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작, 좋은 청사포
- 여행
- 2025. 2. 4.
[출처: 한국철도 레일로 이어지는 행복+ 2025.1+2.]
새해 첫날.
해가 뜨기도 전에 뱃일에 나서는
어부들의 모습에 부지런함을 배웠다.
게다가 푸른 바다를 원 없이 눈에 담았다.
그 바다를 감싸고 반짝이는 햇살 덕분에낭만도 얻었다.
평소였다면 놓쳤을 귀한 풍경들.
부산 청사포에서 마주한 이 풍경들 덕분에 시작이 좋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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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뱀의 해는 청사포로!
부산 해운대와 송정 사이에는 세 개의 작은 포구가 해안을 따라 나 있다. 구덕포, 미포, 청사포가 그 주인공. 그중에서도 청사포는 푸른 뱀의 해인 2025년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이유는 한 설화에서 알 수 있다. 옛날에 한 금슬좋은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날 만선의 꿈을 꾸고 바다로 나선 남편이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하는 사고를 겪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아내는 바닷가 바위 옆에 소나무를 심고 남편을 기다렸다고. 끼니도 거르고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에 용왕은 푸른 뱀 한 마리를 보냈고, 아내는 이 뱀을 타고 용궁에서 남편을 만나지만 남편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어 있었다. 이 이야기를 슬피 여긴 마을 사람들은 아내가 있던 바위를 망부석, 아내가 심은 소나무를 망부송, 마을의 지명을 청사포(靑蛇浦)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푸른 뱀’을 통해 남편을 다시 만난다는 설화로 인해 오랜 기간 푸른 뱀이라는 의미가 담긴 청사(靑蛇)로 표기했으나, 시간이 지나 푸른 모래라는 뜻의 청사(靑沙)로 바뀌게 되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른뱀 이야기 때문인지 아직도 ‘푸른 뱀의 포구’라는 뜻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청사포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설화에 나오는 망부석과, 망부송을 만날 수 있어서인지 청사포(靑蛇浦)라는 뜻이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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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면서도 이색적인 풍경
즐비한 조개구이집, 여러 상점 사이에 어우러진 바닷가 풍경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번화한 바닷가인듯 하다가도, 배가 정박해 있는 포구의 모습을 보면 한적한 바닷가 마을 같다. 심지어 이른 아침에는 뱃일에 나서는 어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닷가 위로 자리한 고층 아파트와 대비되어서인지 인상적이다.
청사포의 진가는 새해가 되면 더욱 짙게 드러난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물고기잡이를 하는 배와 포구를 지키는 빨간색과 하얀색 등대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아름답기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찾았던 날에는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져 일출을 볼 수 없었지만, 햇살이 드리운 바다의 풍경도 나쁘지 않아 해변을 따라 걸었다. 걷다 보면 산책에 나선 주민, 낚시를 즐기는 사람,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의 모습은 고요한 아침의 청사포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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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열차 타고 바다 여행
청사포는 철도와도 연관이 깊은 곳이다. 예전에 이 일대는 해운대 동해남부선 열차가 지나는 철길이 있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도 단 두 곳뿐인 해변 철길로, 그 경치가 아름다워 영화 촬영지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폐선이 되었고 방치되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옛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개발해 관광 목적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 그리하여 미포-청사포-송정역을 왕복으로 운행하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열차’가 개통되었다. 미포정거장-달맞이터널-해월전망대-청사포정거장-다릿돌전망대-구덕포-송정정거장을 왕복으로 지나는 해변열차는 2020년부터 운행을 시작하며 이곳에 오면 꼭 타봐야 하는 대표 열차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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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사포정거장에서 다릿돌전망대로 이어지는 구간은 이른바 ‘슬램덩크 포토존’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해변열차가 지나는 곳 너머로 청사포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명장면과 흡사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실제로 가서 보면 듣던 것 보다 더 이국적인 느낌이다. 슬램덩크 포토존에서 철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나오는 다릿돌전망대는 청사포의 또 다른 볼거리다. 해변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다릿돌전망대에서 하차해 이곳의 풍광을 즐기다 간다. 이름에는 슬픈 사연이 깃든 청사포. 하지만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 걸 보면 슬픔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기쁨이 감도는 듯하다. 푸른 뱀의 해에는 ‘새로운 시작과 발전’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한 해를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다면, 기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청사포로 가보자. 후회 없는 선택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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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에서 잠깐 쉬어가고 싶다면?
청사포역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58번길 121
해운대 해변열차 청사포 정거장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있는 카페 청사포역. 100년이 훌쩍 넘은 한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다. 정겨운 돌담과 기와, 빈티지한 한옥 가구, 작은 마당까지 어느 하나 눈길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흑임자 크림 라테, 크림 소보로 라테 인절미 쌀 와플 등 전통적인 음료와 디저트도 훌륭하다. 청사포에서 여기만큼 운치가 있는 카페가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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