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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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를 만들고 싶으면 책을 먼저 써라! 미국 내 소설 각색 열풍

[출처 :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1월호 바로가기]

 

글. 이혜진 미국 통신원
남가주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커뮤니케이션학과 임상조교수
아이오와 대학교(University of Iowa) 언론정보학 박사학위
대중문화, 미디어 비평 및 수용자 문화, 청년 문화, 비주얼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젠더와 미디어 관련 수업 강의 2019년 남가주 대학교 첫 케이팝 수업 개설 및 강의

 

문학작품 각색, 영화에서 TV로

2023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All the Lights We Cannot See>이 11월 2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에 점령된 프랑스에서 펼쳐지는 맹인 소녀와 독일 병사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2015년 퓰리처상 수상작을 각색한 것으로, 넷플릭스의 4부작 미니시리즈로 재탄생되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순수의 시대≫, ≪앵무새 죽이기≫, ≪컬러 퍼플≫, ≪쉰들러 리스트≫, ≪잉글리쉬 페이션트≫, ≪파이 이야기≫, ≪어톤먼트≫ 등이 보여주듯, 베스트셀러나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작 혹은 후보작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은 할리우드의 오랜 관행 중 하나다. 그러나 아카데미 영화상 후보 카테고리에 각색상이 별도로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각색은 주로 영화를 위해 이뤄져 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TV를 위한 각색이 늘어나더니, 2020년에는 처음으로 TV 각색이 영화 각색보다 많아지게 되었다. 심지어 미국 영화 관련 웹사이트로 유명한 로튼 토마토는 2021년에 TV 프로그램으로 제작 준비 중인 문학 작품이 125개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시녀 이야기 The Handmaid’s Tale≫ 마가렛 애트우드, ≪파친코 Pachinko≫ 이민진, ≪노멀 피플 Normal People≫, ≪친구들과의 대화 Conversations with Friends≫ 샐리 루니, ≪나폴리 4부작≫ 엘레나 페란테,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The Underground Railroad≫ 콜슨 화이트헤드와 같이 최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TV 드라마들은 소설을 각색한 작품들이다. 2023년에도 TV를 위한 각색이 계속해서 인기를 끌면서, TV 드라마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외에도 <레슨 인 케미스트리 Lessons in Chemistry>, <아더 블랙 걸 The Other Black Girl>, <엿보는 자들의 밤 Changeling>, <작고 아름다운 것들 Tiny Beautiful Things>, <데이지 존스 & 더 식스 Daisy Jones and the Six>,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The Last Thing He Told Me>, 그리고 <파워 Power>를 포함한 17개의 작품이 TV 시리즈로 새롭게 선보였다. 그렇다면 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제작이 미국에서 활발한 이유와 그 주요 동력은 무엇일까?


스트리밍 플랫폼 그리고 IP 라이선싱의 중요성

최근 TV로 각색된 작품을 살펴보면 대부분 OTT 서비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경우가 많다. 애플TV플러스의 주요 작품으로 꼽히는 <파친코>, <작고 아름다운 것들>, <슬로 호시스 Slow Horses>, <리치 아메리칸 걸스 The Buccaneers>, 그리고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스파이더맨 역할로 유명한 톰 홀랜드가 다중 인격 연쇄 살인범 빌리 밀리건 역으로 출연해 큰 화제를 모은 <크라우디드 The Crowded Room>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대니얼 키스의 소설 ≪빌리 밀리건 The Minds of Billy Milligan≫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또한 애플TV플러스의 간판 프로그램인 <더 모닝 쇼 The Morning Show>는 소설은 아니지만 전 뉴욕타임스 기자인 브라이언 스텔터의 논픽션 작품인 ≪Top of the Morning: The Cutthroat World of Morning TV≫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Hulu는 <시녀 이야기>를 필두로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Nine Perfect Strangers>, <내게 거짓말을 해봐 Tell Me Lies>, <검은 케이크 Black Cake>, <아더 블랙 걸> 등으로, 아마존 프라임은 <데이지 존스 & 더 식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내가 예뻐진 그 여름 The Summer I turned Pretty>, <높은 성의 사나이 The Man in the High Castle>, <모차르트 인 더 정글 Mozart in the Jungle>과 같은 소설 기반의 작품들로 자신들의 오리지널 프로그램 라인업을 확장해 왔다.

애플TV플러스 <파친코> / Hulu <시녀 이야기>

 

OTT 플랫폼 중 문학작품을 기반으로 TV 제작을 가장 활발하게 한 것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가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의 제왕이 될 수 있도록 혁혁한 공을 세운 초창기 오리지널 시리즈인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는 마이클 돕스의 1989년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하였으며,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Orange is the New Black>은 파이퍼 커먼의 회고록을, <13가지 이유 13 Reasons Why>는 제이 아셰르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그 후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시리즈로 부상한 <너의 모든 것 You>, <퀸스 갬빗 The Queen’s Gambit>, 그리고 최근 가장 인기작인 <브리저튼 Bridgerton>은 모두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개발하는데 문학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달아, 작품에 대한 라이선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텔레비전 및 영화 제작을 위한 작품을 발굴하고 작가들의 작품이 출판 및 번역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문학 스카우팅 회사인 Mary Campbell Literary Associates와 독점적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미국의 저명한 출판 잡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가 보도하기도 했다.

TV 각색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방송국과 OTT 회사의 스카우터들은 출판사와 TV 옵션에 대한 협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때로는 출판 계약이 완결되기도 전에 TV 판권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있다. Anonymous Content와 같은 유명한 제작사는 출판 산업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문학작품을 TV 시리즈로 개발하는 별도의 부서를 설립하기도 했다. 출판 계약과 영상화 판권이 동시에 협상 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작가, 에이전트, 편집자들은 작품을 창작하고 선택할 때 드라마 각색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다반사다.

방송사들과 OTT 회사들이 베스트셀러, 비평가 선정작, 문학상 후보작, 혹은 수상작의 판권을 서로 경쟁적으로 확보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원작의 팬들을 시청자로 유입하고, 이미 훌륭한 이야기, 흥미로운 세계관,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구축되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빠르게 카탈로그를 확장하여 새로운 구독자를 끌어들이거나 기존 구독자를 유지해야 하는 OTT 회사들에는 문학작품만큼 좋은 IP가 없는 것이다.


변화된 TV의 위상, 증가한 문학작품 기반의 TV 시리즈

많은 미국 영화 학교가 ‘Cinematic Arts’를 명칭에 사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오랫동안 하나의 예술로 존중받아 왔다. 그러나 TV는 모든 시청자가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와 평범한 소재 그리고 단조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오랜 기간 바보상자(Idiot Box)로 여겨져 왔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을 Couch Potato로 비하하거나, 1960년대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을 맡았던 뉴턴 미노(Newton Minow)가 과도한 상업성과 수준 낮은 콘텐츠로 가득 찼다며 TV를 ‘광활한 황무지(Vast Wasteland)’로 묘사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한 TV의 낮은 평판은 HBO가 1990년대 후반 및 2000년대 초반에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식스 핏 언더 Six Feet Under>, <소프라노스 The Sopranos>와 같은 작품을 통해 TV를 재정의하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HBO는 프리미엄 케이블 채널로, 광고 수익이 아닌 구독자 수수료로 운영되어 다른 방송사보다 더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었다(그 당시 HBO의 모토가 ‘It’s HBO, Not TV’인 것을 보면 TV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HBO 드라마의 독특한 주제와 복합적인 캐릭터, 그리고 매 에피소드가 명확한 결말로 끝나는 대신 한 시즌 혹은 시리즈 전반에 걸쳐 복잡하고 정교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의 형식은 AMC(<매드맨 Mad Men>,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워킹 데드 The Walking Dead>), FX(<닙턱 Nip/Tuck>, <쉴드: XX 강력반 The Shield>,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American Horror Story>,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American Crime Story>, <파고 Fargo>)와 같은 다른 방송사 및 이후 OTT 서비스에도 영향을 끼쳐, 드라마 제작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이른바 HBO 효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고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연재(Serialization)’ 방식의 이야기, 캐릭터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흔해지면서 미국 미디어 학자인 제이슨 미쳴(Jason Mittell)이 말하는 ‘복잡한 TV(Complex TV)’가 등장하게 되었다.

 

AMC <워킹 데드>


TV의 스토리텔링이 더 복잡하고 대범해지면서 드라마 프로듀서들과 작가들은 다양한 스토리를 작은 화면에 담을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하게 됐다. 그러면서 문학작품을 각색한 이야기들이 증가할 수 있었다. 영화와는 다르게 TV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기 때문에 영화보단 TV가 문학작품을 각색하기에 더 적합한 매체일 수 있다. 특히 장편 소설의 경우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을 2시간 이내의 영화로 압축하다 보면 원작의 매력이 희석되거나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TV 드라마는 등장인물을 천천히 소개하면서 시청자가 서서히 이야기에 몰입하며 풍부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문학작품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OTT 서비스는 시즌 당 에피소드 횟수를 필요에 따라 정하면서 무리하게 ‘시간 때우기’ 에피소드를 추가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어, 원작에 더 충실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각 에피소드의 방영 시간이 자유로워지면서 원작 챕터의 흐름과 길이에 맞게 에피소드를 구성할 수 있게 되어 TV 각색 열기에 한몫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에피소드가 동시에 공개되어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시간과 페이스에 맞춰 ‘몰아보기’를 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과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의 경험이 유사해진 것도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치열한 OTT 서비스의 경쟁으로 인한 편당 드라마 제작비 상승(아마존 프라임의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 The Lord of the Rings: Rings of Power>는 에피소드당 5,800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제작), 수준 높은 CG 기술의 적용, 그리고 높아진 TV의 위상으로 인해 할리우드 A급 배우, 작가, 감독들이 TV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TV 시리즈를 위한 문학작품의 각색화 열기에 불을 지폈다. 브라운관에서 보기 힘든 메릴 스트립(<빅 리틀 라이즈 Big Little Lies>,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Only Murders in the Building>), 니콜 키드먼(<빅 리틀 라이즈>,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로어: 세상을 향함 함성 Roar>), 매튜 맥커너히(<트루 디텍티브 True Detective>), 케빈 스페이시(<하우스 오브 카드 >), 수잔 서랜든(<퓨드 Feud>), 리즈 위더스푼(<빅 리틀 라이즈>,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Little Fires Everywhere>, <더 모닝 쇼>)과 같은 영화배우들이 TV 작품에 많은 모습을 보이거나 데이비드 핀처(<하우스 오브 카드>, <마인드헌터 Mindhunter>), 스티븐 소더버그(<더 닉 The Knick>), 팀 버튼(<웬즈데이 Wednesday>), 마틴 스코세이지(<보드워크 엠파이어 Boardwalk Empire>, <바이닐 Vinyl>)와 같은 영화 거장들이 텔레비전 시리즈의 감독으로 참여하는 것에서 TV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HBO <빅 리틀 라이즈>


흥미롭게도 드라마 제작 수준과 TV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영화로 이미 각색된 작품이 다시 드라마로 각색되어 제작되는 추세가 생겼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공개된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 The Lord of the Rings: Rings of Power>는 이미 영화화된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드라마로 새롭게 제작한 것이다. 12월 20일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될 릭 라이어던(Rick Riordan)의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 Percy Jackson and the Olympians≫도 이미 영화로 공개된 작품이다. 또한, 영화로 이미 큰 인기를 얻었던 스테파니 메이어(Stephanie Meyer)의 ≪트와일라잇 Twilight≫ 시리즈와 J. K. 롤링(Joan K. Rowling)의 ≪해리 포터≫ 시리즈가 텔레비전 시리즈로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올해 전해졌다.

미국 프로그램은 주로 시즌제로서, 한 작품의 서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문학작품이 텔레비전 각색에 적합한 이유는 그 안에 다양한 캐릭터와 이미 구축된 세계관이 존재해 무수한 에피소드를 뽑아낼 풍부한 소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은 이야기의 기-승-전이 결말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TV 드라마는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내용이 느슨해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등, 깔끔한 맺음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시즌 중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새 시즌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그렇다. 하지만 구독자 수를 늘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인 OTT 서비스가 부상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미니시리즈 제작이 증가하고 있다. <체르노빌>, <믿을 수 없는 이야기 Unbelievable>,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Mare of Easttown>, <퀸즈 갬빗 The Queen’s Gambit>, <힐 하우스의 유령 The Haunting of Hill House>, <몸을 긋는 소녀 Sharp Objects>, <왓치맨 Watchmen>, <스테이션 일레븐 Station Eleven> 등은 모두 미니시리즈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충분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풀어내고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도,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함축적이고 명확한 결말을 선보이며 비평가들의 찬사와 화제성을 얻은 작품들이다. 특히 이런 미니시리즈의 대부분이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임을 고려할 때, 미니시리즈는 소설을 각색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식 중 하나로 꼽힐 수 있다.


제작에 활발히 참여하는 작가, 원작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소설 기반의 드라마 제작이 증가함에 따라 원작자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원작자의 참여는 원작의 주된 이야기의 내용과 방향성이 보다 충실히 유지되고 대본의 수준 또한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될 거라는 기대감을 상승케 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화 제작 시 제작자로 참여했던 스테파니 메이어와 J.K. 롤링은 드라마 제작에도 직접 참여하게 될 거라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퍼시잭슨과 올림포스의 신≫의 영화화 당시 고문으로만 참여하여 제작에 관여할 수 없었던 릭 라이어던은 원작과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드라마 제작에는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좌) 스테파니 메이어, 우) 조앤 K. 롤링


물론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다 해도 원작자가 스토리의 방향이나 캐릭터 설정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파친코≫의 원작자인 이민진은 시나리오 제작 과정에 처음 참여했으나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중도 하차했다. 드라마의 총괄 프로듀서인 수 휴(허수진)는 이민진 작가가 각색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고, 실제로 드라마와 원작의 이야기 진행 방식부터 캐릭터 설정까지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원작자와 드라마 제작진 간의 창의적인 견해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시녀 이야기>의 마가렛 애트우드는 자문 프로듀서로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지만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때문에 가끔 크게 당황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왕좌의 게임 Game of Thrones>에서 시나리오 작가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한 원작자 조지 R. R. 마틴(George R. R. Martin)은 시즌 5부터 제작 과정에서 밀려나 이야기의 방향에 영향을 끼칠 수 없었고(<왕좌의 게임>은 총 9번의 시즌이 방영됐다), 시리즈의 결말에 실망했음을 밝혔다.

각색 작품이라 하여 원작 소설의 모든 내용을 충실히 따를 필요는 없다. 각색 작품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종종 원작의 캐릭터와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이해를 보는 것에서 나온다. 그러나 각색 작품의 이야기가 원작에서 벗어나 새롭게 재탄생한다 해도, 원작의 본질과 비전은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 특히 원작자는 이러한 바람을 더 크게 느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원작자가 드라마 제작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노멀 피플≫의 샐리 루니,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의 실레스트 잉,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보니 가머스, ≪작고 아름다운 것들≫의 셰릴 스트레이드,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의 로라 데이브, ≪빅 리틀 라이즈≫의 리안 모리아티와 같은 작가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방영을 시작한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 원작인 ≪불과 피 Fire and Blood≫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왕좌의 게임≫에서 각색 방향에 불만이 있던 조지 R. R. 마틴이 창작자 겸 제작자로 참여 중이다.

아직 정확한 공개 날짜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동조자 The Sympathizer>가 곧 HBO MAX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비엣 타인 응우옌(Viet Thanh Ngyuen) 작가의 2016년 퓰리처상 수상작을 미니시리즈로 각색한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로 더 큰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제작진 명단에는 비엣 타인 응우옌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 거장과 원작자의 협업이 미니시리즈 <동조자>에 참신하고 더 폭넓은 해석을 가져다주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1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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