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February

kyung sung NEWS LETTER

작은 풀꽃 모여 도란도란 마음 나누는 사랑방 공주풀꽃문학관

작은 것들에 대한 예찬 62년. 풀꽃문학관은 16살 때부터 시를 써온 나태주 시인이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말’들을 나누는 사랑방이다. 우리 곁 별것 아닌 것들에서 삶을 이어갈 생명력을 발견해온 시인의 위로가 저마다의 닫힌 마음을 두드린다. 무심한 땅 위로 힘차게 꽃대를 밀어 올린 풀꽃들이 꽃들판을 이룬 봄날, 공주를 찾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꽃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1>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시 가운데 하나다. 꽃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기도 하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풀꽃이라도 오래도록 눈을 맞추다 보면 예쁘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한 걸음 다가온다. 어디 풀꽃뿐이랴. 바라보는 마음가짐은 세상의 모든 대상을 아름답게 보이게도 하고 밉게 보이게도 한다.

풀꽃문학관은 봉황산 기슭, 옛 충청감영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시가 쓰인 담장을 배경으로 천천히 길을 오르는 방문객들의 표정이 꽃처럼 화사하다. 문학관으로 들어서는 언덕 담벼락은 <풀꽃>, <행복>, <선물> 등 시인의 대표작이 시화전처럼 장식돼 있다. 풀꽃문학관은 지역 문인들과 문학지망생, 관람객들이 모여 강의도 듣고 차를 마시며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시골 고향집 같은 아담한 규모의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시인의 문학세계를 함축한 듯한 어록이 눈에 들어온다. “나의 시가 삶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조그만 손수건이 되고, 꽃다발이 되고, 그들의 어깨에 조용히 얹히는 손길이 되기를 바란다.” 달빛 아래 피어난 작은 꽃잎, 비바람을 품고 자란 풀잎처럼,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정답게 무리 지어 살며 독자들의 가슴에 다가가는 시를 쓰겠다는 시인의 다짐 같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과 시화, 다른 문인들의 서책들도 빼곡히 꽂혀 있다. 운이 좋아 시인을 만나면 시를 곁들인 멋진 자필 사인을 받을 수 있다. 혹시 책을 구하지 못했다면 문학관에서 살 수도 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 시인이 자비로 구입해둔 책을 판매하고 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의 시는 어린아이가 말하는 듯 꾸밈없고, 짧고 쉬우면서도 여운이 길다. 들판, 동네 어귀, 병상 등 어디서든 시 쓰기를 놓지 않았던 그의 시에는 작은 풀꽃에게서 배운 눈부신 회복력과 지혜가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별 볼일 없는 길목에 피어난 풀꽃이라 할지라도 그의 시로 인해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한결 대단하고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나태주 시인은 1971년 시 <대숲 아래서>로 문단에 나왔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등 150여 편의 시집과 산문집, 시화집을 출간했고, 수천 편에 이르는 시를 발표한 우리 시대 대표 서정시인이다. 2005년 발표한 시 <풀꽃>은 그를 ‘풀꽃 시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국내에서 52만 부 넘게 판매됐으며, 일본·태국·인도네시아 등 외국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63년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해 43년간 교직생활을 했다. 가난한 초등학교 교사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숨을 쉬고 밥을 먹듯 시를 쓰며 아이의 어법으로 숨결을 나눴다. 지금도 시인은 작은 문학관에서, 가까운 서점에서, 손 뻗으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풀꽃 같은 마음을 나누며 산다. 자동차가 없어 자전거를 타고 느릿느릿 세상 풍경과 마주하며 풀꽃 같은 시를 빚는다. 그렇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그의 시는 꽃씨가 되어 누군가의 시든 마음으로 날아들 터이다. 시인이 삶의 군데군데 끼워둔 ‘풀꽃 책갈피’를 따라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순간들을 함께 느끼다 보면, 다시 일어나 새롭게 살아볼 마음이 차오를 것이다.


자세히,그리고 오래 볼 수밖에 없는 공주 원도심

<풀꽃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풀꽃문학관 바로 앞은 조선시대 충청감영이 있었던 자리다. 감영의 대문 격인 포정사(布政司) 문루가 사대부고의 교문을 겸하고 있어 여행자의 발길을 끈다. ‘교육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는 공주는 타지에서 온 학생들을 보듬기 위한 하숙집이 촘촘히 들어서 있었는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하숙마을과 한옥마을이 그 시절 분위기를 더한다. 한 시대를 건너듯 공주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제민천 일대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문학관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나태주 골목길’도 만날 수 있다. 졸졸 흐르는 제민천을 사이에 두고 정겹게 맞닿은 주택가, 세월이 묻어나는 담벼락에 그려진 아름다운 시화가 여행객을 반겨준다.


 

 

 

공주풀꽃문학관

주소 : 충남 공주시 봉황로 85-12

운영 : 오전 10시10분 ~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

관람료: 무료

문의: 041-881-2708

 

[출처 : 사학연금 6월호 제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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