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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바라요 <갯마을 차차차> 신하은 작가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매거진> Vol.30 웹진]

 

세계인이 사랑하는 K-드라마 K-콘텐츠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드라마 속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갯마을 차차차> 신하은 작가로부터 드라마 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 K-콘텐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배수은 기자 사진 제공. 신하은 작가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드라마 쓰는 신하은입니다. 작가라고 불리지만, 제 입으로 작가라고 말하는 건 아직 어색합니다. 2017년 tvN <아르곤> 공동 집필로 드라마를 시작했고, 2018년 tvN 드라마 스테이지 <문집>, 2019년 tvN <왕이 된 남자> 공동 집필을 거쳐, 2021년 tvN <갯마을 차차차>를 썼습니다.

시를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시를 쓰다 스토리, 드라마를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시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정도로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원래 저는 드라마 키즈이자 백일장 키즈였어요. 어릴 때부터 드라마를 너무 좋아했고, 읽고 쓰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백일장에 나가면 저는 소설 대신 시를 썼어요. 시는 단숨에 써 내려갈 수 있는 게 좋았고, 그 짧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포획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의 ‘정수’처럼 느껴졌어요.

자연히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는데, 문예 창작 수업이 거의 없더라고요.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몇 년 간 휴학을 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결론은 전 문학적 인간이 아니라 대중문화 콘텐츠 친화적 인간이란 거였어요. 고민 끝에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에 들어가면서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쓰게 됐습니다.

 

ⓒtvN 제공
CJ ENM이 운영하는 신인 창작자 발굴, 육성 프로젝트인 오펜(O’PEN)에 당선되자마자 이윤정 PD와 함께 일할 기회를 얻었어요. 작가님의 어떤 부분이 신인 작가를 <아르곤>에 참여시키게 된 이유가 되었을까요?

제가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적절한 답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께서 가능성을 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운 좋게도 드라마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빨리 당선되기도 했고, 사실 제 당선작은 제가 세 번째인가 네 번째인가 써본 대본이었거든요? 게다가 말 그대로 습작인 상태였고요. 몇 달 후, 당선 전화를 받고 기뻐하며 무슨 작품이 당선됐냐고 담당자님께 물어봤다가 당선작 제목을 듣고 멍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이 작품이 왜 당선된 거지’ 싶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심사위원 평이 좋았다더라고요. 그 최종심 자리에 이윤정 감독님도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작가 지망생분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늘 얘기해요. “뭐가 당선될지 모르니 너무 엄격하게 자기 검열하지 말고, 일단 용감하게 내고 봐라.”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드라마 작가란 어떤 일인 것 같나요?

드라마를 쓴다는 건 사람을 연구하는 일 같아요. 드라마 속 캐릭터들도 사람, 드라마 스토리도 사람들 이야기, 작가도 시청자도 사람. 결국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작업이죠. 사람 이야기를 얼마나 흥미롭게, 이입이 가능하게 만드느냐가 결국 이 일의 핵심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영감, 아이디어가 필요하고요. 그런데 이 아이디어가 기다린다고 찾아와주지는 않기 때문에 열심히 캐러 다녀야 해요. 책도 읽고, 수다도 떨고, 낯선 곳으로 여행도 가고, 시장에 가서 사람들도 보고. 그렇게 사람들을 계속 보면 사람이 예뻐 보여요. 이해가 되고 관심이 생겨요. 아이디어도 결국 여기로부터 나오고요.

다음에는 이 산발적인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조립해야 해요. 미니시리즈를 예로 들면, 보통 한 이야기를 16개 회차로 끌고 가는데 이걸 단숨에 써 내려갈 순 없어요. 분석과 계산을 통해 플롯을 짜고 캐릭터를 배치합니다. 사람 마음에 가장 가까이 닿아야 하지만, 사실 그 과정은 굉장히 과학적이랄까요. 이게 바로 작가가 작법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고요. 드라마 작가는 감성과 이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사람을 연구하는 설계자’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스튜디오드래곤
드라마 작가의 일상적인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딱히 루틴이 있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눈 뜨고 글 쓰고, 밥 먹고 다시 글 쓰고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특이점이 있다면, 저는 하루 작업량을 미리 정해둡니다. 제가 공동 집필로 드라마 작업을 시작해서, 늘 일정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비교적 빠르게 균일한 속도와 에너지로 작업하는 습관을 들인 것 같아요. 사실 작가라면 자기 글이 가장 완전해졌을 때 내놓고 싶은 욕망이 있거든요? 그런데 스케줄이 빠듯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경험이 많다 보니,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일찍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오늘은 좀 대사가 별론데? 잘 안 써지는데? 싶은 날도 그냥 일단 어떻게든 써요. 몇 날 며칠 백지랑 눈싸움하느니 ‘후진’ 밑그림이라도 그려놓고 수정하는 게 생산적이란 걸 알거든요. 이제는 혼자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런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졌어요. 그래도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대본 회차 들어갈 때마다 마감일을 정해두고, 그 일정에 맞춰 쓰는 편이에요.

작가님의 <갯마을 차차차>의 경우 등장인물이 많고, 저마다 스토리를 갖고 있어요. 이렇게 세계가 넓어지고 인물이 많으면 그 각각의 얼개를 다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갯마을 차차차> 기획 의도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리얼 휴먼 스토리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이라는 무대에 오르고, 그 위에서만큼은 오직 자신이 주인공이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 가치가 있다는 것을, 때론 진주보다 햇볕에 반짝이는 모래알이 더 빛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상이 밀려온다.’

이 목적에 부합하는 작품을 쓰고자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드라마 특성상 모든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쉽지도, 그리 바람직하지도 않아요. 시청자들이 주인공을 따라가며 극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조연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놓되, 주인공의 서사와 감정선과 함께 녹아들 수 있도록 스토리를 엮어서 설계했어요. 당연히 어려운 작업이었고, 밸런스 조절에 대한 아쉬움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 드라마의 모든 배우들이 극 중에서 자신만의 핀 조명을 받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갯마을 차차차>의 한 장면 ⓒ스튜디오드래곤
오펜이라는 곳에서 일을 시작했고 이후로도 함께 작업하신 시간이 길었어요. 작가님에게 오펜은 어떤 곳인가요?

진부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데, 오펜은 제게 ‘마음의 고향’, ‘안식처’ 같은 느낌이 있어요. 제가 오펜 1기인데, 뭔지도 잘 모르고 작품을 냈다가 덜컥 당선된 거예요. 지금은 수많은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공모전 중 하나로 꼽히는 오펜이지만, 그때는 첫해라서 CJ가 주최한다니 큰 공모전 같긴 한데 1회라 미래도 불투명해 보이고, 20명이나 뽑는다니 권위도 떨어져 보이고, 사실 좀 불안했죠.(웃음) 게다가 전 다른 작품으로 JTBC 공모전 최종 심사에도 올라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JTBC도 당선이 됐는데 인턴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없어 오펜에 남게 됐어요.

‘콘텐츠의 홍수’라고 불리는 시기입니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볼거리가 너무 많은 세상이죠. 매주 시간 맞춰 정자세로 TV 앞에 앉아 70분씩 드라마를 보는 시청층이 줄어드는 것도 이해가 돼요.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드라마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고단한 일과 뒤에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일상적이고 따뜻한 루틴의 힘을 믿어요. 나중에 완결된 뒤 OTT로 즐겁게 몰아보기를 하는 시간도 귀한 소비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세상에 사람들이 생겨난 이래로, 이야기가 사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갯마을 차차차>의 한 장면 ⓒ스튜디오드래곤
K-콘텐츠 K-드라마의 저력,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K-콘텐츠의 저력을 말하기는 벅찰 것 같고, 드라마에 국한시켜 생각해본다면 ‘다양성’인 것 같아요. 과거에는 K-드라마가 주로 로맨스 위주였는데, 지금은 전 장르를 골고루 잘 하지 않나 싶어요. 저도 작가인 동시에 시청자로서 감탄하면서 보거든요. 실제로 능력 있는 창작자들이 계속 배출되고, 변화나 도전에 망설임이 없다 보니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젠 넷플릭스에서도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결과가 수치화되면서 부담도 늘어나고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를 만들 때 ‘해외를 겨냥해야지’, ‘글로벌은 이런 게 먹히지 않을까’ 하며 의식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전 한국적이라는 말이 지엽적이란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K’라는 대문자가 붙었을 때 오히려 고유하고 특별해 보이죠. 다른 문화권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풍부한 정서, 세련된 외피, 뛰어난 만듦새를 지녔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반향이 있는 것 아닐까요.

다음 작품을 막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각오 한마디 들려주세요

아마 내년에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만큼 기대가 되고 떨리기도 하는데요. 엄마도 친구도 아들도 다 같이 볼 수 있는 드라마, 지친 하루 끝에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드라마,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매거진> Vol.30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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