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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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한 인간의 꿈

하늘을 향한 인간의 꿈

흔히 항공역학의 이론적 선구자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꼽는다. 그는 “어떤 물체든 공기가 그 물체에 주는 힘으로 날 수 있다”고 했으며, 날개를 움직여 하늘을 나는 비행장치를 그림으로 남겼다. 당시로서는 앞선 생각이었지만 여전히 비행에 필요한 힘을 인간의 힘에서 얻으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정리.편집실   출처.책 『얄팍한 교통인문학』

열기구로 하늘을 오르다

인류의 첫 번째 비행은 열기구를 통해 실현되었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몽골피에(Montgolfier) 형제는 우연히 빨래를 말리기 위해 피워놓은 연기를 보고 열기구를 생각해냈다. 뜨거운 열기에 바지 주머니가 부풀어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던 것이다. 조제프 미셸 몽골피에(Joseph Michel Montgolfier)는 나무로 사각 틀을 짜고 비단 천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덮은 뒤 연기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기구가 천천히 움직이며 천정까지 닿았다. 공기를 이용해 하늘로 날아오르는 최초의 ‘열기구’였다. 그는 곧바로 동생을 찾아가 본격적인 열기구 개발에 착수했다. 몽골피에 형제는 1782년 첫 번째 열기구 실험을 진행하여 약 2km 거리를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 두 번째 시험비행에서는 직경 11m의 열기구로 2,000m 상공까지 날아올랐다. 이들의 열기구 비행은 프랑스 전역을 뜨겁게 달구었다. 여러 차례 시험비행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몽골피에 형제는 마침내 1783년 열기구를 사용한 인류 최초의 유인비행에 성공했다.

지금도 캐나다 퀘벡 주에서는 이 형제의 이름을 따서 ‘몽골피에 국제 열기구 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매년 4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열기구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다. 하지만 열기구는 인간을 하늘로 올려 보냈을 뿐 ‘비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열기구에 탄 사람들이 ‘자유롭게’ 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는 또 다른 비행장치의 개발로 이어졌다.

 

거대한 비행선의 시대

열기구에 증기기관이 더해지면서 독특한 비행장치가 등장했다. 프랑스의 앙리 지파르(Henri Giffard)가 1852년 대형 기구에 증기엔진과 프로펠러를 장착한 ‘비행선(airship)’을 개발했다.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힘인 부력에 추진력을 결합시켜 하늘을 떠다니는 배를 만든 것이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비행체는 유선형으로 만들었고, 여기에 3마력을 낼 수 있는 증기 엔진과 프로펠러를 달았다. 지파르는 방향을 바꾸면서 약 27km를 비행했는데, 이것은 공중에서 동력장치를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조종까지 가능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비행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비행선을 항공교통으로 발전시킨 인물이 있다. 바로 ‘비행선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르디난트 체펠린(Ferdinand Zeppelin)이다. 그는 1900년에 거대한 유선형 경식 비행선 LZ-1호를 개발했다. 초기 비행선 대부분이 두꺼운 천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이 비행선은 두랄루민합금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안에 여러 개의 수소가스 주머니를 넣어서 부력을 얻었다. 이후 체펠린은 꾸준히 비행선의 성능을 개선했고, 자신의 비행선으로 운송업에 뛰어들었다.

비행선 시대의 정점은 초대형 비행선 힌덴부르크호였다. 이 비행선은 길이 245m, 직경 41.2m로 축구장 세 배 정도의 크기였다. 오늘날 꿈의 비행기라고 불리는 에어버스의 A380 여객기가 길이 73m, 높이 24m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비행선은 그야말로 엄청난 크기였다. 바다에 타이타닉호가 있었다면, 하늘에는 힌덴부르크호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비행선은 1937년 폭발사고로 많은 사상자를 냈고, 이를 계기로 비행선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흔히 비행기를 발명한 사람으로 라이트형제를 떠올리지만
그 이전에도 항공역학과 비행에 도전한 수많은 선구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의 시대로

‘부력’을 이용한 비행선의 시대가 저물면서 ‘양력’을 이용한 비행기의 시대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양력은 유체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생기는 압력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물체는 모든 방향에서 일정한 압력을 받는데, 만약 한쪽의 압력에 변화가 생기면 압력이 낮은 쪽으로 밀리는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과거 인간이 롤 모델로 삼았던 새들도 모두 이 방법으로 하늘을 날았다.

흔히 비행기를 발명한 사람으로 라이트형제를 떠올리지만 그 이전에도 항공역학과 비행에 도전한 수많은 선구자들이 있었다. 특히 동력비행에 관한 항공이론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인물은 조지 케일리(Geroge Cayley)였다. 그는 1809년 『공중비행론』에서 고정 날개와 공기의 힘을 이용하면 양력이 발생해 공기보다 무거운 장치도 비행할 수 있다는 새로운 비행이론을 제시했다. 또한 항공사상 최초로 무인 글라이더를 만들어 비행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만든 글라이더는 고정식 날개와 방향타를 갖추는 등 현대적 비행기의 기본 형태를 보여주었다.

이후 많은 항공 선구자들이 고정 날개를 갖춘 글라이더로 비행에 도전했고, 여기에 동력장치와 프로펠러를 결합해 동력비행으로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무거운 증기기관을 사용했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했으나 마침내 1903년 라이트 형제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 플라이어 1호로 인류 최초의 유인 동력비행에 성공했다. 그 후 짧은 기간에 항공기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상업비행의 성장과 공항시설의 확대

한편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은 군용 비행장에서 출발했다. 사실 비행기가 뜨고 내리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과 평평한 바닥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항공 산업 초창기에는 활주로에 간단한 시설물 정도가 전부였다. 1911년에 개항한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비포장 활주로와 주차장, 목조로 된 사무실과 식당만 갖출 뿐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비행기의 등장과 함께 장거리·대량 수송 체계가 확립되고 운행시간이 단축되면서 많은 이용객들이 생겨났으며, 이에 따라 공항의 시설도 차츰 현대화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상업 비행은 1914년 미국에서 이뤄진 우편물 수송이었으며, 1918년에는 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 간에 국제 우편 비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925년 LA와 샌디에이고를 연결하는 여객 노선과 함께 상업 운송이 본격화되었다. 팬암항공, 에어프랑스, 유나이티드항공 등 유명 항공사들도 이 시기에 설럽되었다.

초창기 항공기는 프로펠러 방식이었다. 1935년 개발된 더글라스 DC-3는 두 개의 프로펠러를 갖춘 항공기로 ‘하늘을 나는 기차’라 불릴 만큼 많은 인원을 수송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펠러기는 제트 엔진의 등장과 함께 점차 자취를 감췄다. 1950년대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보잉 707 이후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은 빠르게 제트 항공기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제트기는 기존의 프로펠러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비행할 수 있었고, 동체를 크게 확장해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항공기의 안전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항공교통이 대륙을 잇는 주류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공항 시설도 크게 변했다. 제트 항공기의 이륙을 위해서는 약 3km의 긴 활주로가 필요했고, 대형 항공기가 머무를 공간도 있어야 했다. 따라서 공항은 갈수록 넓어졌으며, 여행자들이 탑승 대기 시간이나 환승 시 지루하지 않도록 각종 편의 시설도 마련되기 시작했다. 한편 항공기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써 각종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치자 각국 정부에서는 항공사 확보, 공항 시설의 현대화, 공항 관리 등 항공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처럼 공항의 발전과 함께 항공기는 빠르고 안전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항공 운송 기술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현대적 공항의 등장

항공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각 국가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타 국가의 항공운송업 진출을 강력히 규제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정책 때문에 미국에서는 5개 항공사가 독과점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1978년 ‘항공사규제완화법’을 제정했고, 법 시행 이후 수많은 신규 항공사들이 설립되면서 항공요금이 대폭 낮아졌다.

또한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제트 여객기 시대에 돌입했다. 특히 보잉 747, 더글라스 DC-10, 에어버스 A300과 같은 대형 점보여객기는 많은 승객을 보다 먼 거리까지 운송할 수 있었고, 이는 항공 여행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공항 이용객의 요구는 다양해졌으며, 이는 기존 공항의 기능과 역할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공항이 단순히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곳이 아니라 거대한 종합 서비스 센터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공항의 기능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운송 규모가 커지면서 공항 규모 또한 점차 커지고 있으며, 항공기 및 비행 시스템의 발달에 따라 첨단 장비들을 도입해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돕고 있다. 오늘날 공항 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승객들의 대기시간 단축과 빠른 이동이다. 따라서 이용자가 공항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도록 도로, 철도, 지하철 등 일반 교통과의 연결을 모색하는 한편, 입출국 시스템이나 수하물 처리 시스템을 전산화·자동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가, 식당 호텔 등 각종 편의 시설도 경쟁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얄팍한 교통인문학

저자. 이상우  출판. 크레파스 북

책 『얄팍한 교통인문학』은 교통에 대한 역사, 사회학, 문화예술 등을 폭넓게 다룬 인문교양서다. 본 원고는 책의 일부분을 발췌해 연재 형태로 구성되며, 연간 교통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매일 보고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시설이 언제부터 우리와 함께했는지 등에 대해 시대 순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출처 : TS한국교통안전공사 TS매거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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