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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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태백산맥문학관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태백산맥문학관

글. 임혜경   사진. 정우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봄의 끝자락, 4월까지가 가장 맛이 좋다. 그래서 이맘때 벌교는 그야말로 꼬막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지만 꼬막이 아무리 맛있다 한들 벌교를 찾았다면 ‘태백산맥문학관’이 먼저다. ‘80년대 최고의 작품’ ‘한국 최고의 소설 1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1위’ ‘21세기에도 빛날 20세기 책’ 등 출간 이후 많은 사람에게 극찬을 받은 <태백산맥>의 모든 기록이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 <태백산맥>

 

“가난하고 무식헌 것덜이 믿고 의지헐 디 웂는 판에
빨갱이 시상 되먼 지주 다 쳐웂애고 그 전답 노놔준다는디
공산당 안헐 사람이 워디 있겄는가요.
못헐 말로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태백산맥>의 시간적 배경은 남한에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4·3항쟁과 여순사건이 일어난 1948년 10월부터 한국전쟁이 끝나고 휴전협정이 조인되어 분단이 굳어진 1953년 10월까지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큰 줄기는 좌우 이념 갈등. 염상진을 중심으로 한 좌익 세력과 토착지주 및 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우익 세력 사이의 갈등, 그리고 전쟁에서 열세에 몰린 좌익 세력들의 빨치산 생활과 거창 양민 학살 사건, 보도연맹 사건, 거제도 포로 소요 사건 등 혼돈의 역사를 담아냈다.

소설의 등장인물만 수백 명에 달하는데, 저마다의 노선을 선택하고 갈등하는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중 염상진, 염상구 형제는 작품의 핵심적인 인물이다. 공산주의 운동을 하며 자신이 바라는 이상향과 신념을 위해 살아가는 형 염상진과 부와 명예를 위해 우익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동생 염상구. 결국 염상진은 수류탄으로 자폭해 죽음을 맞게 되고, 그의 목이 벌교 읍내에 걸리자 염상구는 절규하며 외친다. 이념이나 사상이 사람의 목숨, 한민족이자 가족이라는 사실보다 중요할 순 없는 것이다.

“살아서나 빨갱이지 죽어서도 빨갱이냐.”

 

작품의 의미를 담아 지은 국내 최대 문학관

 

태백산맥문학관을 찾아가는 길, <태백산맥> 표지 느낌으로 만든 검은색의 이정표가 문학관으로 안내했다. 벌교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태백산맥문학관. 단 한 편의 문학작품을 위해 지어진 문학관 중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문학관은 1, 2전시실, 6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조정래 작가가 조사한 자료들과 원고지에 써 내려간 원고들, 조정래 작가의 삶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육필 원고 1만 6,500장의 원고지를 쌓아 탑처럼 만든 전시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또 독자들이 기증한 <태백산맥> 필사본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문학사에 유례없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물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김원 건축가는 <태백산맥>이 어둠에 묻혔던 우리의 현대사를 들춰냈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언덕을 파내려 간 10m 아래에 박물관을 지었다고 한다.

또 2층 전시실은 해방 후 한국전쟁과 분단이 고착되기까지 소위 민족사의 매몰시대를 기둥 없이 공중에 매달린 형상으로 건축됐고, 통일의 염원을 담아 북향으로 배치했다. 건물 옆에는 이종상 한국화가가 ‘원형상-백두대간의 염원’을 표현해 길이 81m, 높이 8m의 벽화를 세우기도 했다.

 

벌교 곳곳에 남아 있는 <태백산맥>의 흔적

벌교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태백산맥>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소설 속 장소들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벌교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관을 나서면 먼저 무당의 딸로 나오는 소화의 집과 마을 지주인 현부자 집이 나온다. 벌교천에는 홍교(횡갯다리), 부용교(소화다리), 철다리 등 소설 속에 소개된 3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그중 소화다리는 민족의 아픔을 품고 있는 장소로, 여순사건과 한국전쟁의 처참한 상황이 소설에 소개되고 있다.

“소화다리 아래 갯물에고 갯바닥에고 시체가 질펀허니 널렸는디,
아이고메 인자 징혀서 더 못 보겄구만이라….”

이외에도 김범우의 집, 남도여관, 옛 술도가 건물, 벌교역 등 소설의 무대가 길 따라 펼쳐진다. 특히 일본식 2층 목조건물인 보성여관은 소설에서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 숙소였던 남도여관으로 소개됐는데, 지금도 벌교를 찾는 여행자들을 위해 숙소와 카페로 활용된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
적막은 깊고 무수한 별들이 반짝거리는 소리인 듯 멀리 스쳐 흐르고 있었다.
그림자들은 무덤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태백산맥>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조정래 작가가 4년간의 준비와 6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1989년에 완간한 10권짜리 대하소설 <태백산맥>. 장대한 여정을 끝내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이 있었을지, 감히 가늠할 수 없기에 마지막 문장 앞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태백산맥문학관

주소 전남 보성군 벌교읍 홍암로 89-19
운영 하절기(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오전 9시~오후 5시) 월요일 휴무, 설날, 추석당일, 1월 1일 휴무

 

[출처 : 사학연금 5월호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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