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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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를 품은 그 시절 그곳

역사와 문화를 품은 그 시절 그곳

전남 벌교 그리고 순천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
이 책이 사랑받는 이유는 여·순 사건에서부터 6·25까지의 시대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 전남 벌교로 갔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 7월호 그곳에 가다는 김성호 님의 추억담을 바탕으로 취재되었습니다.


보성여관 숙박동에는 고무신이 마련되어 있다.

 

세월을 담은 공간, 보성여관

벌교를 여행할 때 <태백산맥>을 빼놓을 수 없다. 소설 속 인물들이 활동했던 배경지가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보성여관은 <태백산맥>에서는 ‘남도여관’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한 곳.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 시절에는 여관으로 사용되었으며 실제 상호는 보성여관이었다. 당시 교통의 중심지였던 벌교는 일본인의 왕래가 잦아지며 유동인구가 증가했고, 그 중심에 있던 보성여관은 5성급 호텔을 방불케 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고.

지금도 그때의 모습을 복원해 숙박시설로 운영되고 있는데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나무가 심어진 마당을 지나면 나오는 숙박동과, 2층의 다다미방은 소설 속 남도여관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2012년, 2년간의 복원사업을 거쳐 다시 태어난 보성여관에는 숙박동, 다다미방 이외에도 보성여관의 역사를 담은 전시장과 차와 음료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카페,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소극장 등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아쉽게도 숙박을 하지 않아서, 방 내부는 살펴볼 수 없었지만 벌교를 좀 더 천천히 살펴보고 싶다면, 보성여관에서 숙박을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보성여관 전경과 안에 마련된 카페

 

 

보성여관 내부의 체험공간

 

<태백산맥>의 흔적을 찾다, 홍교와 철다리

벌교를 여행하는 내내 ‘참 조용한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도의 여느 관광지에 비하면 오고가는 관광객도 적었고, 복잡한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조용한 곳에서 여행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단연 문학기행을 추천하고 싶다.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을 테마로 그 시절의 장소들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보성여관에서 얻은 약도를 가지고 소설 속 장소 찾기에 나섰다. 짧은 일정 탓에 다 둘러볼 수 없었던 게 아쉬움이었지만 주요 장소를 찾아가본 것만으로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찾은 첫 번째 장소는 홍교. 홍교는 벌교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로, 세 칸의 무지개형 돌다리다. 조선 영조 5년, 선암사의 승려인 초안과 습성 두 선사가 지금의 홍교를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태백산맥>에서도 물론 이 홍교의 이야기가 나온다.

 

“김범우는 홍교를 건너다가 중간쯤에서 멈추어 섰다… 그러니까 낙안벌을 보듬듯이 하고 있는 징광산이나 금산은 태백산맥이란 거대한 나무의 맨 끝 가지에 붙어있는 하나씩의 잎사귀인 셈이었다.”

 

 

지금은 홍교를 이어 조금 더 긴 다리를 만들어 두었는데 홍교와 대비되는 현대적인 모습에, 이질감이 든다.

홍교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철다리로 향했다. 1930년 무렵 경전선 철도가 부설되면서 놓인 이 철다리는 소설의 배경이었던 시절은 물론, 1970년대 후반 국도 2호선 도로가 선형을 바꾸기 이전까지만 해도 소화다리(부용교)와 함께 벌교포구의 양안을 연결하는 세 개의 교량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염상구를 가장 인상적으로 부각시켜주는 곳이 이 철다리다.

이밖에도 소화다리, 김범우의 집, 벌교역 등 소설 속 장소가 많이 있는데, 전부 둘러보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니 여유를 갖고 다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철다리와 홍교

 

역사를 담은 태백산맥문학관과 낙안읍성

<태백산맥> 소설 속 장소들을 가봤다면, 작가가 얼마나 이 작품을 쓰기위해 노력했는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2008년 개관한 태백산맥문학관은 조정래 작가와 소설 <태백산맥>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은 곳이다.

<태백산맥>에 관한 자료, 6천여 매 분량의 <태백산맥> 육필원고를 비롯한 185건 737점의 증여 작품과 방문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1983년 집필을 시작해 6년 만에 작품을 완성한 작가의 이야기와 그 작품의 세세한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 벌교 문학기행에 나서기 전에 <태백산맥>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제1코스로 들려 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벌교에서의 여행이 아쉽다면 멀지않은 순천으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태백산맥문학관에서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지라, 남도여행의 코스로 묶어도 좋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순천의 대표 여행지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우리나라의 3대 읍성 중 하나다. 넓은 마을을 성곽을 따라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도 훌쩍 거스른다. 마을의 집집마다 다양한 전통체험이 마련되어 있으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들러보기에 좋다.

 

<태백산맥>의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태백산맥문학관
낙안읍성 안에 있는 초가집 마을과 마을을 둘러싼 성곽의 모습

 

 

벌교를 대표하는 음식이 여기에, 고려회관

벌교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단연 꼬막이다. 하지만 찾았던 때는 꼬막을 맛볼 수 없는 시기였다. 꼬막은 날씨에 따라 산란기가 조금 달라지긴 하나 보통 1년 중 6월 말, 7월 중순, 8월 초 총 3번의 산란기를 거친다. 산란을 한 꼬막은 속살이 빠져 먹을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고. 그래서 주인아저씨가 추천한 맛조개정식으로 선택했다. 맛조개는 대부분 전남 순천, 벌교에서만 나오고 특히 가리맛조개는 대부분 수출용이라고 한다. 신선한 맛조개를 구이, 무침 등과 함께 밥에 비벼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그래도 벌교 꼬막이 먹고 싶다면 산란기를 피해 가보기를.

 

[출처 : 국가보훈처 다시웃는제대군인 7월호 웹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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