인들이 배에서 내릴 때 쏟아져 나오며 펼쳐지는 오토바이 행렬도 관광객들에겐 볼거리다. 섬 여행은 전동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의 자전거길을 따라 여행한다.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섞인 좁은 도로를 지나 한적한 해안가로 접어들면 야자수 가로수가 펼쳐진다. 검은 모래 해변을 옆에 끼고 해변로를 따라 달리다 마주하는 곳은 치진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무지개 교회’가 나온다. 교회라 이름 붙여졌으나 실제 예배에 사용되는 교회가 아니라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이다. 시간과 방향에 따라 다른 풍경과 색을 연출해 사진 찍기 좋은 명소다. 또한, 무지개 교회에서 방향을 180° 돌려 치진해수욕장에 잠시 머물다 보면 검은 모래 해변을 타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온다. 살랑이는 바람에 그 순간만큼은 이곳이 천국처럼 느껴진다. 넘실대는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힐링이 된다.
해변 뒤편에 있는 수산시장은 근해에서 어획한 해산물이라 신선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메뉴대로 주문해도 되고, 해산물을 고르고 볶거나 튀기거나 국으로 끓이는 등의 조리방법을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어 좋다. 복잡한 시장통을 빠져나와 골목에서 마주하게 되는 곳은 치허우 포대다. 청나라 강희제 때 만들어져 포대와 등대가 가오슝항을 지키고 있다는 역사적인 의미도 있지만 치진섬의 전경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 더욱 인기가 있다. 치진 해수욕장은 물론 멀리 가오슝항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치허우 등대에서의 전망은 항구도시의 운치와 낭만을 느끼게 한다.
인공 호수를 채우는 연꽃 향기, 렌츠탄 풍경구
청나라 시대에 풍경 명승지로 개발된 호수, 연꽃이 많이 피어 ‘연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여름에 핀 연꽃의 향이 사방으로 퍼진다하여 ‘렌츠탄’이란 이름도 갖게 되었다. 가오슝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쭈오잉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호수의 풍광은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렌츠탄 입구에는 7층짜리 용호탑이 있고 탑 바로 아래에는 푸른 연 사이로 분홍색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용탑과 호탑, 두 개로 이뤄져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1976년에 만들었으니 그다지 오래된 탑은 아니다. 입구는 ‘용구진 호구출(龍口進 虎口出)’이라고 쓰여있다. 용탑으로 들어가서 호탑으로 나오면 지금까지의 죄를 씻고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의미가 있다는 대만의 민담이 있다. 용탑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렌츠탄 풍경은 꽤 낭만적이다. 멀리 춘추각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관우상인 현천상제신상이 보인다. 관우상 뒤로는 신선이 주민들에게 산의 흙으로 떡을 만들어 주는 바람에 산이 반쪽으로 줄어들었다는 반병산이 있다.
용호탑에서 내려와 호변로를 따라간다. 용호탑을 지나면 구곡교를 건너 조금만 걸어가면 춘추각을 만날 수 있다. 춘추각 앞에는 용을 타고 승천하는 관세음보살상이 서 있다. 이 관살보살상은 어느 날 가오슝 사람들의 꿈에 용을 타고 구름 속에서 나타난 관세음보살이 “춘추각과 용호탑 사이에 관세음보살상을 세우라”고 말해서 세워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호수의 둘레는 약 7.5km의 산책로이며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오후 늦은 시간에 산책을 하면 호수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만나는 가슴 벅찬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대만 가오슝 여행 팁
가오슝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야시장 투어다. 가오슝 야시장은 다양한 삶의 모습과 눈과 입이 즐거운 먹을거리가 가득해 필수 코스로 꼽힌다. 특히 리우허 야시장은 가오슝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야시장이다. 낮에는 차가 쌩쌩 달리던 도로였다가 해가 지고 도로가 차단되면 노점상이 길게 늘어서며 야시장이 나타난다.
대만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우육면(牛肉麵)은 양지와 도가니를 푹 삶은 소고기 국물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면 위에 소고기를 얹어 국물 없이 비벼 먹기도 한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와 진한 국물 맛이 인상적인 우육면은 저렴한 가격으로 더욱 인기 만점이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택트 꽃놀이 지금부터 시작! (0) | 2021.04.26 |
---|---|
세월의 흔적을 온전히 보듬어, 인천 개항누리길 (0) | 2021.04.20 |
위기를 기회로 만든 가족끼리 캠피닉, 양평 수미마을 (0) | 2021.03.26 |
두 아들의 슈퍼 히어로, 어머니와 추억 가득한 그곳에서! (0) | 2021.03.23 |
시간이 멈춘 색 바랜 풍경의 마을, 부산 매축지마을 & 문현동 안동네 벽화마을 (0) | 2021.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