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컴퍼니. 송길영 부사장 인터뷰
- 사람
- 2021. 12. 3.
어떤 것도 ‘그냥’ 없는 세대와 프로스포츠가 교감하는 법
한 줄의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것이 좋아, 출판기획자로 일했다. 이후에는 중앙일보 폴인 에디터로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했다. 지금은 프리랜스 인터뷰어이자, 에디터로 살고 있다. 평생 읽고, 쓰고, 만드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꿈이다.
* VAIV Company / vaiv.kr
바이브컴퍼니는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생활변화를 관찰하며, 기업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한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는 2017~2018년 프로스포츠 소셜빅데이터 분석 사업을 협업했다.
글. 라일락 사진. 이동진
이전의 브랜드들이 다수와의 ‘넓고 얕은 관계’를 추구했다면, 요즘 브랜드는 자신의 가치에 공명하는 소수와 깊이 호흡한다. 소비자가 아닌 ‘팬’과 브랜드의 관계 맺기가 시작된 것이다. 소비자의 어떤 변화가 이런 현상을 불러온 것일까. 브랜드와 팬의 관계에서 프로스포츠가 살펴볼 점은 없을까. 파트너에서 나아가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 Z세대 팬들과 어떻게 하면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데이터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 10월 바이브컴퍼니 송길영 부사장을 만났다.
송 부사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빅데이터 전문가다. 블로그나 커뮤니티, SNS 등의 데이터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읽어낸다. 바이브컴퍼니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가죽재킷 대신 편안한 티셔츠 차림이었다. 뿔테 안경을 끼지 않은 모습이 낯설지만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송 부사장이 의자에 놓아둔 재킷 안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들며 말했다.
“장인이 숙련된 기술자라면, 크리에이터는 더 높은 형태의 이상을 구현하려는 사람들이에요. 크리에이터의 경지에 오른 소비자는 어떤 것도 ‘그냥’ 사는 게 없어요. 끼고 있는 안경 하나를 가지고서도 한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죠. 브랜드는 이런 소비자와 함께 성장해나가야 합니다.”
브랜드, ‘찐팬’과 함께 성장하려면
Q. 요즘은 팬이 브랜드를 무조건 따르는 대신, 브랜드와 함께 호흡하는 파트너 관계가 됐죠. 어떤 변화가 이런 현상을 만든 걸까요?
A. ‘필요’와 ‘애호’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좀 더 여유로워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죠. 필요가 충족되면 애호가 등장하는데요. 애호는 필요를 넘어서는 가치예요. 필요로 이어진 관계는 필요가 사라지는 순간, 빛이 바래고 맙니다. 그런데 애호로 맺어진 관계는 달라요. 애호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관계에는 본능적인 애착이 포함돼요. 무조건적인 사랑이죠. 또 하나, 애호로 맺어진 관계에는 역사가 포함됩니다.
Q. 팬덤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있었던 현상인데요. 요즘의 팬덤은 이전의 팬덤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이전의 팬들이 수용자였다면, 지금의 팬들은 발신자가 됐어요. 애호를 표현하는 방식이 넓어진 거죠. 이전에는 친구들에게 ‘나 그 경기 직관했어’라든지 ‘그 팀 굿즈 샀어’라고 이야기하는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걸 SNS에 찍어서 올리고, 그 사진이 멋져 보이면 다른 친구들이 퍼 나를 수 있는 구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발신자로서 확산의 방법이 생긴 거죠.
Q. 요즘의 팬덤과 관련해서 주목하고 계시는 브랜드가 있다면요?
A. 팬들이 스스로를 ‘~빠’라고 일컫는 브랜드들이 있어요. 애플이 대표적이죠. 아이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손에 가장 많이 들고 있을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친구한테 아이폰을 자랑할 때래요. (웃음) 그야말로 브랜드를 향한 근원적인 애정의 표현이죠.
Q. 올해 10월 출간하신 책 <그냥 하지 말라>에서 “모든 것이 메시지”라는 말씀을 하셨죠.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A. 그건 사람마다 달라요. 누군가는 자유, 누군가는 혁신, 또 다른 누군가는 남다름으로 애플을 바라보기도 하죠. 메시지란 주관적인 형태의 느낌입니다. 흥미로운 건 아이폰이라는 결과물이 그 모든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거예요.
데이터 전문가가 분석한 프로스포츠라는 ‘브랜드’
수많은 통로를 통해, ‘나는 아직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야 해요
송 부사장은 “지금은 프로스포츠 팬들의 열망이 응축된 시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려 있던 열망이 터져 나오면서 많은 수의 팬들이 프로스포츠를 찾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지금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시점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정상화되고, 더 자주 만나게 될 날을 준비해야죠. 나의 관심과 정성을 팬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하는 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의 책에는 ‘브랜드는 고민의 총량을 판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프로스포츠가 깊은 고민과 기다림의 시간을 끝내고, 경기장을 꽉 채운 팬들을 다시 만날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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