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서 더 멋진 오케스트라의 매력
- 사람
- 2023. 5. 15.
음악이 주는 기쁨,
그리고 위로
서로 다른 소리와 개성을 지닌 악기가 한데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에 푹 빠진 두 사람이 있다. 첼로라는 인생 악기를 만난 한빛1사업처 신승원 과장과 오랜 시간 클라리넷을 연주해온 해외발전사업처 김민아 주임이다. 듣고, 맞추고, 섞이고, 녹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순간은 두 사람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글. 곽한나 사진. 이성원
사진 찍기부터 수영과 골프, 기타 연주까지 신승원 과장은 자타공인 취미 부자다. 수많은 취미를 돌고 돌아 50대 초반에 만난 첼로는 그의 ‘인생’이 됐다.
“초등학교 합주반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원래는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었는데, 현직 음악 교사인 아내가 바이올린은 나이 들면 손가락이 말을 안 듣는다고 첼로를 추천하더라고요. 중년의 인격인 뱃살을 가리기에도 제격이라나(하하).”
첼로 레슨을 시작한 지 두세 달 정도 됐을 즈음, 신승원 과장에게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찾아왔다. 학원에서 작은 발표회가 열려 아내와 딸과 함께 무대에 선 것이다.
“<마법의 성>을 삼중주로 연주했어요. 아내가 피아노, 딸이 바이올린, 제가 첼로를 맡았죠.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어색하게 무대에 올랐는데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그 벅찬 느낌은 지금도 생생해요. 처음 무대에서 느꼈던 큰 희열이 오케스트라 입단까지 저를 이끌었습니다.”
중년에 첼로를 만난 신승원 과장과 달리 김민아 주임에게 클라리넷은 학창 시절부터 늘 함께한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다. 중학교 방과 후 활동으로 클라리넷을 접한 후 교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면서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오케스트라 활동을 이어왔다.
“클라리넷은 낮은음부터 높은음까지 두루 낼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악기예요. 맑고 울림 있는 소리가 매력적이죠. 고민이 생기고 힘들 때마다 클라리넷이 제 ‘숨통’이 됐어요. 숨을 고운 소리로 꽉 채우면 힘들었던 마음이 어느새 치유되는 기분이 들거든요.”
오케스트라를 통해 배운다
해외사업을 새로 발굴하는 업무와 투자 사업을 담당하는 김민아 주임은 컨소시엄을 이루는 회사와의 회의가 잦은 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업무도 오케스트라 협연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오케스트라는 악기마다 등장하고 쉬는 부분이 달라요. 여러 음역의 악기가 박자를 맞춰 하나의 교향곡을 만들어 나가죠. 다른 연주가의 소리를 듣고 함께 맞추는 오케스트라 연습이 여러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신승원 과장도 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악기는 퍼즐과 같죠. 악기별로 제각각 연주할 때는 무슨 곡인지 모르는데 각자의 소리로 연결될 때 완벽한 음악으로 완성돼요. 저희가 다루는 일이 공학적이다 보니 딱딱하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은데요.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유연함과 여유가 늘었습니다.”
악기는 퍼즐과 같죠.
악기별로 제각각 연주할 때는 무슨 곡인지 모르는데 각자의 소리로 연결될 때 완벽한 음악으로 완성돼요.
저희가 다루는 일이 공학적이다 보니 딱딱하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은데요.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유연함과 여유가 늘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각 악기마다 등장하고 쉬는 부분이 달라요.
여러 음역의 악기가 박자를 맞춰 하나의 교향곡을 만들어 나가죠.
다른 연주가의 소리를 듣고 함께 맞추는 오케스트라 연습이 여러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립싱크 대신 활싱크,
롱 텀 연습이 비법
늦게 시작했지만 손가락 힘과 체력이 다할 때까지 첼로를 연주하고 싶다는 신승원 과장은 자신의 ‘활싱크’ 노하우를 귀띔한다.
“가수에게 립싱크가 있다면, 저처럼 중년의 첼리스트에게는 활싱크가 있답니다. 16분음표, 8분음표처럼 빠른 멜로디가 이어질 때 모든 음을 전부 연주하지 않고 홀수나 짝수 음표만 징검다리로 연주하는 방법이에요.”
초보자는 소리내기조차 어렵다는 클라리넷을 학창 시절부터 단련해 온 김민아 주임의 연주 비법은 단연 정석이다. 연주 전에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오르내리는 스케일 연습을 많이 하고, 한 호흡으로 최대한 길게 소리 내는 ‘롱 텀’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다른 취미도 마찬가지겠지만, 클라리넷은 오래 할수록 더욱 진가를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 클라리넷 독주를 해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무대에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는 것이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일도 취미도 ‘홀로’보다 ‘함께’ 해야
악기는 다르지만 오케스트라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은 “일도 취미도 나 홀로 보다 함께 연결돼야 오래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악기 구입이나 레슨비 때문에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길은 열려 있다고 덧붙인다. 특히 나주시에서 공공기관 임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악기 강좌를 열어 눈여겨볼 만하다. 김민아 주임 역시 이 강좌를 통해 나주시 빛가람필오케스트라 단원이 됐다.
“작년 11월에 창단 공연을 했는데 동기와 동료분들이 많이 와 주셨어요.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큰 힘이 됐습니다.”
김민아 주임이 속한 나주 빛가람필오케스트라는 다가오는 6월 17일 빛가람호수공원에서 정기연주회를 열 예정이다.
신승원 과장은 전원 아마추어로 구성된 광주시 기베스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오케스트라 단원과 모여 9월 정기 연주회와 12월 송년 연주회를 준비 중이다. 송년 연주회 때는 모금을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뜻깊은 행사도 함께한다. “저희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단원의 입단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연주회 때는 클래식 곡과 더불어 영화음악과 대중가요도 만날 수 있으니 동료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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