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배달로봇 스타트업의 선점경쟁⋯상용화 시대 열릴까?
- 경제
- 2023. 3. 2.
해외 배달로봇 스타트업의 선점경쟁⋯
상용화 시대 열릴까?
글. 장길수(로봇신문 기자)
로봇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서비스 로봇들이 주목받고 있다. 배달 로봇 역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고령사회 진입, 노동력 부족,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배달 로봇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대만큼 배달 로봇 시장은 성장 궤도에 빨리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사회적·제도적 장벽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해외 배달 로봇 업계의 현황과 전망을 통해 국내 배달 로봇 업계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라스트 마일 배송의 혁신을 선도하는 배달 로봇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이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 로봇들이 주목받고 있다. 고정밀·단순 반복 작업만을 수행하던 제조 현장의 산업용 로봇 대신 새로운 디자인과 첨단 기능을 갖춘 서비스 로봇들이 일상생활 현장 곳곳에 등장해 비대면 서비스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식당에선 서빙 로봇이 손님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주고, 호텔에선 투숙객에게 필요한 편의용품을 빠르게 배달해준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선 큐레이터 로봇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공공시설에선 방역 로봇이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방역 활동을 펼친다.
배달 로봇은 코로나19 이후 집중적으로 조명받고 있는 서비스 로봇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인력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물류 산업계와 환대산업(Hospitality Industry)1)을 중심으로 배달 로봇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업계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2)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차원에서 배달 로봇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체 물류 프로세스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라스트 마일 구간에 배달 로봇을 도입해 배송 비용을 절감하고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노동 인력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배달 로봇의 보급을 촉진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아마존, 페덱스 등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배달 로봇 실증 프로젝트를 앞다퉈 추진했다. 이런 움직임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배달 로봇은 특히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를 실현하는 친환경 배송 수단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기존의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활용한 라스트 마일 배송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지만, 배달 로봇은 전기 배터리를 탑재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속 성장 예상되는 배달 로봇 시장⋯하지만 의외로 높은 장벽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레이츠 리서치(Straits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라스트 마일 배송 시장은 연평균 13.2%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2021년 432억 9,200만 달러에서 2030년 1,32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 조사업체인 쿼드인텔리서치(Quadintel)는 전 세계 실외 배달 로봇 시장이 연평균 17.3%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2020년 407만 달러에서 2027년 1억 5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시장 전망은 밝지만 배달 로봇에 대한 기술적·사회적·제도적 장벽은 꽤 높은 편이다. 배달 로봇은 크게 실내용과 실외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로봇공학자들은 실내외 구분 없이 전천후 주행이 가능한 배달 로봇의 개발 및 상용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배달 로봇은 아직 스스로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탑승하는 것이 쉽지 않다. 눈, 비, 강풍 등 악천후에도 취약하다. 게다가 도로교통법 등 각종 법률 규정이 배달 로봇 서비스의 운영을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적·사회적·제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새 배달 로봇 분야에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가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음식 배달 로봇의 대표주자인 스타십 테크놀로지스를 비롯해 오토노미, 키위봇, 뉴로, 리프랙션AI, 포스트메이츠, 마블 등 수많은 스타트업이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직 절대 강자는 없다.
배달 로봇 업계는 그동안 대학 캠퍼스, 은퇴자 커뮤니티 시설, 요양시설, 사무용 고층 빌딩, 공항, 레저시설 등 비교적 정적이고 제한된 공간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제한된 사용자와 지역 커뮤니티에서 축적한 배달 로봇 운영 경험과 기술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더욱더 역동적이고 복잡도가 높은 지역 또는 상권으로 서비스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타십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는 그동안 미주리주립대, 남부감리대 등 대학 캠퍼스에서 배달 로봇을 운영했다.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영국 소매유통 업체 테스코와 협력해 잉글랜드 노샘프턴 지역에서 배달 로봇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신시내티공항 등에서 배달 로봇을 운행하고 있는 오토노미(Ottonomy)는 노르웨이 우정청과 제휴해 배달 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소형 차량 형태의 배달 로봇을 공급하고 있는 뉴로(Nuro)는 크로거, 월마트, 페덱스, 도미노, 치폴레 등의 기업과 협력해 배달 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딜리버스닷에이아이(Delivers.ai)는 카르프 벨기에 법인과 협력해 배달 로봇을 브뤼셀 인근 지역에서 배달 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보다 복잡도가 높은 상권이나 도심 지역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게 최근 배달 로봇 업계의 흐름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투자 자금 유치한 배달 로봇 업계
다른 로봇 업계와 마찬가지로 배달 로봇 기업들도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을 유치했다. 상당한 양의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스타십 테크놀로지스는 작년 1월 유럽투자은행(EIB)으로부터 5,7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3월에도 4,2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았다. 크런치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스타십은 지금까지 누적 1억 9,77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뉴로(Nuro)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구글 등으로부터 6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자금을 유치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앞서 뉴로는 2019년 시리즈B 라운드 투자에서도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9억 4,0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뉴로는 시리즈 D 라운드 투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21억 달러에 달하는 누적 투자금을 확보했다.
신생 스타트업인 오토노미도 작년 8월 시드 투자에서 33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49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 밖에도 많은 배달 로봇 스타트업이 풍부한 유동성과 로봇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외부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유통·물류 대기업들과 제휴해 다양한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은 왜 스카웃 운영을 중단했을까?
하지만 최근 배달 로봇 업계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하반기 배달 로봇 '스카웃(Scout)'의 실증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9년부터 시애틀 외곽에서 배달 로봇 스카웃을 활용해 로봇 배송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후 캘리포니아, 조지아, 테네시주 등으로 배달 로봇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으나 작년 하반기 갑작스럽게 로봇 배달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아마존 관계자는 블룸버그(Bloomberg)와의 인터뷰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진 스카웃의 현장 테스트에서 고객들에게 고유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털어놨다. 아마존의 사례는 배달 로봇의 보급에 여전히 여러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많은 유통기업이 배달 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나 실증 단계를 뛰어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만큼 기술적·사회적·제도적 장벽이 높다는 의미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배달 로봇 업계⋯도약의 발판은?
최근 배달 로봇 전문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뉴로가 작년 11월 직원의 20%인 약 300명을 해고했으며, 스타십 테크놀로지스도 작년 중반 11%의 인력을 정리했다. 중국 서빙로봇 기업인 푸두 로보틱스도 지난해 대규모 인력 감원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배달 로봇업체들의 구조조정은 아직 배달 로봇 시장이 기대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스타십 테크놀로지스는 작년 구조조정과 관련해 “세계 경제와 투자시장의 ‘극적인 하향세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자본시장 역시 전 세계적인 고금리의 여파로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앞으로 배달 로봇 스타트업들의 신규 투자 유치가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배달 로봇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의견은 여전히 우세하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전, 노동력 부족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라스트 마일 배송 구간의 로봇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다만 아직 시기가 성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배달 로봇의 악천후 주행, 다양한 지형 및 장애물 극복, 안전한 주행 기술 확보 등이 시급한 과제다. 법률 및 제도적인 차원의 장벽이 아직 높은 편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각국 정부가 배달 로봇에 대한 규제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기회를 살려 다양한 실증 사례를 축적하고, 배달 로봇의 효용성을 입증한다면 배달 로봇 시장은 도약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배달 로봇 스타트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증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단계다. 목표 시장을 보다 명확히 정의하고, 성공적인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수요 기업과 고객에게 신뢰를 얻는다면 국내 배달 로봇 업계의 전망 역시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나라 배달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배달 로봇이 과연 오토바이 배송이나 인력 배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기에 이에 대한 고민이 심도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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