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에 함께하는 일상
- 컬럼
- 2025. 5. 13.
참고. 《하루 한 권, 생활 속 열 과학》 가지카와 다케노부 저ㅣ두루 《맛있다, 과학 때문에》 박용기 저ㅣ곰출판
우리는 매일 온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 온도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일상 속 온도 이야기를 알아본다.
체온계는 왜 42℃까지만 측정될까?

많은 사람들이 체온을 36.5℃로 알고 있지만, 이는 평균 수치에 해당한다. 실제로 사람의 체온은 36℃에서 37℃ 사이를 오가며, 이 범위 내에서 우리 몸은 가장 잘 기능한다. 물론 체온은 신체 부위, 시간, 나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범위가 우리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온도다.
그렇다면, 체온이 36℃에서 37℃를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단 2~3℃만 벗어나도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몸의 효소와 단백질이 파괴되고, 40℃를 넘으면 뇌에 손상이 발생한다. 42℃를 초과하면 체내 단백질이 굳어져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체온계는 42℃까지만 표시되는 것이다. 그 이상이 되면, 우리의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몇 년간 인간의 체온이 점차 낮아졌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6.5℃라는 체온은 어떻게 나온 수치일까? 1850년대 독일의 한 의사가 2만 5,000명의 체온을 측정해 평균 체온을 37℃로 추정했는데, 이는 무려 170여 년 전의 결과였다. 그 이후로 체온의 평균은 조금씩 내려가, 2020년대 초에는 사람들의 평균 체온이 약 0.6℃ 낮아졌다는 연구도 있다. 연구진들은 보건위생의 발전과 병원체 감염의 감소가 면역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그로 인해 체온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에어컨의 냉방과 난방이 가능한 이유는?

에어컨이 작동하려면 액체와 기체를 오가며 순환하는 물질인 ‘냉매’가 필요하다. 냉매는 에어컨의 압축기(실외기)로 이동하면서 압축되어 압력이 높아지고, 이때 냉매의 온도는 80~100℃까지 올라간다. 이 기체 상태의 냉매는 고온을 유지한 채 실외기 속 응축기로 이동한다. 실외기의 온도는 80~100℃로 한여름의 온도보다 더 높기 때문에 뜨거운 열을 방출하게 된다. 이 때 냉매의 온도와 압력이 내려가면서 기체는 액체로 변하게 된다.
냉매는 이제 실내기인 증발기로 이동하며, 실내의 뜨거운 공기와 만나면서 다시 기체로 변하게 된다. 이때도 기체로 변하려면 기화열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의 뜨거운 공기에서 열을 빼앗아 공기의 온도를 낮춘다. 그 결과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보면, 에어컨이 찬바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뜨거운 공기를 차가운 공기로 바꾸는 원리인 셈이다. 즉, 뜨거운 공기가 없다면 차가운 공기도 없다.
그렇다면 겨울철 난방은 어떻게 가능할까? 난방 기능이 있는 에어컨에서는 ‘4방밸브(4Way valve)’라는 장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4방밸브는 냉매의 흐름을 반대로 돌리도록 해 실외기와 실내기의 역할을 바꿔준다. 이 방식으로 냉방 기능을 하던 냉매의 순환 사이클이 정반대가 되어 실내의 차가운 공기를 뜨거운 공기로 바꾸어 난방이 이루어지게 된다. 결국, 냉난방 모두 가능한 이유는 냉매가 흐르는 방향을 바꾸는 간단한 시스템 덕분이다.

냉장고에 뜨거운 음식을 바로 넣어도 될까?

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이다. 뜨거운 음식을 바로 냉장고에 넣으면, 그 열기로 인해 냉장고 내부 온도가 상승하게 된다. 냉장고 온도가 올라가면 다른 음식들이 영향을 받아 맛이 변하거나 상할 수 있다. 게다가 급격한 온도 변화로 뜨거운 용기가 차가워지면서 열수축 현상이 일어나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가 깨지거나 금이 갈 수 있다. 또 하나, 뜨거운 음식을 냉장고에 넣으면 냉장고는 그 온도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 결국 에너지 낭비와 더 높은 전기세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냉장고에 넣기 전에 반드시 식혀야 한다.
그리고 냉장고에도 보관에 적합한 위치가 있다. 냉장고 문은 자주 열고 닫히기 때문에 온도 변화가 가장 큰 부분이다. 그래서 온도 변화에 민감한 식품을 보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대표적인 식품이 달걀이다. 달걀은 최적의 온도가 4℃로,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따라서 냉장고 문에 가까운 곳보다는 냉장고 안쪽,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또한 햄, 소시지, 베이컨, 어묵 등은 냉장실 안쪽, 온도가 가장 낮은 곳에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냉기 순환도 중요하다. 식품과 식품 사이, 또는 식품과 냉장고 벽 사이에 충분한 간격을 두어야 한다. 냉장실은 냉기 순환을 위해 70% 이하로 채우고, 냉동실은 냉기가 빠지지 않도록 80~90% 정도 채우는 것이 적당하다. 참고로 냉장실의 최적 온도는 5℃ 이하, 냉동실은 -18℃ 정도이다. 이렇게 적절한 온도와 보관 위치를 유지하면 음식도 더 신선하고, 냉장고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열을 가하면 맛있어진다?

캐러멜화는 당분이 포함된 식재료가 열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당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면서 고소하고 진한 갈색과 구수한 향을 만들어낸다. 마이야르 반응은 단백질과 당이 결합해 열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마이야르 반응도 캐러멜화와 비슷하게 구수한 향을 내고, 색도 갈색으로 변화시킨다. 이 반응은 약 176℃에서 활발하게 일어난다. 빵을 구울 때 오븐을 180℃로 예열하는 이유도 바로 이 온도에서 캐러멜화와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온도는 물이 끓는 100℃보다 높기 때문에 물로 조리하는 방법에서는 갈변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온도가 변화를 일으킨 음식 중, 우리가 매일 접하는 것 중 하나가 커피일 것이다. 커피의 생두는 원래 연두색을 띠는데,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갈색 원두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캐러멜화와 마이야르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로스팅을 오래 할수록 원두의 색과 향이 진해지지만, 그만큼 단맛은 약해진다. 생두가 열을 받으면서 내부 온도가 올라가고, 이때 생두는 무게가 감소하고 부피는 팽창한다. 이 과정에서 두 번의 균열이 발생하는데, 각각 약 190℃와 220℃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로스팅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온도와 시간이다. 생두의 종류에 따라 캐러멜화와 마이야르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라비카 원두는 로부스타 원두보다 당의 함량이 더 많아 더 진한 색을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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