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미나리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2020년 선댄스 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에서 시작해 2021년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십 개가 훨씬 넘는 상을 받았다. 오는 4월 26일 열릴 예정인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러 부문의 후보에 지명되고 나아가 수상까지 기대되는 영화 <미나리>를 소개한다.
글. 김경욱 영화평론가 사진 제공. 지니스커뮤니케이션
한국인 이민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
영화 <미나리>는 제이콥(스티븐 연) 가족이 미국 아칸소주 시골 마을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제이콥은 구입 한 땅에서 농장을 일구려고 악전고투하지만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다시 도시로 가자고 주장한다. 그동안 너무 오래 고생을 한 데다 심장이 좋지 않은 둘째 아들 데이비드가 걱정이다. 게다가 농사로 돈을 벌기는 커녕 계속 돈만 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의견 차이로 끊임없이 충돌한다. 정이삭 감독은 인물들이 겪는 여러 가지 극적 상황을 담담하게 연출해낸다.
<미나리>가 가진 것 없는 이민자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는 이야기만으로 진행되었다면 다소 뻔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힘은 외할머니 순자(윤여정)가 이끌어가는 서브플롯에서 나온다. 아이들을 봐주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외할머니가 등장하면서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에 유머와 웃음 그리고 감동 어린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영화의 주인공은 제이콥이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외할머니인 순자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데이비드는 한국에서 온 할머니가 미국 할머니와 다르다며 싫어한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할머니와 같은 방을 써야 하는 데다가 일하러 나간 부모 대신에 할머니와 티격태격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어느 날, 할머니는 뇌졸중에 걸리게 되고,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실수로 제이콥의 농산물 창고에 불을 내게 된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할머니는 가족을 떠나려는 듯 집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이때, 심장이 좋지 않아 잘 뛰지 못하는 데이비드는 옆에 누나가 있는데도 자신이 할머니를 잡으려고 전력질주한다. 데이비드는 할머니를 막아 세우며 외친다. “할머니, 가지 마세요. 우리랑 같이 집으로 가요.” 할머니와 두 손주가 손을 잡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영화 속 장면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보이는 게 안 보이는 것보다 더 나은 거야. 숨어 있는 게 더 위험하고 무서운 거란다.
할머니의 ‘미나리’에 담긴 메시지
<미나리>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미나리’이다. 미나리는 제이콥이 아니라, 할머니가 한국에서 씨를 가져와 집 주변의 계곡에 뿌린 것이다. 제이콥이 농장에 심는 작물은 키우기가 너무 힘든데 할머니의 미나리는 아무도 돌보지 않았는데도 잘만 자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제이콥은 데이비드와 함께 무성하게 자라난 미나리를 본다. 그는 미나리를 캐면서 다시 희망을 품는다. 미나리도 잘 자라는데 사람이 못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끈질긴 생명력으로 미국 땅에서 뿌리를 내리는 미나리는 한국인 제이콥 가족이 끊임없는 시련 속에서도 결국 정착해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나리 Minari
개봉 2021년 3월 3일
감독 정이삭 /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1980년대 미국, 제이콥은 가족을 이끌고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로 이주한다. 10년 전, 아내 모니카와 함께 한국에서 이민 온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며 돈을 벌어왔지만, 앞으로는 농장을 잘 키워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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