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는 지구촌

[출처 : KEPCO 한국전력공사 9월호 웹진 바로가기]

 

요즘 한전 직원들은 억울하다.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를 구해 어렵게 요금 인상을 했음에도 여전히 전기요금은 원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서민들의 원성은 자자하기 때문이다. “한전 빚 200조 넘었다. 한 달 이자만 2,000억”, “전기료 폭탄 고지서 온다” 등 자극적인 문구의 회사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쓰릴 뿐이다. 기후변화, 전쟁 등으로 앞으로도 전기요금이 계속 오를 전망인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글. 노경현 경영연구원 전력정책분석팀 차장

 

 



러-우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

파리의 명소 에펠탑의 조명이 꺼졌다. 폭염 속에도 에어컨 사용은 제한되고, 신호등이 꺼진 지역도 있으며, 샤워도 마음껏 할 수 없다. 거리 곳곳에는 폭등한 에너지 요금 지불을 보이콧하는 ‘Don’t Pay’ 시위가 한창이다. 작년 이맘때쯤 혼란스러웠던 유럽의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공급 감소에 따른에너지 위기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가스 비축량을 조기 확보했으나, 에너지 공급 측면 노력만으로는 에너지 수급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공급 확대 정책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쟁 직전인 2021년 기준 유럽의 총 천연가스 소비량은 571Bcm(Billion cubic meter)이었으며, PNG(Pipeline Natural Gas)가 41%, 자체 생산이 40%, LNG(Liquefied Natural Gas) 수입이 19% 비중이었다. 이 중 PNG 대부분을 러시아 수입에 의존(EU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2021년 10월 기준 33%에서 2022년 10월 8%로 급감)해 왔는데, 당장 대규모 물량의 수입처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설령 바다 건너 타 국가에서 LNG를 수입하더라도 부족한 LNG 터미널과 저장탱크 등 관련 설비 용량을 단시간 내에 확보하기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결과로 가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유럽의 가스 가격은 2022년 8월 한때 MMBtu당 $98.7까지 폭등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기기 효율을 높이는 수요 측면 정책이 대안으로 부각 되었다.


소등된 에펠탑 / 절약형 샤워헤드 포스터 /  영국 Don’t Pay 시위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는 지구촌…
“에너지 소비를 줄여라!”

수요 측면 에너지 정책이 원활히 시행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요금의 가격시그널 기능이 담보되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전기요금 결정 시 원가주의에 입각하여 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기요금에 전가되어 왔고, 지난 2년간(2021~2022년) 가스 가격상승에 따라 스페인 340%, 영국 149%, 이탈리아 122% 등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었다. 유럽 각국은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유지하는 대신 전기요금에 함께 부과되는 각종 부과금·세금 조정 및 정부 재정을 활용한 취약계층 직접 지원 등을 통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하였다.


또한 유럽은 다양한 에너지 소비 규제 및 절약 캠페인을 시행하여 적극적인 소비자의 인식 및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였다. 유럽 각국은 공공조명 점등, 냉난방 온도 제한, 개문 냉난방 영업 금지 등을 정책적으로 강제함과 동시에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함께 시행하였다. 이때부터 프랑스 최대 관광명소인 에펠탑의 야간조명 점등 시간이 단축되었고, 사우나를 즐기는 핀란드에서는 사우나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고, 스위스에서는 뚜껑을 덮고 요리하는 등 유럽 각지에서 웃지 못 할 풍경이 이어졌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이러한 에너지 절감 노력 덕분에 2021년 증가했던 유럽 주요국의 전력수요가 2022년에 하락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EU 집행위도 각국의 긴급조치들에 힘입어 에너지 시장 수급 상황이 상당 수준 개선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에너지 위기는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유럽의 LNG 수요 증가 등에 따라 2020년 5월 MMBtu당 적게는 2달러를 밑돌던 동북아 가스가격(JKM(Japan Korea Marker : 동북아시아로 공급되는 현물 LNG 가스 가격 벤치마크) 지수)이 2022년 8월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세계 에너지 시장 가격이 요동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이에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도 유럽과 유사하게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에너지 소비 절감 정책·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은 에너지 가격상승에 따라 전력사 별로 연료비를 인상하는 등 자율적으로 조정해왔고, 연료비를 지속적으로 조정한 결과 2022년 9월 연료비 조정폭 상한에 도달하기도 하였다. 2023년 5월에는 2021년 대비 대부분 전력사의 저압 규제 전기요금은 45∼73%에 이르는 상승 폭을 보였다. 또한 동·하계 절전 프로그램 참여 시 정부 재원을 활용하여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가격 시그널을 유지하면서 수요감축 정책도 함께 시행하였다. 한편 대만은 요금 인상을 하되 재정(전기요금 안정화 기금)을 투입하여 물가 인상을 최소화하였고, 기업에 에너지절약 책임을 부여하는 등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였다.

 



에너지절약은 지속 가능한가?

당장의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국은 다양한 에너지절약 정책 및 취약계층 지원정책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개인·기업의 희생과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지원을 위해 소요되는 국가재정의 한계 때문에 지속이 쉽지 않다. 최근 EU 집행위도 각국에서 시행해온 에너지 관련 긴급 조치들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다. 이번 에너지 위기가 끝나더라도 높은 에너지 가격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며 가스 등 화석연료 수급이 불안정하고, 향후 탄소중립 이행비용 증가 등으로 저렴한 에너지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에너지 위기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지속 가능하고 구조적인 에너지 소비 체질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IEA에서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으로 꼽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실현 가능하다. 소비자는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면서도 효용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어컨을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하면 같은 냉방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전기 사용량을 줄여 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또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면 요금이 저렴한 밤에 충전하고 비싼 낮에 사용하여 사용량은 유지하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022년 5월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REPower EU’ 계획은 중장기 에너지 효율화를 강화한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만하다. 건축물·산업·교통 분야의 에너지 효율화 촉진을 통해 2030년 내 에너지 소비의 13%(6억 5,000만 석유환산톤(TOE) 절감에 해당) 감축(2020년 기준 예측치 대비)을 목표로 설정하였고, 목표 달성을 위한 560억 유로(약 81조 원)의 신규 투자는 에너지 효율화 산업 활성화를 견인할 것이다. IEA는 REPower EU 외 미국의 IRA, 일본의 GX(Green Transformation: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화석연료 중심 산업구조에서 청정에너지 중심 산업구조로의 전환 운동) Initiative 등 다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효율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2050년까지 6백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우리나라는 에너지자급률이 약 18%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아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체 에너지 수입액이 전년 대비 1.7배 증가(에너지 수입액 2021년 $1,124억에서 2022년 $1,908억으로 70% 급증)하였으며,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 수준인 472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럽과 같은 적극적인 에너지절약 캠페인이나 에너지효율 개선 노력이 부족했고, 그 결과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 기간임에도 전력 사용량이 전년 대비 2.7% 증가하였다.(유럽의 전력 소비량은 전년 대비 3% 감소)

이는 에너지 공기업이 요금 인상 요인을 막대한 부채로 흡수하는 방파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 공기업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협할 정도의 막대한 적자(한전: 2021∼2023.1Q 누적 적자 52.3조 원, 가스공사 : 2023년 1Q 기준 누적 미수금 11.6조 원)를 안게 되었다. 에너지 공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는 적기 투자를 저해하고 에너지 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하여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기후위기 대응·해외 원전 수출 등 국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공기업을 활용한 가격통제 정책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너지효율 개선은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성장도 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시그널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 가격시그널 회복 없이는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편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 및 산업 생태계 형성이 곤란하고, 에너지효율 시장 및 생태계 활성화 없이는 경쟁력 있는 에너지효율 서비스의 품질·가격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늦지 않게 요금을 정상화하고 에너지 효율화에 사회적 자원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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