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노인 1인 가구의 사회 안전망으로 활약하는 ‘노인일자리사업’

[출처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고령사회의 삶과일 칼럼]

 

인터뷰: 고양시니어클럽 김은희 사회복지사,
노노케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정금순, 윤혜준 어르신,
노노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석화 어르신
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홍보기획부, 사진: 이정운 포토그래퍼


#노인1인가구 #사회안전망 #노노케어

* 노노케어: 독거노인, 조-손 가정 노인, 거동 불편 노인, 경증 치매 노인 등 취약 노인 가정을 방문하여 일상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안부 확인, 말벗 및 생활 안전 점검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


65세 이상 1인 가구 187만 시대!

2022년 통계청의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519만 5천 가구로 이 중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87만 5천 명이며 36.1%에 달한다. 노인 1인 가구는 점차 증가해 2050년에는 65세 이상 가구 중 41.1%가 1인 가구로 예상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복지 패널조사에서 2021년 기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녀들은 21%에 불과했다.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는 건강, 경제적 안정, 개인 생활 향유 등 노인의 자립적 요인에 따른 노인 단독가구(1인 가구, 부부가구)가 형성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노인 1인 가구의 증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림〉 고령자 가구 비중 및 가구 유형별 구성비 / 출처 : 통계청, 2022 고령자통계


1인 가구는 자유로운 생활과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가족 내에서 도와주는 ‘가족 안전망’ 느슨해짐에 따라 경제적 문제, 고립감, 고독사, 돌봄 부족 등 기존에는 볼 수 없던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노인일자리사업에서는 어르신의 노후 소득 보장과 함께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형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형 일자리 중 노노(老老)케어는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의미로, 노노케어 활동에서는 독거·거동 불편 등 노인의 돌봄 사각지대를 노인일자리로 보완하며 사회 안전망을 탄탄히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노노케어로 알게 된 1인 가구인 서비스 이용자와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의 사례를 통해 노인일자리사업이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실제로 찾아가 보았다.


우리는 혼자 삽니다

노노케어 서비스 이용자인 이석화(88세) 님은 혼자 산 지 20년이 넘었다. 아내와 사별하자, 자녀들이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혼자를 택했다. 독립적으로 노후를 보내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비원으로 10년 동안 성실히 보냈다. 경비직에서까지 퇴직한 뒤에는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경기도에서 서울에 있는 노인복지관까지 가서 각종 강의를 찾아들었다. 서예, 운동 등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 미뤄뒀던 많은 분야를 배우며 일상생활을 알차게 꾸렸다. 원래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인 이석화 님은 누구보다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내가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을 때는 혼자 사는 것도 좋았어요.”
이석화 님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스민다. 2019년, 그날도 노인복지관에서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현관문 앞 계단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일어나려고 해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집 안까지 기어서 가까스로 들어왔다. 고관절 부상이었다. 사고 이후 몇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거동이 여전히 불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 년 후 노화로 인해 한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에 이르면서 바깥 활동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걷기가 힘들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못 하니 그때부터 혼자 사는게 힘들더라고요. 모든 게 단절된 기분이었어요. 외롭고, 많이 우울하고.”
사고 이후 집 안에서 누워있거나, TV를 보는 것이 하루의 전부였다. 외딴 무인도에 혼자 있는 기분이었다. 평생을 사회 활동을 하면서 지낸 이석화 님이었다. 사회와의 고립이 매우 힘들었다. 그때 만난 것이 ‘노노케어’였다.
노노케어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인 윤혜준(78세) 님은 자녀가 결혼 후 혼자 살게 되었다. 자녀의 독립 이후 윤혜준 참여자는 봉사활동에 뜻을 두고 15년 넘게 참여했다. 집 근처 노인복지관에서 식권 배포 및 무료 음식 나눔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봉사하고 나면 밀려오는 뿌듯함에 활동마다 마음을 다했다.
혼자 지내는 것이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봉사활동 등으로 시간을 규칙적으로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걱정이 생겼다.
“내가 만약 밤사이 갑자기 아프거나 숨을 못 쉬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불현듯 불안감이 몰려왔다. 대비책을 마련해 놓기도 했다. 옆집에 홀로 사는 친한 이웃과 현관 비밀번호를 공유했다. 서로 위급 상황 발생 시 현관문을 빨리 열어 주기 위한 조치였다. 윤혜준 참여자는 3년 전 지인의 권유로 노노케어 사업에 참여했다. 노노케어는 2인 1조로 한 달에 열흘 정도 활동한다. 오늘도 윤혜준 참여자는 짝꿍인 정금순(83세) 참여자와 함께 이석화 님 댁으로 향한다.


노노케어, 변화의 시작

이석화 님은 노노케어 참여자들이 오는 날이면 일상에 활력이 생기는 기분이다. 건강이 전보다 나빠지고 마음의 상처가 곪아 있을 때 노노케어 참여자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이 집에 온다는 게 싫었어요. 이제는 나도 모르게 기다려지더라고요. 이제는 노노케어 있는 날에 발소리만 나면 괜히 문을 열어보기도 해요.”
이석화 님은 참여자들과 대화도 하고 그림 색칠하기, 연산하기 등 치매 예방 활동도 한다. 동년배들과 소통하며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1년 반 전 어르신을 처음 뵈었을 때 표정이 아주 어두웠어요. 잘 웃지도 않으시고.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저도 혼자 오래 살아서 어떤 심정인지 잘 알거든요.”
윤혜준 참여자가 말했다. 노인 1인 가구의 정서적 어려움, 생활에서의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르신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두 참여자는 어르신의 안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말벗 및 일상생활 지원 등의 활동을 한다. 처음에는 참여자들은 낯설어하시던 어르신이 자신들을 향해 활짝 웃으실 때 힘이 난다. 어르신의 마음을 열기 위해 두 참여자는 괜히 너스레를 떨기도 하고 계속 말을 걸어서 대화도 시도하고 나름의 노력을 했다. 이제는 어르신께서 농담도 먼저 하신다.
“어르신의 밝은 표정을 보면 노노케어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르신이 저희 친오빠와 동갑이세요. 보면 오빠 생각이 나서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하려고 합니다.”
정금순 참여자는 이석화 님을 보면 친오빠 생각에 더 잘해드리려고 노력한다. 정금순 참여자는 노노케어 활동이 노후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좋고, 규칙적으로 활동을 하니 건강해지고요. 무엇보다 어르신이 저희 활동을 통해서 좀 더 행복한 노후를 보내신다고 생각하면 저도 보람찹니다.”
윤혜준 참여자는 밤사이 혼자 있을 때 느꼈던 불안감이 노노케어 사업 참여 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석화 님, 정금순 참여자 그리고 저는 서로의 연락망입니다. 그래서 불안감이 많이 줄었어요.”
자신이 이석화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듯, 활동일에 자신이 오지 않으면 둘 중의 한 명은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연락할 것이다. 이 연결 고리는 자연스럽게 생성된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한다. 이 점이 윤혜준 참여자에게 안심이 되었다.
고양시니어클럽의 노노케어 사업 담당자인 김은희 사회복지사는 현장에서 느끼는 노노케어 사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한다. 일단 서비스 이용자분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안색도 좋아진다. 참여자들이 집에 누군가 온다는 생각에 씻고 집 안 정리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은 노인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노노케어 참여자와 서비스 이용자가 서로 위로가 되며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울타리가 되어 줍니다.”

 

정금순 참여자와 이석화님, 윤혜준 참여자가 치매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이석화님이 “노노케어 참여자들 덕분에 미소를 되찾았다.”며 활짝 웃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기여

2010년 일본 NHK에서 방영된 ‘무연사회’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노인 1인 가구가 급증했던 일본은 아무와도 연을 맺지 않는 사회란 의미의 ‘무연사회’를 조명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구멍 난 사회 안전망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25년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노인 1인 가구 증가는 당연한 문화가 되는 상황이다.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더욱 강조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7일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노인인구 10% 수준의 노인일자리 규모를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여 수요에 대응하고, 사회 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는 전체 노인일자리의 40% 이상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중 ‘보건복지서비스 약자’ 지원을 위한 노인일자리 중점 확대 분야를 밝혔다. 사회적 약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지속 추진하고, 특히 노노케어, 지역사회 수요가 높은 어르신 식사·청소·가사 지원 등의 프로그램은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노인 돌봄 분야에서는 노노케어 유사 사업 간 중복지원 제한을 완화해 수혜를 확대하고 노인 돌봄 관련 시범사업과 연계해 두터운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노인 1인 가구 돌봄과 같은 우리 사회의 현안을 해결하여 ‘약자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인 것이다.

 

 

[출처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고령사회의 삶과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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