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그리고 다이소
- 경제
- 2025. 3. 12.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 역시 초저가 상품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초저가 경쟁을 이끌고 있는 세 개 기업의 전략을 들여다본다.
글. 김현정
김현정 선임 컨설턴트는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에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는 국내외 기업·브랜드의 Iconic Moves를 위해 최적의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침착맨 유튜브
테무나 알리 익스프레스 등 중국 쇼핑 플랫폼에서
구입한 상품을 언박싱하는 행위를 이르는
‘테무깡’, ‘알리깡’ 콘텐츠가 한동안 유튜브를 포함한
각종 소셜미디어를 휩쓸었다.
재미있다, 밈이 된다!
차이나 커머스
테무(Temu)나 알리 익스프레스(AliExpress, 이하 알리) 등 중국 쇼핑 플랫폼에서 구입한 상품을 언박싱하는 행위를 이르는 ‘테무깡’, ‘알리깡’ 콘텐츠가 한동안 유튜브를 포함한 각종 소셜미디어를 휩쓸었다. 초저가 차이나 커머스를 재미 삼아 즐기기 시작하는 분위기 속에 이용자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7월, 알리와 테무 애플리케이션의 합산 월 사용자 수는 1,601만 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236% 증가했다고 한다.
무서운 성장세 속에 ‘테무 장원영’ 등 ‘테무 OOO’라는 말도 하나의 인터넷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OOO과 조금 닮거나 하위 버전을 칭할 때 사용하는 말인데, 실제 기사에서도 이 키워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이러한 키워드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밈으로까지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테무, 알리가 대표하는 차이나 커머스는 출시 직후부터 품질 논란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내가 구매한 상품과 전혀 다른 상품이 배송되거나,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어딘가 하자가 있는 상품이 와서 당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영상이 인기다.
이러한 품질 논란에도 사람들은 폭넓은 선택지가 있고, 저렴하다는 특징에 집중한다. 간혹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의 제품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오는 희열도 크다고.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테무나 알리를 찾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는다.

©알리 익스프레스

©알리 익스프레스
폭넓은 선택지, 저렴한 가격,
그다음은?
차이나 커머스 플랫폼들은 국내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2023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한국 진출에 나섰다.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알리는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이 전략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마동석과 탕웨이를 모델로 기용해 TV 광고부터 여러 옥외 매체, 소셜미디어까지 소비자 접점을 촘촘하게 짜고, 브랜드를 노출하고 있다.
테무는 인플루언서 협업을 활성화했다.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서비스 이용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협업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에 자주 올라오며 다른 인플루언서의 추가 콘텐츠 생산까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또, 우리나라 사례는 아니지만, 미국에선 올해 슈퍼볼 광고도 진행했다. 광고비로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한다. 알리 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 그룹, 테무의 모기업인 핀둬둬의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테무의 슈퍼볼 광고 ©테무
우리나라에도 있잖아,
다이소
전 세계 커머스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차이나 커머스 플랫폼. 이들이 뜨거운 감자라,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사실 테무, 알리 이전에 다이소(daiso)가 있다. ‘뭐든지 다 있는 다이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이소에는 선택지가 많고, 가격 역시 저렴하다. 더불어 생활필수품에서 시작해 소비자 필요에 맞춰 카테고리를 점점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 협업도 많이 하고, 유명 IP를 활용한 한정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뷰티 브랜드 VT의 대란 아이템 리들샷을 다이소 전용으로 제작해 판매하면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원래 50ml에 3만 원대 제품인데, 다이소에서는 12ml에 3,000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 리들샷은 미세침을 활용한 피부관리 제품이라 사용하기 두려워 하는 소비자도 있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도 호감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이소는 VT 외에도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의 기업과 협업하고,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나고, 제품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다이소 오픈런을 하기도 한다.
초저가 전략으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훔친 차이나 커머스와 다이소는 닮은 듯 다르다.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소비자에게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고르는 재미를 주는 점,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점은 비슷하다.
여기에 경영이념 중 하나로 ‘품질 중심 경영’을 내세우는 다이소는 가격 대비 높은 품질과 경험 제공으로 고객의 방문과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경영이념의 실천을 위해 국제표준 요구사항을 만족하고,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서도 받았다.






©아성다이소
사람들은 언제까지
테무깡을 할까?
중국 내부에서 차이나 커머스가 지금처럼 저가 이미지로 계속 가서는 안 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가격 경쟁력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으나, 앞으로 저가 전략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정부에서도 품질 중심의 전략을 강조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계획과 규제 마련에 나서고 있다. 테무와 알리도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펼치겠다 밝혔는데, 셀러와 제품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품질 검사를 진행한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요노(YONO)’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You Only Live Once를 뜻하는 ‘욜로(YOLO)’가 가고,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이다. 요노는 You Only Need One의 줄임말로, 꼭 필요한 것만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소비 행태를 의미한다. 요노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격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단순히 가격만 저렴하다고 구매를 결정하진 않는다. 나에게 꼭 필요하고,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전달해 준다면 그에 따른 비용은 흔쾌히 지불하려는 의사를 보인다. 이는 가격 경쟁력만을 강조하는 저가 이미지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나 커머스가 품질 향상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플랫폼 유저 록인(lock-in)을 위해서도 필수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품질 개선이 이루어지면, 단순히 조회수만을 목적으로 하는 화제 몰이용 영상이 아닌, 정말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언박싱 영상도 점점 많이 쌓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브랜드에 대한 긍정 인식이 쌓이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글로벌 소비자의 지갑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불확실한 세상을 살고 있는 소비자들이 믿고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요노’는 꼭 필요한 것만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소비 행태를 의미한다.
이들은 단순히 가격만 저렴하다고
구매를 결정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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