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손은 위대하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특수분장사를 보면 인간의 한계는 대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생각에 빠진다. 적어도 특수분장사가 있는 한, 상상 그 너머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리의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Words. 김효정 Photographs. 고석운
Q. 직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특수분장사는 말 그대로 특수한 분장을 하는 직업입니다. 실리콘이나 라텍스, 더마왁스와 같은 재료를 얼굴에 붙여서 괴물이나, 노인, 살찐 사람 등을 만들어내죠. 이 밖에도 돌이나 망치, 창과 같은 물건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액션 신이 필요한 영화를 촬영할 때, 실제로 무언가를 가격하는 장면을 찍으려면 말랑말랑하게 제작한 안전 소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거든요. 또 의학 드라마에서는 인간의 장기를 비롯한 신체의 다양한 부위가 필요하잖아요. 이런 모든 것이 특수분장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죠.
최주형 특수분장사
최주형 특수분장사 / 전 CELL Tec hnical Art Studio(2014~2019) 특수분장 팀장 / 현 theQV SFX 특수분장 실장
Q. 특수분장사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특히 <터미네이터>, <쥬라기 공원>, <에어리언> 같은 SF영화에 열광했죠. 어린 마음에 현실에 없을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며 흥미를 가졌던 것 같아요. 대학교는 건축과를 가게 되었는데, 우연히 영화 촬영장에서 특수분장팀이 자신들이 만든 모형을 가지고 브리핑하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이거다 싶었죠.
Q. 특수분장사가 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학원을 다니는 거예요. 실무에서 일하던 강사님의 조언을 들을 수 있고, 학원생들에게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특히 특수분장학과 진학을 꿈꾸고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특수분장사 민간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Q. 대체로 어떤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특수분장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취업해서 일을 하거나 경력이 쌓이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국의 드라마 팀이나 영화사의 미술 팀에서 일하기도 해요. 이 밖에도 의료기관에서 의족 등을 만드는 일을 할 수도 있겠죠. 미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어서 공방을 차리거나 극사실주의(hyperrealism) 작가로 활동하며 개인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최주형 특수분장사
(좌) 01. 에어브러쉬 건을 이용해 물감으로 채색하고 있는 최주형 특수분장사,
(우) 02.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납량특집편 촬영이 끝난 후 제작진들과 찍은 기념사진
Q.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무언가를 만들어 냈을 때 대부분 “진짜 같다”라는 말을 합니다. 진짜는 아닌데 진짜 같은 걸 만들어 낸다는 자체가 매력이 있어요. 또 매번 똑같은 걸 찍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셉트로 일을 진행해야 하니까 도전정신 같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만들어 냈을 때 대부분 “진짜 같다”라는 말을 합니다.
진짜는 아닌데 진짜 같은 걸 만들어 낸다는 자체가 매력이 있어요.
또 매번 똑같은 걸 찍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셉트로 일을 진행해야 하니까 도전정신 같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Q. 특수분장 회사 CELL에서 근무하셨는데, 그때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CELL에서는 팀장으로 근무했어요. 영화 한 편을 제작할 때 특수 분장 의뢰가 들어오면 혼자만의 일은 아니에요. 팀을 꾸려 움직이는데, 각자가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팀장은 매니저 역할이라고 보시면 되요. 팀장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넷플릭스 <킹덤>, 영화 <클로젯>, <명당>, , <물괴> 등이 있습니다. 특수 분장이 메인이 되는 프로젝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한 번에 다양한 영화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Q. 특수분장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대부분 세트장보다는 야외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정말 추운 날씨에는 옷을 수십 겹을 껴입어도 추위를 이기지 못할 때가 있어요. 강원도 철원이나 포천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기도 하니까. 정말 날씨와의 싸움이에요. 좀비가 나오는 드라마 촬영에서는 수십 명의 좀비 분장이 끝났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촬영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다음 날 똑같은 인원 그대로 다시 분장을 해야 하는 에피소드가 있죠.
Q. 영화 특수분장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는 무엇이었나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1을 촬영할 때, 왕좀비 캐릭터를 분장하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왕좀비는 화면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해야 하니까 더 세심하게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그래도 경력이 가장 많은 대표님을 포함해 세 명이서 같이 분장을 했는데, 매번 세 시간은 꼬박 걸렸어요.
최주형 특수분장사
Q. 특수분장에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기본인 것 같은데요.
학생들은 처음에 갈피를 못 잡으니까 캐릭터를 보고 그대로 베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이러면 창의력을 키울 수 없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레퍼런스를 만들 때 다양한 이미지를 보라고 하고 있어요. 실제로 구글에서 ‘뱀파이어’를 검색하면 생김새가 모두 다른 뱀파이어가 나오잖아요. 그러면 자신이 생각했던 뱀파이어의 모습과 조합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겠죠. 그렇게 캐릭터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나중에 영화사에서 어떤 캐릭터를 가져와서 그대로 재현해달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연습을 해 보는 것이 본인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Q. 특수분장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요즘 영화, 드라마, 심지어는 쇼프로그램 등 어느 미디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재가 풍부해진 것 같아요. 사람들은 더 이상 평범한 것에 흥미를 가지지 않죠. 좀비물이나 판타지가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특수분장사를 꿈꾸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독학으로 준비하고 있다면 유튜브 같은 영상을 보면서 많이 따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은 어떤 일을 하건 열정이 있어야 빛나 보이는 법이거든요. 기술적인 부분은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따라오게 될 거예요.
[출처 IBK웹진 With IBK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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