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물류, ‘더 크고 간단하게’
- 컬럼
- 2022. 12. 9.
포스트 팬데믹 물류,
‘더 크고 간단하게’
세계 물류 업계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거치면서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미국 서해안 항구들은 인력난에 마비됐고 항구와 내륙을 연결하는 트럭 역시 운전기사가 없어 멈췄다.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들은 타개할 방도를 찾아야 했다.
일괄 통제 방안 vs 우회 대안
상품 주문과 물류 수요는 운송 체계가 휘청이는 상황에서도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돈 때문에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항공업계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며 물류를 소화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물류업계는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동시에 무너지는 상황을 겪자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 맡은 분야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서는 해운과 항공 운수, 육상 운송 등을 한꺼번에 통제하거나 기존 공급망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기업들은 해운사들이었다. 사실 해운업계는 경기를 많이 타는 만큼 팬데믹 이전부터 사업 다각화로 불황에 버틸 수 있는 체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팬데믹으로 선박 운송 단가가 크게 뛰면서 계획을 실천할 자금을 얻었다. 세계컨테이너지수(WCI)에 따르면 12m 컨테이너 1개(1FEU)당 평균 해운 운임은 2019년 평균 1420달러에서 지난해 9월 1만377달러까지 뛰었다. 현금이 두둑해진 해운업체들은 우선 팬데믹에 가장 영향을 적게 받아 안정적인 수익을 자랑했던 항공 운수에 눈독을 들였다. 세계 2위 해운업체인 덴마크 머스크의 항공사업부는 9월 기준 보잉 767 15대를 운영 중이며, 머스크는 지난해 독일 항공화물 운송업체를 인수해 항공 운송처리 능력을 2배로 늘렸다. 해운 순위 3위의 CMA CGM도 프랑스·네덜란드 합작 항공사 에어프랑스·KLM과 올해 초 양사 간 항공화물 공간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자체 항공화물 운송사업부도 설립해 현재 에어버스 A330 4대와 보잉 777 2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하늘에 그치지 않고 육상 운송까지 진출해 상품의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물류를 책임지는 종합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머스크는 10월 초 유럽에서 과일과 채소 등 온도에 민감한 화물을 선박에서 곧장 철도로 옮겨 실어 주요 도시로 운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한 최근 2년간 7곳의 물류기업을 인수하며 해운을 넘어 종합 물류기업으로 전환 중이다. CMA CGM 역시 올해 유럽 최대 완성차 물류 전문 업체 제프코와 배송 전문 기업 콜리스프라이브를 인수했고 지난 7월 스페인 철도 운영사 컨티넨탈 레일까지 사들여 사업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해운사인 HMM은 2026년까지 15조 원을 투자해 친환경 선박, 터미널 물류 시설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 업계도 국제 해운사들의 변신을 주시하고 있지만, 과거 한진해운의 무리한 확장 실패 사례를 목격한 만큼 다각화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친환경, 인력난 등… 위기와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덩치를 키우는 대신 사람을 줄여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ANA)는 지난해 3월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의약품 배송에 성공했다. 이어 독일 드론 제작사와 업무 제휴를 맺고 인구 과소 지역 및 도서, 산간 지역에 드론 물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 항공사 에어캐나다는 지난 8월 발표에서 협력사와 함께 화물용 드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드론 물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들은 배송업체들이다. 미국 UPS는 지난 2019년에 미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최초로 상업용 드론 운항 허가를 받았으며 이듬해 아마존도 FAA 승인을 얻었다. 중국 최대 택배 기업인 순펑 역시 지난 1월에 중국 최초로 상업용 장거리 드론 운영 허가를 받았다. 순펑은 앞으로 10년 안에 1,000대 이상의 대형 수직 이착륙 드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서는 불가리아 스타트업 드로나믹스가 지난 5월에 최초로 드론을 이용한 화물 운송 면허를 얻었다. 드로나믹스는 최대 350kg의 화물을 싣고 2,500km를 비행하는 자체 개발 드론을 이용해 유럽 39개 공항에 화물을 운송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회원국들은 10월 총회에서 2050년까지 항공기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자고 약속했다. 전기로 작동하는 화물 드론 도입은 이러한 친환경 흐름과 함께 심각한 조종사 부족 해소, 비대면 물류에 모두 부합하는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당시 극심한 운전기사 부족에 시달렸던 육상 물류업체들도 무인화에 관심이 많다. 스웨덴 가구 기업 이케아는 지난 8월부터 미 텍사스주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트럭을 이용해 가구 배달 운송시험을 진행했다. 캐나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로블로 역시 10월 발표에서 자율주행 트럭을 사용해 기사 없이 화물을 운송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 경쟁에 도화선을 붙였던 웨이모는 지난 4월부터 미 주류 업체와 협업해 텍사스주에서 자율주행 트럭을 이용, 맥주 배달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이외에도 코디악로보틱스 등 여러 스타트업들이 대형 트럭 제조사 및 물류업체와 협업 계약을 맺고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이케아와 협업한 코디악로보틱스의 돈 버넷 CEO는 자율주행 트럭이 운전기사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거리 운송을 컴퓨터에 맡기면 기존 운전기사들은 도심 주행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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