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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 데 팥 나고 팥 심은 데 콩 난다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매거진> Vol.30 웹진 바로가기]

 

TV로 대표되는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로 상징되는 뉴 미디어가 섞이고 있다. 유튜브 스타들이 TV에 출연하고, 반대로 TV 황금기를 만든 PD들이 유튜브로 넘어가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TV 예능과 웹 예능이 경쟁하고, 반대로 상생하기도 하는 이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얼까?

글. 박원우(포맷 제작사 ‘디턴’ 대표)

TV로 대표되는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로 상징되는 뉴 미디어가 섞이고 있다. 유튜브 스타들이 TV에 출연하고, 반대로 TV 황금기를 만든 PD들이 유튜브로 넘어가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TV 예능과 웹 예능이 경쟁하고, 반대로 상생하기도 하는 이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얼까?

©Shutterstock


“너 어제 그거 봤어?” 대화의 시작을 이끌어내던 이 말도 옛말이 되어 버린 요즘이다. “그게 뭔데? 이거?!” 마치 형사가 증거를 들이밀 듯 바로 찾은 스마트폰 속 영상을 확인하며 그 콘텐츠에 대한 평가를 이어가는 대화를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모두 유튜브의 영향이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이동형 텔레비전의 시대! 그래서인지 편성도, 제작비도, 스타 캐스팅도 인기 콘텐츠 앞에 무릎 꿇은 지 오래다.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뛰어가야 할 일도, 좋아하는 스타의 다양성도 천차만별이라 자연발생적인 대형 팬클럽의 형성도 쉽지 않은 시대다. 이런 흐름에 방송인들은 얼마나 적응해가고 있을까? 이제 시청자는 구독자라 불리고 시청률은 조회 수로 대변되는 요즘, 무너진 방송의 경계를 바라보며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콩 심은 데 팥 나고, 팥 심은 데 콩 난다.” TV로 보라고 만들었는데 유튜브로 시청하는 시대. 유튜브에 간단하게 올린 영상 하나로 TV 스타가 탄생하는 시대. 과연 이 변화는 어디서부터 그 시작을 찾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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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명이 사용하는 유튜브의 탄생
2005년 2월 14일, 밤 유튜브는 탄생했다. 슈퍼볼 대회 하프 타임 때 벌어진 니플게이트(Nipplegate) -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자넷 잭슨의 의상을 찢어 가슴이 노출된 사고 - 로 인해 전 세계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동영상 검색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은 페이팔(PAYPAL) 직원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천의 아이디어로 동영상 공유 검색 사이트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의 이용자는 25억 명이 되었다. 유튜브를 ‘25억 명이 시청하는 대형 방송국’이라 생각한다면 이 영향력을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보다 유튜브가 더 많은 스타 탄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많은 TV쇼에서 유튜버들이 게스트로 참여하거나 메인 MC로 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유튜브 채널의 아이디어가 별도의 수정 없이 TV로 옮겨와 정규 편성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방송국 PD들과 작가들의 유튜브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똑같지 않더라도 분명 ‘그게 이거 아냐?’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닮은 아이디어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2017년 유튜브는 ‘YOUTUBE TV’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의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도 만들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원래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유튜브가 TV를 따라가려 했던 롱폼 콘텐츠들은 실패했다. 3, 4년 후 이 상황은 역전되었다. TV가 오히려 미드폼, 숏폼 콘텐츠가 가득한 유튜브를 따라가고 있다. 그들의 콘텐츠 제공 방식을 배우고 있다.


<한블리-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출처_JTBC 홈페이지


숏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
JTBC에서 방송 중인 <한블리-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는 유튜버 한문철 씨의 화면 자료와 설명을 그대로 가져와 퀴즈라는 장르와 결합했다. 이미 유튜브 이용자에게는 익숙한 포맷이었고, ‘한블리’로 정규 편성이 되었을 때도 새로움보다는 낯익은 쇼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언제나 독창적인 쇼가 살아남을 수 있는 TV 시장까지 유튜브의 아이디어가 넘어와 장악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TV 전파 속으로 전이된 유튜브 콘텐츠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덧붙여지기보다는 인기 유튜버의 콘텐츠가 그대로 활용한다. 결국 유튜브 콘텐츠의 인기를 한 번 더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유튜브에서 제작된 <머니게임>은 <피의 게임>으로 재생산되었고, 독특한 캐릭터로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스타, 젠더 스타, 정치 스타 등은 이미 공중파와 케이블 TV를 장악하고 있다. 필자가 만든 <복면가왕>에도 종종 유튜브 스타가 가면을 벗고 대중으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피의 게임 2> 포스터 ⓒ웨이브


이런 사례를 통해 볼 때 새로운 쇼의 확장은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기존 방송 미디어 제작자로서는 시청자의 이탈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는 방송 편성의 권력자들도 유튜브 스타일의 쇼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빠르고 짧고 임팩트 있는 소재들의 유입이 너무도 당연한 상황이다. 이는 유튜브 제작자들의 창의력이 더 뛰어난 것이 아니라 콘텐츠 소비 방식의 큰 변화가 가지고 온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Youtube Killed the TV Star
제작비 문제도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광고주들은 이미 레거시 채널의 광고 시장에서 유튜브 광고나 유튜브 콘텐츠에 더 많은 PPL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방송 시장의 적자는 당연한 결과다. 레거시 미디어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시청률을 얻기 위해 인기 있는 유튜브 콘텐츠를 반복해서 넣으며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다.

예전에 음악을 듣기 위해 레코드판에 바늘을 올리던 시대에서 휴대가 간편한 워크맨과 CD플레이어로 옮겨질 때도 우리는 우려했고, 지금은 파일로 음악을 듣거나 클릭만 하면 음악 감상이 가능한 시대로 변형된 것처럼 유튜브라는 콘텐츠 제작으로 방향을 수정하면 되는 것 아닐까?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우리는 무엇인가를 계속 창작해야 하는 숙명이기에.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유튜브 콘텐츠? 레거시 TV 채널의 콘텐츠? 아니면 흐름에서 도태될 것인가?

기존 방송국 스타와 PD, 작가들 중 이미 많은 사람이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개그맨들이 직접 촬영 편집하는 스케치 코미디나 방송국을 떠난 김태호 PD도, 나영석 PD도 본인들의 채널을 키우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다.


콩 심은 데 팥 나고, 팥 심은 데 콩 나는 시대
지금부터는 필자의 단순한 의견을 남겨 보려 한다. 유튜브와 방송의 경계가 무너져 가는 ‘콩팥팥콩’ 시대에 우리는 타협이 필요하다. 서로가 공존할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효율이다. 제작비의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테스트 버전을 선보이는 간편한 시청 패턴이 필요하고, 유튜브와 같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홍보는 이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유입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시작된 새로운 음악 쇼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쏭당포–당신의 노래를 삽니다>는 <싱어게인>이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에 출연할 만한 무명 싱어송라이터의 자작곡을 돈 주고 사는 콘텐츠다. 가난한 싱어송라이터들에게는 자식 같은 곡을 구매자에게 입양시킴으로서 새로운 곡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을 얻고, 구매자는 아직 들어본 적 없는 곡을 세상에 선보여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복면가왕>, <마이 보이프렌즈 이즈 베터> 같은 음악 쇼를 자주 기획하는 필자에게 있어서는 아주 반가운 쇼다. 음악 저작권자들의 사용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이때 싱어송라이터들에게도 좋은 노래가 많음을 익숙하게 만들어 주는 쇼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도 구독자도 맛을 봐야 안다. 모든 신선한 기획이 그렇다. 모험이다. 모험은 용기이며 그 용기를 시도하게 하는 힘은 그 맛이 무엇인지 아는 데서 나온다.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맛을 보게 해주는 레거시 미디어와 뉴 플랫폼의 ‘콜라보’가 너무도 필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는 순간 우리는 영원히 콘텐츠 생산의 라인에서 이탈될 수도 있다.

작은 화분이든 큰 화분이든 괜찮다. 흙을 담아 콩을 심어 보자. 콩을 심어도 팥이 나고 팥을 심어도 콩이 나는 시대다. 지금이.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매거진> Vol.30 웹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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