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EBUARY

kyung sung NEWS LETTER

노인을 위한 금융 교육 필요성과 과제

[출처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고령사회의 삶과일 칼럼]

 

한진수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금융교육 #금융이해력


금융이해력과 금융교육

합리적이며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이 있어야 한다. 금융이해력이란 개인이 합리적 금융 의사결정을 통해 금융 웰빙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금융 지식, 금융 기능, 금융 행위, 금융 태도를 지닌 것을 말한다(Atkinson and Messy, 2012). 일상 경제생활에서 금융 거래를 실수 없이 수행하고 금융 사기나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삶의 필수 역량이 바로 금융이해력이다. 금융이해력이 미흡한 사람은 현재와 미래에 발생하는 각종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미처 예상하지 못한 금전적 충격이 발생할 때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 금전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금융이해력은 독학, 금융생활 경험, 직장 생활, 사회화, 친구와의 대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발되거나 축적되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경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제공되는 금융교육이다. 전문가, 정부, 민간 단체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금융교육은 지금까지 주로 학생을 포함한 젊은이에게 초점이 있었다. 조만간 사회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금융생활을 하게 될,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들에게 희소한 금융교육 기회를 우선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결과이다. ‘교육=학생 또는 학교’라는 고정 틀에 얽매인 탓도 있었으며, 한곳에 모여 있어 금융교육을 실행하기에 편리한 대상이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반면에 노인을 위한 금융교육에는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소홀했다. 이에 대해 변명하자면,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해 비교적 자기 통제 능력이 뛰어나 충동적으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성향이 강하지 않으며, 경험이 풍부해 돈 관리도 책임감 있게 잘하기 때문이다. 노인의 금융 웰빙 수준이 젊은 사람보다 높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Collins and Urban, 2020).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고 지금도 바뀌고 있다. 변화 속도는 내리막길의 수레처럼 갈수록 빨라진다. 과거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중요해지고 있다. 노인을 위한 금융교육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오늘날 노인은 금융생활에서 혼자 힘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금융이해력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인이 금융이해력에 관한 한 대표적인 취약 계층이라는 사실은 전 세계에 공통된 현상이다. 얼마나 취약할까?


금융이해력에 취약한 노인

우리나라 성인(18~79세)의 금융이해력을 2년마다 공동 조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자료를 통해 노인의 금융이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대별 금융이해력 수준이 20대부터 점차 높아지다가 40대에 정점을 이룬 뒤, 이후에는 낮아져 하나의 산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봉우리에 해당하는 40대를 기준으로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경사가 급해 70대는 50대뿐 아니라 60대보다 금융이해력이 크게 떨어지며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림 1〉 연령대별 금융이해력(100점 만점)

출처: 한국은행·금융감독원(2023), 2022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보도자료(2023. 3. 29.)

금융이해력 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금융이해력의 경제적 중요성’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금융이해력 수준이 낮은 사람이 대출을 더 많이 받으며 빚으로 인한 어려움을 더 자주 경험한다고 보고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금융이해력 수준이 낮은 사람은 금융 상품을 거래하면서 수수료를 더 많이 부담하며, 투자에 소극적 경향을 보인다. 신용카드 빚도 더 많으며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수수료나 추가 부담금을 많이 낸다. 결과적으로 금융이해력 수준이 낮은 사람이 축적한 재산은 높은 사람이 축적한 재산보다 훨씬 적다(Lusardi and Mitchell, 2014).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금융이해력 수준이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의 돈 관리의 수익률을 비교했더니 금융이해력 수준이 낮은 사람의 연간 수익률이 1.3%p나 낮게 나타났다(Clark, Lusardi, and Mitchell, 2014). 만약에 1억 원을 운영한다면 금융이해력이 떨어진 탓에 10년에 1,575만 원, 40년이라면 무려 1억 2천만 원을 더 벌 기회를 연기처럼 날려버린다는 의미이다.

 


노인의 금융교육이 중요해진 이유

1) 복잡하고 다양해진 금융 상품
지금의 노인이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했던 시절에는 여윳돈이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은행으로 달려가 예금에 가입하는 선택이 대세였다. 주식 투자도 가능했지만, 지금만큼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던 탓에 일부 전문가들에게나 해당하는 선택이었다. ‘여윳돈=은행 예금(적금 포함)’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던 금융 환경에서는 금융이해력의 중요성이나 체계적인 금융교육 필요성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지금은 금융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은행을 방문하면 가입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 예금 말고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간접투자를 하기로 하면 가입할 수 있는 펀드가 수십 가지에 이르러 상당한 지식이 없으면 선택 장애에 빠진다. 가상 자산까지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ELS, ETF, DLS, CFD 등등 그 용어조차 파악하기 힘든 별의별 파생상품이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미끼로 노인들의 지갑을 유혹한다.
금융이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융교육도 받지 않은 채 예금 이외의 금융상품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벌 좋은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한 푼이 아쉬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만약에 이런 금융상품에 관심을 보인다면, 자신의 자금 사정과 재무 목표에 어울리는 최적의 금융 상품이 무엇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금융이해력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금융이해력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금융이해력이 있어야 금융회사 직원을 비롯해 주변 전문가의 제대로 된 조언을 받을 수 있으며 훨씬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고객보다는 자신이나 금융회사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금융회사 직원이 간혹 있다. 금융회사 직원의 추천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하는 대신에 본인의 판단으로 최종 선택을 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금융이해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금융 자문의 질과 금융이해력이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Kim, Mauer, and Mitchell, 2021). 이들 연구진은 금융이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가족이나 친구처럼 주변의 지인 대신에, 전문가로부터 금융 조언을 얻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공짜로 누리는 혜택을 얻는다고 한다. 또 연구진은 고령자일수록 그리고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한 사람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금융 자문이나 전문가로부터 조언받는 일을 금융이해력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보아야 함을 시사한다. 즉, 전문가의 금융 조언을 받으면 되므로 굳이 금융이해력을 축적할 필요가 없다거나 금융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중대한 착각이다. 금융이해력 수준이 높아야 더 양질의 금융 조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 핀테크 확대
노인을 위한 금융교육이 중요해진 두 번째 이유로 핀테크(fintech)를 들 수 있다. 핀테크란 금융 부분에 기술, 특히 정보통신(ICT) 기술을 융합한 현상을 말한다. 모바일 뱅킹부터 시작해서 ○○페이 같은 간편결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금융 거래 등 금융 시장에서 핀테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핀테크는 양날의 검이다. 금융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돈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며 신속하고 저렴하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커다란 이점이 있는 반면에 이를 이용할 줄 아는 역량을 지니지 못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금융생활의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금융회사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업점을 하나씩 없애고 있어 모바일 뱅킹 역량이 부족한 노인은 금융 거래를 위해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나이가 많다고 세월의 변화를 한탄하며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핀테크는 고령자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신체적으로 이동성이 떨어지는 노인도 금융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준다. ○○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면 정말 편하다. 이제 모바일 앱, 웹 플랫폼, 자동화 키오스크 등의 소통 도구를 이용할 줄 아는 역량은 노인에게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러므로 젊은 사람들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노인에게 꼭 필요한 기초 역량을 금융교육으로 학습해야 한다.


〈그림 2〉 고령자가 금융 소외되는 10대 요인


출처:OECD(2020), Financial Consumer Protection and Ageing Populations.

 

3) 장수에 따른 위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의 은퇴 후 삶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지고 있다. 상당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적절한 여가생활을 즐기며 보유 자산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한다. 절세와 자녀에게 증여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다. 노인 산업이 발달하면서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나 취미 활동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산 축적은커녕 빈곤선 아래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생계유지를 위한 돈을 마련하거나 빚을 상환하는 문제에 관한 조언과 도움을 기대한다. 황혼 이혼에 처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소득 충격에 대처해야 하며 원래 계획했던 것에서 방향을 틀어 새 재무 계획을 세워야 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돈을 관리하는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여생을 대비해야 할 필요성과 책임감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장수 위험이란 말까지 생겨났을까. 장수 위험이란 기대수명보다 오래 살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이에 충분하게 대비하지 못해 생겨나는 재정적 위험을 말한다. 가령 평균 수명 80살을 예상하고 젊은 시절에 그때까지 쓸 돈을 마련해 놓았는데, 막상 100살까지 살게 된다면 20년이 경제적으로 위험한 상태가 된다. 이러한 변화에도 대응하고 안전한 노후를 유지하는 데 금융이해력이 도움 된다.

 

 

 

 


효과적인 노인 금융교육을 위한 과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령화 시대라는 긴급한 시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인들의 금융교육을 위한 실무단을 꾸렸으며 회원국에도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했다. 우리나라도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를 비롯해 여러 기구가 다양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노인의 금융이해력을 위한 금융교육 실행에 힘쓰고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공급할 때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교육 효과이다. OECD(2019)는 모든 학습자 집단에 두루 효과적인 유일한 방식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대상 학습자가 직면하는 생애주기의 특정 사건에 초점을 맞춰 적기에 그리고 적절한 방법으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몇 가지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첫째, 콘텐츠를 최대한 단순화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간결하되 필요에 부합하는 최신 정보를 제공해야 노인의 관심과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 경험 법칙 같은 것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경험 법칙이란 복잡하고 어려운 의사결정 상황에서 우리가 실용적이고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경향성을 말한다. 가령 “믿기 어려울 만큼 좋은 조건이면, 절대 믿지 마라”는 경험 법칙은 고수익으로 유혹하는 많은 금융 상품이나 금융 사기에 현혹되지 않게 도와주는 금언이다.
둘째,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가능한 한 개인 맞춤형으로 재단해야 한다. 개인화된 프로그램은 학습자의 개인적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므로 학습자가 열의를 가지고 금융교육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화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우선 시간 측면에서 학습자가 도움을 원하는 ‘바로 그때’ 금융교육을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며, 내용 측면에서는 학습자의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외에 개별화된 상담과 코칭까지 추가할 수 있다면 개인화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셋째, 학습자가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금융교육을 완수했다고 말할 수 없다. 노인들이 눈앞의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거나 각자의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금융교육을 통해 학습한 기능을 바로 연습해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거나 노인을 위한 금융교육 게임을 개발해 학습에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넷째, 적절한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들과 다양한 학습 도구들이 이미 개발되어 있고 교육 효과도 검증되어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 방법의 소통을 선호하는 고령자들도 있다. 또는 ICT 역량이 미흡한 노인들에게 디지털 학습 도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자칫 금융교육의 효과를 반감할 수 있다. 고령 학습자 수준에 맞게 이른바 전통적인 도구와 혁신적인 디지털 도구를 적절하게 혼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금융교육에는 나이 상한이 없어

노인은 생애주기 상 연금에 의존하거나 소득보다 소비가 많아 보유 재산을 소진해 가는 단계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합리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철저하게 전략을 수립하고 더 체계적으로 돈을 관리해야 할 시기이다. 그러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아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나이에 맞는 금융이해력이 요구된다. 평생 금융 공부를 해야 하며 금융교육엔 나이 상한 같은 것은 없다.
그런데 양질의 내용과 혁신적 도구로 적기에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학습이 필요한 고령자들이 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금융교육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금융교육 수요를 창출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교육을 받은 지 오래된 고령자들이 생소한 금융교육에 선뜻 참여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다양한 고령자 공동체를 통해 금융교육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연령 친화적인 공동체에 노인들의 자발적 참여율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교육이 만능은 아니며 노인의 금융 웰빙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금융교육 노력에 더해 정부와 금융회사의 역할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자주 범하는 의사결정의 편향 또는 오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넛지(nudge)가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노인들이 주로 거래하는 금융 상품에 대해서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는 선택을 피할 수 있게 저위험이나 안전한 옵션을 디폴트로 설정하는 방안이 그 가운데 하나이다.

 

[출처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고령사회의 삶과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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