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EBUARY

kyung sung NEWS LETTER

OTT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스트림플레이션

[출처 :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1월호 바로가기]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現 한국OTT포럼 연구이사, 한국방송학회 연구이사
前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겸직교수

 

 


OTT, 성장 가도에서 위기로

미디어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민감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가속도가 붙은 디지털 대전환 때문이다. 디지털 대전환은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등장시켰고 OTT는 전환기 동영상 매체를 상징하는 총아가 되었다.
문제는 OTT가 총아로 자리매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장 한계에 직면했고, OTT가 체감하고 있는 성장의 장벽을 미디어 분야 전체가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이 OTT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는 사업자도 있지만 디즈니와 같이 OTT와 함께 다양한 미디어 분야에 진출해 있는 사업자도 있다. 디즈니의 경우 디즈니플러스가 투자한 만큼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큰 부담을 앉게 되었고, 콘텐츠 투자 감축을 결정하게 된다(Spangler, 2023. 5. 17). 디즈니라는 제국이 영토 확장 기조를 잠시 멈춘 것이다. 디즈니의 이와 같은 행보는 단순히 단일 사업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체 미디어 산업이 성장의 한계를 맞이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OTT와 미디어 산업이 체감하고 있는 성장 둔화가 일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사업자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는데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OTT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 움직임이다.

시장 측면에서 OTT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콘텐츠 투자를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만큼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등 굴지의 글로벌 OTT 서비스 중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플랫폼은 넷플릭스 하나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만큼 OTT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라는 절대 강자와 어려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티빙, 웨이브와 같은 국내 사업자들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콘텐츠 투자에 드는 비용이다. 넷플릭스 역시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려 왔다. 물론, 넷플릭스가 적자에 시달렸던 시기에는 OTT가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치가 높았다. 즉, 현재 가치는 낮더라도 언젠가는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자를 감수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OTT는 주목받는 유망한 산업이 아니라 콘텐츠 투자비가 많이 들고 수익을 쉽게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가 되었다. 물론, OTT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겠지만 시장에서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사업자는 많지 않을 수 있다. OTT의 성장 한계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OTT가 압축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OTT 플랫폼들의 대처

OTT는 초기에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넷플릭스가 표방했던 캐치프레이즈도 ‘최적화(Optimization)’였다. 최적화는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이용행태를 기반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용자가 원하는 최적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최적화라는 용어는 OTT가 기존의 레거시 방송과 달리 광고를 제공하지 않고 실시간 편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시즌을 통째로 일괄 출시하는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함의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입자가 급성장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OTT들은 혁신적인 서비스의 형태를 유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OT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가 감소하는 등 성장 한계에 직면하는 징후들이 포착되자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는 2022년부터 광고요금제를 도입하고 계정 공유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 시작한다. 넷플릭스는 2022년 2/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광고요금제 도입과 계정 공유 금지 방침을 밝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이를 실행하기 시작한다(Netflix, 2022). 광고요금제 도입과 계정 공유 금지는 일종의 패키지라고 할 수 있다. 광고요금제라는 저가 상품을 출시하면서 기존에 계정을 공유했던 이용자들을 광고요금제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광고요금제 도입 및 계정 공유 금지 정책 도입과 함께 오랫동안 고수해 왔던 시즌제 콘텐츠 일괄 출시 원칙을 폐지하고 경쟁력 있는 일부 콘텐츠에 대해서는 파트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더 글로리>가 파트제로 공개되고 비슷한 시기에 디즈니플러스에서 릴리스된 <카지노>도 일괄적으로 시즌 전체가 공개되지 않자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들은 시즌 전체를 통으로 공개해서 이용자들이 기존 방송과 달리 기다리지 않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OTT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콘텐츠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OTT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의 불만을 감수하고 일괄 출시 정책을 고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OTT를 상징하는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취한 이와 같은 선택을 최적화 패러다임의 폐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노창희, 2023. 2. 7).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들이 최적화라는 수사로 자신들을 포장했던 것은 기존 레거시 방송과의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해서였다. 최적화 패러다임은 언젠가 OTT 산업이 크게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기에 고수할 수 있었던 기조였다. 하지만 OTT의 성장성에 의문 부호가 찍히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들은 재무적인 성과 극대화로 정책을 변경하게 된다. 이제 OTT는 기존 방송의 관습을 따라가고 기존의 레거시 방송은 OTT와 같이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가피한 요금 정책의 다양화, 이용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CNBC의 저널리스트 셔먼은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감소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미디어 산업에 속해 있는 사업자들이 요금 인상에 집중하면서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Sherman, 2023. 5. 11). 이 전망은 현실화되고 있다. OTT 사업자들이 요금을 인상하면서 OTT를 의미하는 스트리밍(Streaming)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스트림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OTT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이 이용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OTT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이 OTT 사업자들의 요금 정책 변경의 일환이며, 요금 정책의 핵심은 요금 다양화에 있다는 것이다. OTT 사업자들이 요금을 다양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OTT 가입자 규모가 유의미하게 성장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노창희, 2022. 12. 1). 이러한 상황 속에서 OTT 사업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한편으로는 요금을 인상해서 가입자당 평균 수익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광고요금제를 도입해서 좀 더 낮은 요금을 받더라도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광고를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2023년 10월 기준으로 미국 애플TV플러스는 기존에 6.99달러였던 요금을 9.99달러로 넷플릭스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19.99달러에서 22.99달러로 인상했고, 베이직 요금제는 9.99달러에서 11.99달러로 인상했다. 디즈니플러스는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월정액 요금제를 10.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인상했고,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플랫폼인 훌루도 14.99달러에서 17.99달러로 인상했다. 역시 디즈니의 스포츠 전용 플랫폼 OTT인 ESPN플러스도 9.99달러에서 10.99달러로 요금을 올렸다. 디스커버리도 6.99달러에서 8.99달러로 요금을 인상했다(출처: Company reports; Splangler, 2023. 11. 8 재인용). 구글도 유튜브 프리미엄에 적용되는 요금을 13.99달러로 인상했다(McGregor, 2023. 12. 12).
OTT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은 이용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OTT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은 요금 다양화 정책의 일환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용자의 셈법은 이제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디어 소비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용자들은 비용을 좀 더 내고서라도 복수의 OTT 플랫폼 이용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그림 1] 예산 제약하에서의 OTT 지출 계획

자료: KPMG(2023)


KPMG(2023)에서는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6개월 전후로 OTT 소비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소 하나 이상의 OTT 구독을 취소해서 월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과거 6개월 이내와 향후 6개월 동안 무응답을 빼고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OTT 복수 이용에 대해 이용자들이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 결과다. 이 조사 결과에서 또 하나 주목해 볼만한 결과는 비용 감소를 위해 적어도 하나 이상의 OTT 구독을 취소하겠냐는 응답에 27세에서 42세까지 이용자 중 46%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OTT 구독을 해지하겠다고 응답했다. 27세에서 42세까지는 가장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하는 세대로 이 연령대의 이와 같은 의향은 향후 OTT 이용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세대별 예산 제약하에서의 OTT 지출 계획

자료: KPMG(2023)


OTT의 성장 한계와 그에 따른 요금 정책 다양화는 OTT 사업자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이제 OTT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의 불만을 각오하고서라도 과거에 하지 않았던 선택을 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OTT 소비 방식에 대한 성찰적 미디어 소비다. 모든 이용자가 OTT를 포함한 미디어 소비를 능동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미디어 소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라면 나에게 미디어가 주는 가치는 무엇인지 각 OTT 플랫폼이 배타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나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구독료를 내고 볼 가치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스트림플레이션이라고 불리고 있는 OTT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은 이용자들에게 당면한 현실이고,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이 자사에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해지할 수도 있는 도전이 될 수 있다. OTT 선택에 돈, 시간, 노력(Teixeira, 2019/2019)이라는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이용자에게는 현명한 선택이, 사업자에게는 이용자의 높아진 가격에 부응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1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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