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EBUARY

kyung sung NEWS LETTER

바야흐로, 숏숏폼 시대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매거진> Vol.30 웹진 바로가기]


숏폼도 길다. 이제 1분도 안 되는 숏숏폼 시대다. 이에 비판적인 시선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숏숏폼을 즐겁게 만들고 열심히 동참하며 즐긴다는 사실이다. 2015년부터 숏폼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유일한 PD가 숏폼의 변천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글. 유일한 대표(케이프스플래닛)


&copy;Shutterstock


인류 문명의 멸종 시계가 더 당겨질 것 같다. 환경오염에 버금가는 강력한 난제가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바로 엄청난 중독성으로 인간의 뇌로 하여금 강력한 자극만 추구하게 만드는 숏폼 콘텐츠의 등장이다. 이런 뇌를 이른바 ‘팝콘브레인’이라고 한다. 왜 1분짜리 콘텐츠를 우리는 1시간 동안 보고 있는 것일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핸드폰에 가려는 손을 제어하느라 무척 애쓰고 있는 내 모습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모습과 같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글을 시작한다.

2015년, 본격적인 숏폼 콘텐츠의 등장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주 활동공간으로 삼는 15분 이하 길이의 동영상 콘텐츠를 우리는 숏폼 콘텐츠라고 부른다. 이 숏폼 콘텐츠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을 기점으로 한다. 필자는 그때 국내에서 숏폼 콘텐츠의 흐름을 주도했던 ‘딩고’라는 뉴미디어 채널을 론칭했던 멤버 중 하나였기에 그 유행의 시작을 잘 알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버즈피드’라는 새로운 매체가 기존 뉴스 미디어 그룹들을 제치고 방문자 수 1위를 달성하여 화제가 되었다. 버즈피드는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 12가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장소 12곳’ 등의 가볍고 흥미로운 헤드라인을 가진 리스트 형식의 기사, 즉 ‘리스티클(Listicle)’로 페이스북 같은 SNS에 기사들을 전시해 수많은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copy;Shutterstock


대중을 직접 찾아가는 리스티클 뉴스
이전에 미디어는 속보를 전달하거나 관심 있는 사건에 대해 심층 취재를 하는 방식으로 대중이 미디어를 찾아오게 했다면, 버즈피드의 리스티클은 대중의 흥미에 기초하여 대중이 머무는 SNS를 찾아갔다. 예전에는 뉴스사들이 길거리에서 호외를 뿌렸다면, 이제는 SNS라는 공간에서 SNS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으로 피드에 전시되며 대중의 손끝을 찾아가는 방식의 뉴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방식이 대성공을 거두자 ‘딩고’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들은 같은 방식으로 동영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지금과 같은 숏폼 전성시대로 이어졌다.

숏폼이 업그레이드 되다
숏폼들은 계속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한다. ‘틱톡’의 등장과 함께 1분 이하의 더 짧은 콘텐츠의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2021년 틱톡은 미국에서 유튜브의 신규 구독자 수를 앞질렀고, 이제 명실상부한 ‘대세’라고 할 수 있게 됐다. 틱톡의 위협에 유튜브는 쇼츠를, 인스타는 릴스를 출시하며 바야흐로 ‘숏숏폼(1분 이하의 콘텐츠)’ 전성시대가 열렸다.

&copy;Shutterstock


숏숏폼은 짧은 길이에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흥미로워야 한다. 이를 위하여 틱톡은 얼굴을 실시간으로 어린이나 노인으로 변형시키거나 연예인들과 셀카를 찍는 등의 직관적이고 신기한 필터를 유저들에게 제공했다. 이에 유저들은 남의 뉴스보다 훨씬 더 자신에게 포커싱된 놀이터를 얻게 되었다. 또한 발로 병뚜껑을 따는 병뚜껑 챌린지, 물병을 던져서 똑바로 세우는 워터보틀 챌린지, 어떤 공간에서든 노래의 특정 안무 포인트를 따라하는 K-팝 댄스 챌린지 등의 숏숏폼 콘텐츠들은 특수한 조명이나 무대 없이 핸드폰 하나로 만들 수 있기에 일반 유저도 연예인과 동등한 위치에서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유저들은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냈고, 이 콘텐츠들은 또다른 유저들을 불러모으는 선순환 기능으로 작용했다. 최근 슬릭백 챌린지로 전 세계 2억 뷰를 달성한 중학생이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하고,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틱톡 1억 팔로워를 달성한 10대 소녀 찰리 다멜리오가 포스트 하나에 1억 원이 넘는 협찬 금액을 받으며 200억 원의 연수입을 올리게 되었다. 찰리는 수많은 명품 행사에 초대받고 있으며 던킨도너츠는 찰리의 이름을 넣은 음료를 판다. 틱톡 스타가 기존 톱스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슬릭백 챌린지에 도전한 걸그룹 르세라핌 출처_르세라핌 틱톡 계정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
2023년, 유저가 쉽게 콘텐츠를 제작하는 숏폼 콘텐츠의 유행으로 이제 거대 미디어 그룹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 거대 소속사 없이도 ‘좋아요’와 ‘공유하기’로 차트 1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글의 시작은 굉장히 비관적이었지만, 이 글은 숏폼의 발달로 인하여 누구나 미디어가 되는 희망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물론 미디어의 본질이 무엇이냐, 슬릭백 챌린지가 인류의 삶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지만, 인류 문명은 항상 옳은 것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지금 Z세대와 알파세대는 숏숏폼에 푹 빠져서 살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도 콘텐츠를 즐기는 자도 이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매거진> Vol.30 웹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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