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브랜드가 흥행시킨 굿즈
- 문화
- 2025. 2. 14.
무언가를 ‘덕질’해 본 경험이 있는지? 어떠한 인물이나 콘텐츠를 넘어, 최근에는 브랜드를 덕질하는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브랜드들은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 ‘브랜드 굿즈’는 고객과의 특별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회사나 대학교의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나 후드티처럼, 브랜드 굿즈는 단순한 소비 제품을 넘어 해당 브랜드의 팬이라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 모두의 호응을 이끌어 낸 소규모 브랜드들의 성공적인 굿즈 사례들을 카테고리별로 살펴본다.
글. 최용경
스몰브랜더 대표 & 편집장. 작은 브랜드를 위한 콘텐츠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스몰브랜더’를 운영한다. 스몰브랜더는 오래도록 그만의 가치를 빛내며 영속할 작은 브랜드를 발견해 그 이야기를 더 큰 세상에 알리고 있다.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에디션덴마크’ 티포트
Food & Beve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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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iondenmark
한눈에 보고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제품이야말로 성공적인 굿즈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 차 브랜드 ‘에디션덴마크’의 티포트는 이러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굿즈의 대표적 사례이다. 짧은 영상 속에 담긴 제품의 매력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잎차를 넣고 물을 부은 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차가 우려지는 간편함,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적절한 크기, 세련된 디자인, 모든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선물용으로도 손색없는 고급스러움까지 갖추었다. 커피 등의 음료 브랜드가 일반적으로 만드는 굿즈 컵과는 차별화된 제품을 기획한 것이다.
이 티포트는 기존 제품 라인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현재 에디션덴마크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에디션덴마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차와의 세트 구성을 통해 티포트의 활용도와 선물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우리 브랜드의 기존 제품과 함께 사용되는 굿즈를 만들더라도 한끗의 특별한 느낌을 가미한다면, 기존 고객은 브랜드에 더욱 매료될 것이고, 굿즈를 계기로 새로운 고객 또한 유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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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iondenmark
특유 감성 담아 진정성 있게 ‘우무’의 다양한 굿즈
Food & Beverage
이름조차 귀여운 ‘우무’는 제주 해녀들이 채취하는 우뭇가사리로 만든 푸딩으로 시작해, 현재는 비누와 선크림 등 코스메틱 제품까지 영역을 확장한 브랜드이다. 우무의 시그니처 제품인 푸딩은 방부제와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아 제주도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데, 이러한 희소성으로 많은 고객을 줄 세우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우무는 푸딩의 온라인 판매가 어렵다는 한계를, 브랜드만의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를 개발하여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극복했다. 그 결과, 에코백, 우산, 키링 등 특유의 감성이 담긴 제품들은 고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우무의 캐릭터 굿즈가 성공했던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우선,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충실한 제품을 기획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에코백의 경우, 우무 캐릭터가 돋보이도록 돌돌 말아 완성하는 섬세한 디테일을 살렸다.
또한, 우무는 이렇게 잘 기획된 제품을 재미있게 촬영하여 SNS로 소개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도 단순 스튜디오 사진만을 SNS에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 우무는 특유의 감성을 담은 제품 활용컷까지 담아, 고객들의 상상력을 북돋웠다. 게다가 “부족하기만 한 작은 푸딩 집이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것을 전 늘 기적이라 여기고 있습니다”와 같은 진정성 있는 메시지는 고객이 우무를 더욱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우무는 제주공항 팝업스토어와 제주은행과의 협업 등 다양한 기업들과의 전략적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확장했다. 이러한 대형 기업과의 협업은 우무의 캐릭터를 더 넓은 고객층에게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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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u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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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umu
찐팬만을 위한 한정판 굿즈 ‘동해형씨’의 반려동물 밥그릇
Food & Beverage
고객은 어떤 굿즈를 원할까? 이를 직접 고객에게 묻고 굿즈 기획에 반영한 브랜드가 있다. 반려동물을 위해 수산물 펫푸드를 만드는 ‘동해형씨’. 2023년 동해형씨는 고객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이벤트 기획 단계에서 동해형씨는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굿즈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리고 이를 고객에게 직접 묻는 고객 설문 조사와 소규모 고객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고객은 반려동물을 위한 도자기 브랜드 ‘클레드파’의 밥그릇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동해형씨는 클레드파의 밥그릇에 ‘Save the Sea with Pets’라는 브랜드 미션이 담긴 메시지를 새겨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한정판 굿즈를 완성했고, 동해형씨 제품을 구매한 팬들에게 선물로 증정했다. 고객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팬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를 굿즈로 만들어 제공하기까지··· 오직 찐팬만을 위한 굿즈로,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면 팬들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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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ea_brother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 담은 ‘요헤미티’의 동기부여 포스터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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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에서 신유빈 선수가 섭취하는 장면이 큰 화제를 모은 스포츠 뉴트리션 브랜드 ‘요헤미티’의 굿즈는 무척 특별하다. 요헤미티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는 지속가능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브랜드의 이러한 철학은 2024년 3월 한정 출시된 ‘동기부여 포스터’ 굿즈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이 포스터는 단순한 장식용 제품이 아닌,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경험형 굿즈이다. 매일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숫자를 이어 그리면 불꽃 모양이 완성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꾸준한 실천을 독려하는 특별한 디자인을 담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포스터가 2024 파리올림픽 이전에 출시되었다는 것이다. 올림픽 성화를 연상시키는 불꽃 디자인은 우연히도 올림픽에서의 뜻밖의 홍보 효과와 맞물려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실제로 올림픽 중계 화면에 포착된 신유빈 선수의 요헤미티 에너지 젤 섭취 장면은 브랜드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요헤미티 사례는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와 뛰어난 제품력을 갖춘 브랜드에게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특별한 도약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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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hemite
요헤미티 사례는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와
뛰어난 제품력을 갖춘 브랜드에게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특별한 도약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객 특성과 니즈를 정확히 반영한 ‘쉘코퍼레이션’의 워터보틀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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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l_corporation
‘한국의 파타고니아’를 표방하는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쉘코퍼레이션’은 여성을 위한 기능성 스포츠 양말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의 환경보호에 대한 진정성은 제품 패키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친환경 패키지나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사용하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전체 오염의 80%가 발생하니, 우리 함께 노력해봐요!”라는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와 함께 환경보호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브랜드 철학은 브랜드 굿즈에서도 빛을 발했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트라이탄 소재의 워터보틀 브랜드 ‘날진’과 협업해 특별한 워터보틀을 선보였고, 이는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쉘코퍼레이션의 굿즈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주요 고객인 여성을 위한 감각적인 디자인, 환경보호의 가치, 그리고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같은 스포츠 브랜드라 하더라도, 자사 고객의 특성과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굿즈를 기획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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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l_corporation
브랜드 웹사이트 방문을 유도하는 ‘뚜누’의 웨어러블 배경화면
Lif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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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의 콘텐츠를 굿즈로 활용한 사례가 있다. 바로 아티스트의 포스터를 판매하는 브랜드 ‘뚜누’이다. 뚜누는 판매하는 포스터를 휴대폰이나 웨어러블의 배경화면 이미지로 제작해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고객은 회원 가입 없이도 배경화면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는데, 제품을 구매할 때 이외에는 브랜드 웹사이트에 방문할 이유가 없는 고객들에게 아티스트의 작품을 담은 배경화면 이미지는 웹사이트 방문의 동인이 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애착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 고객이 매일 사용하는 휴대폰에 우리 브랜드의 이미지가 담기는 것이다.
당장 물성 있는 굿즈를 제작할 예산이 부족하다면 영리한 기획과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온라인 굿즈’를 고려해 보라. 누구나 다 하는 시시한 굿즈를 기획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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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nou.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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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컬러가 같은 ‘민음사’와 협업 ‘미온전’의 산책 가방
Lif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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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한다면 ‘미온전’의 ‘산책 가방’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산책 가방은 책 한 권이 알맞게 들어가는 사이즈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내장 책갈피 등 책을 가볍게 들고 나갈 수 있도록 제작된 가방이다. ‘민음사’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미온전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한 굿즈이다.
민음사의 시그니처 컬러가 들어간 한정판 산책 가방은 책으로 연결된 두 브랜드의 고객들에게 큰 반응을 얻었는데 덕분에 미온전을 잘 몰랐던 민음사의 고객층에게 브랜드를 알린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굿즈의 영향력을 더 퍼뜨리고 싶다면 내 고객의 취향과 비슷한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타깃이 비슷한 두 브랜드가 함께 만든 굿즈는 소장 욕구를 두 배, 세 배로 만들 수 있다.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굿즈는
브랜드와 고객을 이어주고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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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ums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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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umsa_books
프로스포츠 산업에도 유효할 굿즈 마케팅
여러 스몰 브랜드의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굿즈는 브랜드와 고객을 이어주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굿즈는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인데, 이러한 접근 방식은 프로스포츠 산업에도 유효할 것이다. 각 구단의 역사와 가치관을 담은 스토리를 굿즈에 녹여내고,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더욱 돈독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특성과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심한 접근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브랜드와 고객 간의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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