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스스로’를 위해 ‘서로’를 이해합시다! 낀 세대가 바라본 직장 내 세대 갈등

‘스스로’를 위해 ‘서로’를 이해합시다!
낀 세대가 바라본 직장 내 세대 갈등

왜 이렇게 상사는 꽉 막혔을까? 요새 신입은 왜 저리 이기적일까? 
오늘도 직장에서 사람으로 힘든 당신께, 슬기로운 세대 갈등 극복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글. 흔희 작가


낀 세대가 되고 보니 보이는 것들

저는 직장에서 낀 세대에 속합니다. 위로도 아래로도 층층인지라, 중간에 딱 끼인 세대죠. 낀 세대가 되고 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팀장님의 처진 어깨가 눈에 들어오고 한숨 소리가 신경 쓰입니다. 쌓인 일을 미루고 칼퇴하는 신입이 이해되는 한편 서운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점점 꼰대가 되어 가는 건가 혼란스러울 때도 있고요.

요즘 조직문화가 많이 유연해졌다지만, 여전히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간극은 크고 입장차는 여전합니다. 위계질서가 강한 직장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에 직급 간 차이까지 더해져 마찰이 심화되기도 하죠.

작년 가을쯤이었습니다.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외부업체 관계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행사를 기획했었죠. 아바타로 입장한 참여자들이 가상환경에서 대화를 나누고 준비된 영상을 보는 등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갑자기 예정에 없던 본부장님 참석 연락이 왔죠. 부랴부랴 가상공간에 입장할 아바타를 만들어 본부장님 입장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가상 세트장에 본부장님이 착석할 의자가 없었습니다. 이미 모든 의자가 만석이었거든요. 당장의 구조 변경은 불가능했고 앉아있는 사람을 내칠 수도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입사 3개월 차 신입사원 A의 호기로운 한 마디가 제 폐부를 찔렀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가상공간이고 아바타인데 꼭 자리에 앉으셔야 할까요?
실제로 서 계시는 것도 아니고요.”

순간 그녀의 말 한마디에 싸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모두 벙찐 채로 아무 말 하지 못했죠. 팀장님은 ‘본부장님을 어떻게 서 계시게 하느냐’며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결국 팀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가까스로 착석을 도왔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A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표정이었고, 팀장님은 연신 혀를 끌끌 차셨죠. 양쪽 입장 모두가 이해되는 저만 중간에서 안절부절못할 뿐이었습니다.

사실 A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행사 진행 흐름을 깨는 과도한 의전이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요. 일만 잘 진행되면 되지 불필요한 의전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의사결정은 왜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내려지는지 납득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랫세대에서 이해하기 힘든 건 비단 이뿐만이 아닙니다.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줄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다닐지도 모르는데 왜 조직에 헌신하기를 바라는지. 퇴근하고 자기계발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왜 저녁 회식을 강요하는지, 윗세대의 생각이나 행동이 도무지 수긍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의전을 신경 써야 하는 팀장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맡은 일만 한다고 끝이 아니라 조직생활에는 무릇 지켜야 할 예의와 법도가 있는데 왜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건지 답답하셨을 겁니다. 말을 안 해 그렇지 윗세대 입장에서도 할 말이야 많습니다. 지시사항은 계속 내려오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성과를 내야 하는데 요즘 직원들은 왜 이기적으로 제 잇속만 챙기려 드는지. 본인 할 일도 안 해놓고 왜 정시 퇴근 권리를 부르짖는지, 꼰대 소리 들을까 조심스레 말을 꺼내보지만 돌아오는 날 선 반응에 상처받기도 수차례입니다.

 

주어를 상대가 아닌 ‘나’로 바꿔보기

직장 내 세대 갈등은 개인적·환경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그중 개인적 요인은 당사자 간의 갈등입니다. 서로 이해하지 않으려는 입장을 취하여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인데요. 윗세대에서 얘기하는 건 전부 고루한 꼰대 잔소리라고 치부하는 아랫세대도 문제지만, 아랫세대와 소통하길 거부하고 직장에 무조건적으로 충성하길 원하는 윗세대의 잘못도 분명히 있습니다.

사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상적인 방안은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겁니다. 하지만 납득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를 이해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를 좀 주는 겁니다. 주어를 상대가 아닌 ‘나’로 바꿔보는 거죠.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게 유리한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행동해볼 수 있습니다.

아랫세대의 경우 지금의 괴로움을 앞으로 성장하기 위한 연습 과정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언젠가는 내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예습한다 치는 겁니다. ‘내가 나중에 관리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할까’에 초점을 맞추어 윗세대를 관찰해보는 거죠. 잘한 건 벤치마킹하고, 못한 건 반면교사 삼는 겁니다. 상대를 위해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갈등도 좀 더 수월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윗세대의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아랫세대 문화에 젖어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윗세대 입장에서 세대 간 화합을 필요로 하는 궁극적 이유는 ‘성과’ 때문이지 않나요? 그러니까 힘들더라도 부하직원의 협조를 위해 노력해보는 겁니다. 세대 간 단합이 잘되어야 실적도 잘 나올 것이고, 그래야 인사고과를 잘 받아 승진도 할 수 있겠죠. 틈틈이 드라마나 예능 등 그들의 문화를 향유하며 아랫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어라 마셔라 회식하거나 1박 2일 워크숍에 가는 게 단합의 유일한 방법이 아닙니다. 단합은 억지로 이루는 게 아니라 이뤄지는 겁니다. 정말 마음이 통한다면 시키지 않아도 아랫세대가 찾아옵니다.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삶의 지혜와 조언이 듣고 싶어서 말이죠.

 

합리적인 조직문화는 디폴트

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환경적 요인, 즉 조직 차원의 변화 역시 중요합니다. 개인은 조직의 관리체계, 업무 분장, 보상체계 등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조직 입장에서도 세대 간 갈등은 필수 해결 과제입니다. 갈등에는 인재의 이탈 등 각종 해결 비용이 수반되기도 하고요. 이를 알기에 수평적인 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용인하는 조직 또한 존재합니다.

합리적인 조직문화는 단기간에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지금 세대 갈등으로 괴로우시다면 조직 차원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다녀야 할 직장이라면 냉정히 판단하여 실리적으로 행동해보는 겁니다. 상대방이나 조직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위해 ‘서로’를 이해합시다!

 

[출처 : 감정평가 웹진 봄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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