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모든 걸 할 자유! 몰디브
- 여행
- 2021. 6. 25.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모든 걸 할 자유!
몰디브
하나의 섬에 하나의 리조트가 들어선 곳. 완전한 자유,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천국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섬, 바로 몰디브다.
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이슬람 국가 몰디브
몰디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푸른 바다 위 신기루처럼 떠 있는 섬 그리고 그 섬 하나를 온전히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리조트다. 우리가 생각하는 낙원의 풍경에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몰디브다. 하지만 멀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거쳐 몰디브 말레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말레국제공항에 도착하기도 쉽지 않았다. 활주로에 착륙하기 직전 비행기는 급상승했다. 폭우와 거센 바람으로 ‘복행’을 지시받은 것. 할 수 없이 하늘을 약 1시간 30분 동안 맴돌아야 했다. 말레국제공항 대기실에 발이 묶여 기다리길 또 두 시간.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리조트로 가는 수상비행기가 출발했다. 몰디브에는 대부분 섬 하나를 리조트 하나가 통째로 차지하는데 여행자들은 스피드보트(쾌속정)와 수상비행기 등을 이용해 목적지인 리조트로 간다.
몰디브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다. 인구의 99%가 무슬림이다. 헌법은 ‘무슬림이 아니면 몰디브 시민이 안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몰디브인은 성경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극형에 처해질 수 있다. 관광객 역시 성경책을 갖고 다닐 수 없다. 돼지고기와 술은 당연히 금지. 수영복을 입을 수도 없다. 하지만! 리조트 내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수영복을 입고 돼지고기 요리에 와인을 마셔도 된다.
여행자를 압도하는 아름다운 풍경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콘스탄스 할라베리 리조트는 그간의 수고를 모두 날려 버릴 만큼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했다. 너무나 찬란해서 눈 뜨기가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는 지금까지의 지독한 20시간의 여정을 2초 만에 잊게 해준다. 배에서 내려 에메랄드빛 라군 위로 지어진 워터빌라로 가는 나무 데크 길을 걷고 있으니 몰디브에 왜 진작 오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세상에는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나는 서울에서 단지 살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고 있었구나. 역시 인생의 목적은 일이 아니라 놀기 위한 데 있다.
일찍이 아시아를 탐험했던 마르코 폴로는 몰디브를 ‘인도양의 꽃’이라고 칭했다. 그냥 흔한 섬나라가 아니다. 해마다 100만 명이 코발트블루의 지상낙원을 경험하기 위해 몰려든다. 몰디브는 스리랑카 남서쪽으로 650km 지점 인도양 한가운데 뿌려진 산호섬 1,192개로 이루어져 있다. 몰디브를 ‘꽃의 섬’이라고 하는데 이는 몰디브 구역을 나누는 ‘아톨(Atol)’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고리 모양의 산호초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반지 고리 모양의 산호초 섬을 상상하면 된다. 이 거대한 산호초를 이정표 삼아 몰디브는 총 26개, 행정구역상으로는 19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몰디브는 섬 하나를 하나의 리조트로 개발하는 ‘1아일랜드 1리조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모두 100여 개의 섬에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리조트에서는 오직 놀고 먹고 쉬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마을도 없고 시장도 없다. 여행객과 리조트 직원 딱 두 종류의 사람만이 있다. 하루 세 끼 모두를 리조트에서 먹고 하루 종일 리조트 내에서 놀아야 한다. 스노클링과 윈드서핑 등 해양 레포츠를 즐기거나 하루 종일 백사장에 누워 책을 읽어도 좋다.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돌고래 워칭을 해도 된다. 와인 테이스팅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다. 하루만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
가장 즐거운 경험은 스노클링이다. 굳이 배를 타고 나갈 필요가 없다. 방문을 열고 나무계단 몇 개를 내려가면 된다. 워터빌라 앞에서 조금만 헤엄쳐 나가면 라군이 끝나고 리프가 시작되는 경계점. 리프는 해저 지면이 낭떠러지처럼 급격히 깊어지는 곳을 일컫는다. 멀리서 보면 갑자기 바다색이 짙푸르게 변하는 곳이 바로 리프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 접어들면 산호 군락 속에 숨어 사는 작은 열대어와 리프 너머에 모여 있는 물고기 떼가 갑자기 다가온다. 바다거북과 직접 눈을 맞출 수도 있다. 단 지켜야 할 수칙들도 있다. 산호초 밟기, 침전물 휘젓기, 해양 생물을 만지거나 뒤쫓기, 물고기 먹이 등이 금지된다. 모두 한글로 안내된다. 리조트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 있다. 가서 방 번호와 이름만 대면 아무 때나 빌릴 수 있다.
그마저도 귀찮으면 방 앞에 위치한 테라스에 있는 프라이빗 인피니티 풀에 들어가면 된다. 혼자서도 충분히 넉넉하게 즐길 만큼 넓어 굳이 리조트 메인 수영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깝게 느껴지는 곳
리조트 ‘콘스탄스 무푸시’는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조트다. 바다 위 떠 있는 수상 방갈로 형태의 워터빌라로 술을 포함해 각종 음료와 스낵, 음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선착장에 내리면 입구의 작은 팻말이 시선을 잡아끈다. ‘No News, No Shoes’라고 적혀있다. 천국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으로 이보다 적합한 말은 없는 것 같다. 리셉션에 도착하면 직원들이 신발을 담을 주머니와 슬리퍼를 가져다준다. 리조트 매니저는 슬리퍼도 번거롭다고 말한다. “맨발로 다니는 것이 제일 편하고 자유로워요. 천국은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되는 곳이죠.” 실제로 몇 시간만 맨발로 다니다 보면 신발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발에 밟히는 모래의 감각이 오히려 편하다.
오후 6시, 해변에 자리한 ‘토템바’에서 칵테일 클래스가 열렸다. 바텐더가 자리를 세팅하면 누구나 가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명예 바텐더 증명서’까지 발급해 준다. 각각 만든 칵테일을 비교하며 마시는 재미가 있다. 밤에는 ‘만타바’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 아찔한 불쇼도 볼거리.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스노클링이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영화 <니모를 찾아서> 보다 더한 장면이 펼쳐진다. 산호초 사이를 다니는 니모(흰동가리)와 도리(블루 탱)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 어느새 바다거북이 눈앞에 다가온다. 1m 가까이 되는 거북이가 헤엄치는 모습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돌고래 워칭도 해볼 수 있다. 돌고래는 몰디브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존재다. 배 옆구리를 따라 함께 달리는 돌고래를 보며 여행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몰디브에서의 하루 일과는 이랬다.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붉은 아침 햇살이 눈을 뜨게 만든다. 아침 9시가 되면 아침을 먹고 오전 내내 스노클링을 한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오후에는 다시 스노클링을 하거나 마사지를 받는다. 늦은 오후에는 잘 구워진 오징어와 참치를 먹으며 샴페인을 마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진다. 저녁이 와서 해변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것을 바라보며 차가운 맥주를 마신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날도 며칠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여행은 생을 잊는 그리고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몰디브 여행 팁
일정 정보: 몰디브에는 말레 시내 시간과 아일랜드 시간이 있다. 말레 시간으로는 한국과의 시차가 4시간, 아일랜드 시간으로는 3시간이다. 리조트마다 적용하는 시간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숙박 정보: 콘스탄스 할라베리는 신혼여행객에게 적합한 리조트다. 모든 빌라에는 개인용 풀과 테라스, 발코니가 딸려있고, 24시간 룸서비스도 제공한다. 무푸쉬는 할라베리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누리기 좋다. 무푸쉬의 가장 큰 장점은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다. 모든 식사와 미니바, 토템 바에서의 애프터눈티 서비스와 시그니처 음료, 칵테일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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