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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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시장이 정말 두려워하는 건 ‘경기침체’이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일정 기간 상당한 추세를 형성하면 중앙은행은 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출동한다. 중앙은행의 대표적인 긴축 통화정책은 바로 금리인상. 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떠도는 유동성을 다시 금고로 넣을 수 있다. 또한 시장 참여자들에겐 “이젠 물가가 잡히겠지”라는 신호를 줘 기대인플레이션을 꺾는 효과도 준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 달리 금리를 높였는데도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는 데도 물가는 더 많이 오른다면? 이제 경제는 ‘경기침체’로 빠지게 된다.

글. 정철진(경제칼럼니스트, 진 투자컨설팅 대표)

 


물가는 오르고 금리도 오르고 경기는 어려워지고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침체(Stag)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제상황을 가리킨다. 그런데 우린 이 스태그플레이션을 흐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물가가 급속도로 오르기 시작하면 중앙은행은 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데, 이 금리 인상은 수요를 위축시킨다. 쉽게 생각해 대출 원리금이 늘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고, 시중에 도는 유동성이 은행 금고로 들어가 돈이 부족해진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이런 과정에서 물가는 잡히기 마련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보자.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가격은 떨어지게 돼 있다. 그러나 반드시 이렇게 되는 건 아니다. 가령 금리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을 때이다. 금리를 인상했는데도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이제 상황은 심각해진다. 솔직히 물가만 잡을 수 있다면 금리 상승기는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금리를 꽤 올려도 물가가 잡히지 않을 때이다. 이러면 수요가 약화되면서 경기가 힘들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계속 올라 소비를 붕괴시켜버린다. 바로 ‘경기침체’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래서 스태그플레이션은 무섭다.


어떤 경우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까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까.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의 사례를 보자. 대표적으로 1980년 미국 경제를 꼽을 수 있다. 1970년대엔 산유국들이 국제유가를 폭등시키는 2번의 석유 파동(오일쇼크)이 있었고, 이런 와중에서도 미국은 계속 돈을 풀었다. 이 결과 1979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3%까지 치솟는다. 바로 이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폴 볼커 연준 의장은 초강력 긴축정책을 펼친다. 약 1년 3개월 사이(1979년 9월~1980년 12월) 연방기금금리를 12.2%에서 22%로 10% 포인트 가까이 인상하는 극약 처방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

이후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결국 미 연준은 승리했다. 1982년 물가상승률을 4%까지 떨어뜨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고용시장은 완전히 망가져 실업률이 10%를 넘었고, 기업이 줄도산하는 등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좋을 때 나오는 인플레이션이 아닌 유동성과잉일 때 발생한다. 또한 인플레이션 성격을 봤을 때 수요가 아닌 공급 쪽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심화된다. 가령 국제유가가 치솟거나 곡물 가격이 폭등하는 비용-견인 인플레이션 상황이다.


현재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먼저, 과잉유동성이다. 세계경제는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풀었는데,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코로나19 기간에 더 쏟아부었다. 다음은, 공급에 왜곡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금 물가상승은 대부분 공급 쪽 문제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파괴돼 제품가격이 올랐고, 산유국들은 생산을 컨트롤하면서 마지막 석유 시대에서 최대의 이윤을 뽑아내려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과 농산물 가격은 급등했고, 설상가상 이상기후에 3년 가까이 작황이 최악이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보유국가들은 ‘자원의 무기화’를 나타내면서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고, 인플레이션은 더 극심해져만 간다.

결국 미 연준을 시작으로 우리 한국은행까지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쯤에서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하고 이런 ‘핑퐁게임’ 속에 경기는 침체 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 현재 바라는 건 어서 빨리 물가가 잡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지가 올 하반기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출처 : 사학연금 2022년 7월호 제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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