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February

kyung sung NEWS LETTER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 안전한 행복을 찾다

급격히 변하는 세상이다. 자고 일어나면 어딘가, 무언가가 조금씩 바뀌어 있다. 그만큼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 속에서 참으로 여유로운 주말을 보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튜닝처에 근무하고 있는 백승진 차장 가족과 함께 느림이 주는 행복을 찾아 교동도로 떠났다.

글.정민아 사진.오재철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섬, 교동도

다가올 주말을 떠올리며 슬쩍 미소 짓는 남자, 자동차튜닝처의 백승진 차장이다. 그는 올해 초부터 ‘주말 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백 차장 가족의 주말은 일분일초가 애틋하고 소중하다. 다섯 식구가 온전히 함께하기 위해 이번 주말도 떠나려 한다.

목적지는 교동도, 강화도의 북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지도 상 교동도와 밀접하게 표시된 ‘국경선’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로 교동대교를 건널 때에도 다리 너머 북한이 보였기에 국경이 얼마나 가까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여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위치한 교동도에 들어가기 위해선 임시 출입증 발급이 필요하다. 교동대교를 건너기 전, 신분증과 함께 인적사항을 적은 출입신청서를 내면 임시 출입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교동도에 머무는 동안 자동차 앞 유리 안쪽에 올려놓아야 하며, 대교를 건너는 동안엔 사진 촬영이 금지다.

출입증을 받느라 잠시 몰려 서행하던 자동차들도 다리를 다 건널 즈음엔 시나브로 흩어진다. 도로는 더없이 한적하고, 눈앞엔 5월의 자연이 날것 그대로 펼쳐졌다. 시야에 거슬리는 것 하나 없이 녹음과 조화를 이루는 나직한 시골집들도 정겹다.

교동대교는 2014년 7월에 개통되었다. 이 말인 즉, 교동도를 자동차로 넘나들 수 있게 된 것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뜻. 바깥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많은 것이 변해 가는데 교동도는 이제 막 1970년대와 1980년대 어느 즈음에 들어선 듯했다.

 

바깥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많은 것이 변해 가는데
교동도는 이제 막 1970년대와 1980년대 어느 즈음에 들어선 듯했다.

 


‘세상 힙한’ 재래시장, 대룡시장

오늘의 첫 목적지는 대룡시장. 교동도 여행 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여행 전 아이들에게 살짝 알려줬다는데, 기억할까 싶어 백승진 차장이 넌지시 물어본다.“이번 주 우리 여행하는 곳이 어딘 줄 아는 사람?”

11살 첫째만 “교동도요.”하고 대답한다. 9살 둘째와 8살 셋째는 오늘의 여행지가 어디라도 상관없는 모양새다. 그저 아빠와 캠핑카 여행을 하는 주말에 신이 났다. ‘가족이 함께하면 그 어디라도 좋아요.’라는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대룡시장은 6·25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휴전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교동도에 정착하면서 생겨났다. 흔히 대룡시장을 가리켜 시간이 멈춘 곳이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흐르는’ 곳이라 표현하고 싶다. ‘다방’이랄지 ‘전파사’, ‘점빵’과 같이 옛말이 그대로 담긴 간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골목의 분위기가 온전히 남은 한편 요샛말로 어딘가 ‘힙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대로 멈추어 선 것이 아니라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변화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라떼는 말이야···’를 찾는 어르신들에게도, 뉴트로에 열광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소위 먹히는 구석이 있다.

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던 다섯 식구가 꽝 없는 추억의 뽑기 가게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세 아이는 뽑기를 하기 위해 ‘엄마! 2천 원만!’을 외쳤고, 이어 뽑기판 앞에서 어떤 것이 좋을지 한참을 망설였다. “나 5등”, “나도 5등” “야호! 난 4등!” 뽑힌 등수대로 물건을 고르느라 몇 바퀴째 가게 안을 뱅뱅 돌고 있는 아이들 뒤로 소소한 행복의 발자국이 생겨났다.

 


우리 천천히 가자, 얘들아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등 삼박자를 만끽하며 시장 구경을 마친 가족은 사람들의 북적임을 피해 고구 저수지로 향했다.

“회사 생활을 한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네요. 교동대교가 놓이기 훨씬 전, 배를 타고 출장을 오곤 했답니다. 교동도가 ‘진짜 섬’일 때죠. 배를 타고 들어와 며칠씩 머물며 자동차 정기 검사를 했었는데··· 다시 와보니 그때 기억들이 새삼 떠오르네요.”

그렇게 잠시 옛 추억에 젖어드나 싶다가도 백승진 차장은 이내 분주해졌다. 곧 내려앉을 노을 감상을 위해 테이블을 펴고, 가족의 감성을 북돋아 줄 전구와 가랜드를 제 위치에 찾아 건다. 콤팩트한 세미 캠핑카에 다섯 식구가 어떻게 잘까 싶었는데, 백승진 차장의 아내가 어느새 평탄화 작업에 들어갔다. 어느새 1층엔 엄마와 아빠가, 2층 루트탑 텐트엔 아이들 셋이 누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 사이 삼남매는 모래 놀이를 하고 저수지에 작은 돌멩이를 던지며 잘 논다. 이따금 투닥거리는가 싶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어울리는 모습이 기특하다. 수평선 너머 뉘엿뉘엿 붉어지는 해를 등진 아이들의 실루엣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백승진 차장이 입을 열었다.

“저에게 행복이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천천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에요.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게 다른데, 현재 아이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캠핑이라고 생각해 주말 캠핑카 여행을 시작했죠.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계속 캠핑 여행을 다닐 예정이에요. 아이들이 천천히 커주면 좋겠어요.”

광활하고도 촉촉한 붉은 윤슬에 기분이 살짝 몽롱해졌다. 세 아이들을 향해 걸어가는 엄마, 아빠의 뒷모습이 더해지며 그림 같은 풍경이 연출되었다. 불현듯 머릿속에서 ‘안전한 행복’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빠르게 갈수록 넘어지기 쉽다. 하지만 오늘처럼, 저 다섯 식구가 손을 잡고 천천히 나아간다면, 깨지지 않는 신뢰로 가득한 ‘안전한 행복’이 보장되지 않을까? 백승진 차장이 왜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섬’ 교동도로 향했는지 알 것 같다.

 

저에게 행복이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천천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에요.

 


#1

준비물

교동도는 민통선 안쪽에 위치한 섬이라 교동대교 진입 전 해병대 검문소에서 출입신청서를 작성 후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신분증이 필요하고, 볼펜도 미리 준비하면 좋다.


#2

차박지

캠핑장이 희소한 교동도에서는 주로 노지 차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노지 차박을 할 경우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떠날 때 뒷정리를 깨끗이 하자.


#3

점멸 신호등 주의

화개정원(2022년 하반기 개장 예정) 조성, 월선포~상용 간 해안도로 공사 등으로 인해 현재 도로 정비가 한창이다.

곳곳에 점멸 신호등이 많기 때문에 운전 시 필히 주의하자.


#4

지뢰 주의

장마철엔 특히 집중호우로 인해 북한 목함지뢰가 해안가로 떠내려 올 가능성이 있다.

미확인 물체 발견 시 만지지 말고 즉시 군부대로 신고해야 한다.


 

[출처 : TS매거진 5+6월호 VOL.66]

댓글

웹진

뉴스레터

서울특별시청 경기연구원 세종학당재단 서울대학교 한국콘텐츠진흥원 도로교통공단 한전KPS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벤처투자 방위사업청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중부발전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지역난방공사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지방공기업평가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Designed by 경성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