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스타트업 ‘해외 공략 러시’…국가 육성 전략은?
- 경제
- 2023. 1. 2.
K-바이오 스타트업 ‘해외 공략 러시’…국가 육성 전략은?
바이오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시대 국가전략기술인 첨단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 현황 및 육성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글. 김가람(바이오타임즈 기자)
해외시장 공략에 ‘시동’ 거는 K-바이오 스타트업
바이오 분야는 감염병과 질병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식량부족 등 전 세계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평가된다. 타 분야 기술과 융합을 통해 신기술·신산업을 이끄는 미래 어젠다로 산업 분야는 물론, 사회 전반에 더욱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은 기술패권 시대 새로운 국가전략기술로서의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글로벌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속도를 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성공 진출 사례가 이어지며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바이오 스타트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몇몇 기업들은 최고 수준의 ICT 기술을 기반으로 ‘K-바이오’의 경쟁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1) 및 바이오신약 개발기업 ‘에이프로젠’은 국내 바이오 1호 유니콘 기업으로 최근 미국 바이오 시장에 진출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고농도 제형 개발에 성공해 특허 출원을 완료한 에이프로젠은 지난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2020년에 현대차에서 분사한 ‘마이셀’은 버섯과 곰팡이를 활용해 대체가죽·대체육 등 산업·식품소재를 만드는 친환경 스타트업이다. 최근 130억 원 규모의 프리 A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론바이오’는 PDRN 생명공학 기술개발 전문기업이다. PDRN은 연어생식세포에서 추출한 세포재생물질로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소재로 활용된다. 올해 품질 관리 기준(KGMP) 적합 판정을 획득한 제론바이오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발명 및 특허 출원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도 원료물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혈액 유래 miRNA 바이오마커 기반의 퇴행성 뇌 질환 체외진단키트 개발 기업인 ‘파미르테라퓨틱스’는 지난 6월 ‘서울 4대 미래성장산업 유망 선도기업’에 선정됐다. 자체 구축한 스크리닝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따라 정상군 대비 발현이 증감하는 miRNA를 선별 확인해 바이오마커에 대한 국내 특허와 미국, 일본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축산 스타트업 ‘유라이크코리아’는 미국 시장 개척에 한창이다. 지난 10월 콜로라도주(州)의 대규모 농장에 40만 달러(한화 약 6억 원) 상당의 라이브케어(LiveCare) 1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축우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및 사료 컨설팅 전문기업 JMB 사와 340만 달러(한화 약 49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라이브케어는 경구투여형 사물인터넷(IoT) 바이오캡슐로, 소 입을 통해 들어간 후 반추위에 자리 잡고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유라이크코리아는 미국 외에 일본, 브라질 등 해외 판로개척에 집중할 계획이다.
의료기기 분야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메디허브’는 자체 개발한 디지털 무통마취기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 이어 아세안 국가 중 최대 의료기기 시장 규모를 가진 태국 진출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미국 의료기기 전문유통기업 벡터네이트(Vectornate)사와 500만 달러(한화 약 71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1월 태국 의료기기 유통사 바이오엑티브(Bio Active)와 175만 달러(한화 약 26억 원) 규모의 ‘아이젝(i-JECT)’ 수출계약을 맺었다.
1)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바이오(bio)에 유사한(similar)가 결합된 것으로써,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복제약'만을 칭한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이유
국내에서 기술력·신뢰성을 얻은 스타트업들은 해외시장으로 속속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의 해외 진출 도전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투자환경 위축과 높은 의료 규제 장벽을 꼽을 수 있다.
바이오 분야의 특징은 기술혁신이 곧 신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사업 분야의 인증 기준이 엄격한 편이다. 일례로 국내에선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가 불법이다. 이로 인해 임상시험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규제가 언제 풀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유럽, 중국, 베트남 등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유전자 검사에 대한 제한이 유연하다. 때문에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및 정보 수집, 현지 네트워크 확장 등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시도가 요구된다. 바이오 산업의 핵심은 R&D로, 장기간의 시간과 경제적 투자가 수반된다. 특히 초기 개발 단계에서 스타트업의 리스크는 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아직 장기적인 투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그 결과를 체계화할 수 있는 생태계 형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R&D 자금 마련을 위해선 해외 투자자로부터의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다. 미국 벤처캐피탈(VC)은 미국에 본사가 있는 스타트업에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스타트업이 미국 VC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해야 한다. 해외 유수 액셀러레이터들 또한 해외에 투자할 때 본사를 특정 지역에 두는 것을 선결조건으로 내거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강소기업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과감한 규제 혁신 및 민간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입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새 정부 맞아 대변화 예고한 국내 육성 정책…현재 상황은?
바이오산업의 시장 규모는 인구 고령화와 건강 수요 증가 등과 맞물리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은 과학기술과 의학이 접목된 고부가 지식집약 산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요도가 더욱 커졌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스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 규모는 2020년 2,654억 달러(약 380조 원)에서 2030년 8,651억 달러(약 1,227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기반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최근 수년간 혁신 신약 개발, 의약품 위수탁생산(CDMO)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 제약 기업이 산업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산업계의 노력에 더해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가장 먼저 바이오산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초기 단계 바이오 벤처들을 위한 성장 위주의 제도 개혁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좁은 내수시장에서 탈피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스타트업 생태계의 저변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
현재 금리 상승과 증시 침체로 민간 출자자의 바이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2022 2분기 브리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외 벤처캐피탈(VC)의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는 6,75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1,300억 원 감소했다. 개발자금이 원활히 조달되지 않을 경우 신약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신약 개발의 중요한 단계 중 하나는 임상시험이다. 신약 개발 비용은 500억 원~2조 원의 비용이 들고 임상 단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다.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다수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임상시험을 중단하거나 연기했다. 신약 개발 등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기업들도 투자유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상장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방안’을 통해 △연구개발 지원, △투자 확대, △규제 혁신, △인력 양성 등 다방면에 걸친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투자 확대·규제개선·위원회 설치 등 국정과제에 포함된 정책 추진이 너무 더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 활성화 정책도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8월 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발표했던 1조 원 규모의 ‘K-바이오 백신 펀드’가 당초보다 대폭 축소돼 내년 정부 예산은 1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스폰서를 찾고 대기업 및 대형 제약회사와의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다행히도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산업을 주목한 이들 간의 협업은 신사업 진출과 판로 확대 등 양사의 동반 상생·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 대한 산업 현장의 관심과 투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반면, 바이오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와 치밀한 지원 전략에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범정부 차원의 글로벌 어젠다를 주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기업들의 지속적인 R&D 및 해외시장 판로개척 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K-바이오가 주목받는 가운데, 향후 더 많은 국내 우수 바이오 스타트업의 활발한 해외 진출이 기대된다. 이들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진출해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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