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의 부활 대세로 떠오르는 중고장터
- 컬럼
- 2022. 5. 23.
‘아나바다’의 부활
대세로 떠오르는 중고장터
그림.고세인
중고거래가 틈새시장을 넘어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최근 5년간 공유경제의 확대로 소비자의 가치관이 소유보다 사용으로 옮겨가면서 유통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소비 바람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이다. 이에 대기업들도 중고거래 플랫폼에 눈독을 들이면서 기존 유통 사업과 시너지를 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나날이 성장 중인 중고 플랫폼, 대기업의 러브콜까지
과거 경기불황 시절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으로 태동한 중고거래가 MZ세대에게는 새로운 소비문화이자 재테크 수단으로 진화했다. 중고장터에서 거래되는 물건은 소액 상품부터 고가품, 명품으로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로, 기존 유통업계를 위협하는 메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조 원 규모로, 거래가 본격 태동한 2008년보다 5배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이용자는 2015년 160만에서 2020년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 으레 범죄도 발생하기 마련인데 중고장터 내 사기 범죄 규모만 봐도 성장세를 실감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12만3,168건으로 2014년(4만5,877건) 대비 세 배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사기 피해액이 202억1,500만 원에서 897억5,400만 원으로 네 배 증가한 점을 볼 때 거래 금액 측면에서도 고성장을 이룬 셈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지만 중고거래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작년 기준 3대 중고거래 플랫폼의 가입자 수는 중고나라 2,400만 명, 당근마켓 2,100만 명, 번개장터 1,623만 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 거래액은 중고나라가 5조 원대로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는 아직 1조 원대로 추정된다.
중고거래 시장은 대기업의 참전으로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작년 3월 롯데그룹이 약 300억 원을 들여 중고나라 지분 95%가량을 공동 투자하면서 업계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신세계그룹 투자사는 올해 초 신한금융그룹, 미레에셋캐피탈 등과 함께 번개장터에 820억 원을 투자했다. 아직 대기업의 ‘입질’은 없지만 당근마켓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고는 ‘n차 신상’이죠.”… 가치소비의 MZ세대가 주축
중고거래 광풍의 중심에는 소유보다 사용·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있다. 기성세대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가격을 굳이 거래까지 해야 되나’라고 ‘체면’을 중시한다면 MZ세대들은 ‘가치소비’를 중시하면서 중고 물품 소비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단순히 값이 싸서가 아니라 본인이 지향하는 가치를 찾기 위해 중고장터에 들어오고 내 취향을 표현하기 위해 중고품을 사고파는 것을 ‘힙’한 생활로 생각한다는 것. 친환경 소비도 유사한 맥락이다. 의류 재활용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에 따르면 연구소가 주최하는 중고 의류 거래 파티에 MZ세대의 참석 비중이 높다. 여기에 특정 품목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디깅(Digging)’도 빼놓을 수 없다. 소위 ‘덕질’로 표현되는 소비 행위를 통해 본인의 취향, 취미 관련 소비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얘기다.
최근 중고거래는 점점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다. 중고품을 언택트로 사고팔 수 있는 중고거래 자판기 ‘파라바라’, 반경 1km 이내 아파트 주민을 타깃으로 한 ‘마켓빌리지’도 거래가 활발하다. 유아용품 전문 ‘땡큐마켓’, 스포츠용품 전문 ‘중고의 신’ 등 품목 위주의 플랫폼도 속속 등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들은 중고 상품이 여러 사람을 거쳤어도 상태만 좋으면 된다는 ‘n차 신상’이라고 표현한다”며 “희소 제품을 중심으로 활발한 리셀(재판매) 열풍도 중고거래 플랫폼 급부상에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단 중고거래 앱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대기업 입장에서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중고거래 장터에서 나오는 매출도 매출이지만 수많은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기존에 보유한 유통업체의 비즈니스에 잘 접목한다면 그야말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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