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EB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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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때가 되면 터져 오른다 퀀텀 점프(Quantum Jump)

[출처 : KPS STORY 2024 1월+2월]

 

‘퀀텀 점프(Quantum Jump)’는 양자역학에 관한 물리학 용어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량의 에너지를 의미하는 양자(Quantum)가 에너지를 흡수해 다른 상태로 변화할 때, 연속적으로 서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급속도로 도약(Jump)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퀀텀 점프는 최근 경제와 경영 분야에서 더 많이 회자된다. 틀을 깨고 단번에 도약하는 기업을 빗대거나, 어떤 성장이 한번에 폭발하듯 실현될 때 퀀텀 점프라 칭한다.

글. 곽한나  사진. 필립스, 도요타, 곰표 등
참고도서. 정철현 <블리자드 퀀텀 점프>, 제프리 버스강 <하버드 스타트업 바이블>


물리학 용어에서 일상으로 온 퀀텀 점프
‘양자역학’ 하면 마블 영화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앤트맨> 시리즈는 양자역학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선사했다. 영화 속에서 앤트맨은 특수한 입자로 만든 슈트를 입고 개미처럼 작아진다. 우주의 가장 작은 단위인 퀀텀의 세계에서는 일반적인 물리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양자역학의 중요한 특성은 ‘얽힘’과 ‘중첩’이다. 이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양자 특성을 정보통신(IT) 기술에 접목한 것이 양자컴퓨터다. 기존 슈퍼컴퓨터의 정보 단위는 비트(bit)로 0 또는 1로 연산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qubit, quantum bit)는 0과 1을 중첩해 여러 연산을 한번에 처리한다. 이론상 슈퍼컴퓨터로 작업하면 1,000년의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양자컴퓨터는 단 4분이면 해결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또다시 산업의 퀀텀 점프가 일어날 것을 예견할 수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에서 퀀텀 점프는 금전이나 성공과도 쉽게 연결된다. ‘연봉 퀀텀 점프하기’ ‘이직 퀀텀 점프의 비결’ ‘수익 퀀텀 점프하는 방법’ 등의 온라인 콘텐츠나 SNS 광고들이 눈길을 끈다. 어느 날 갑자기 주목받아 인기를 끈 틱톡이나 유튜브 영상, 블로그 조회수도 일상에서 만나는 퀀텀 점프의 사례다. 이때 조회수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가파른 직선이나 완만한 곡선이 아니다. 아무 변화도 없는 듯 수평선에 머물다가 갑자기 계단을 뛰어오르듯 이전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급격히 상승한다. 연속성 없이 하나의 단계나 차원을 넘는 것이 바로 퀀텀 점프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타고 퀀텀 점프한 기업들
기업도 사업방식이나 구조 혁신을 통해 단기간에 급격하게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정체에 빠지거나, 위기에 놓였을 때 틀을 바꾸는 혁신은 퀀텀 점프의 기회가 된다.

도요타 회장인 오쿠다 히로시는 기존 관료주의와 경직적인 기업 문화를 탈피하고 미국식 경영 스타일을 적용해 도요타에 창의적인 기업체계를 장착했다. 연공서열제 대신 성과급제를 도입해 젊고 유능한 사원을 발탁하고, 사내벤처를 육성해 창의력 넘치는 젊은 조직으로 바꿔나갔다. 순발력 있는 오쿠다의 판단력은 ‘스피드 경영’으로 불린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선두로 나서는 계기도 여기서 나왔다는 평을 받는다.

 


필립스 얀 티머 회장은 CEO로 취임한 이후 5년간 4만 5,000명을 감축하고, 100만 평의 유휴 부동산을 과감히 처분했다. 60여 개의 문어발식 사업 분야도 4개의 핵심 분야로 통폐합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뤘다.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문화를 도입해 마케팅의 혁신을 꾀하면서 대규모 적자 기업에서 3년 만에 부채가 절반으로 줄고, 주가는 두 배가 뛰는 퀀텀 점프를 이룩했다.

 


외부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퀀텀 점프한 기업들도 있다. 2019년 말,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관련 기업과 백신 바이오 산업 매출이 급등하고 막대한 기업가치가 상승했다. 업계 최초, ‘로켓 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퀀텀 점프도 빼놓을 수 없다. 설립 이후 각종 비용 부담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쿠팡은 팬데믹 시대 당일 배송 시스템인 로켓 배송을 통해 소비자의 일상까지 바꾸며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섰다.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 반열에 올라선 쿠팡의 성장은 국내 재계 역사상 최단기간의 ‘사건’으로 불리기도 한다.

MZ세대의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급성장한 대한제분의 브랜드 ‘곰표’도 리브랜딩으로 퀀텀 점프한 사례다. 밀가루 브랜드로 친숙했던 곰표는 새하얀 북극곰 아이콘이 지닌 뽀얗고 깨끗한 이미지를 활용해 각종 식품과 의류, 화장품 제품과 협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곰표 맥주와 팝콘이 불티나게 팔렸고, 곰표 패딩, 곰표 밀가루 쿠션과 핸드크림도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의한 ‘곰표’ 키워드 파급력은 각종 콜라보레이션이 본격화된 2018년 이후 퀀텀 점프한 그래프를 그린다.


인내와 응축의 시간이 만들어낸 폭발력
‘비약적인 성장을 위한 8가지 도약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블리자드 퀀텀 점프>에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 게임 개발기업 블리자드의 성공 비결이 담겨 있다. 1991년 3명이 약 3,000만 원의 창업금으로 설립한 블리자드는 2009년 1조 3,600억 원의 매출과 6,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창사 이후 1,000배 이상의 급성장을 이뤘다. 저자는 그 힘의 저변에 끝없는 인내력이 있다고 전한다. 수백억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 새로운 게임 제품도 기업의 핵심 목표인 ‘끝내주는 퀄리티’에 다다르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고, 발매일을 공표하고도 수없이 번복하며 완벽함에 집착한 결과라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이자 <하버드 스타트업 바이블>을 펴낸 제프리 버스강은 퀀텀 점프를 원한다면 다음과 같이 하라고 조언한다.

첫째, 불확실성을 관리하라. 스타트업이든 기획이든 그것은 마치 자욱하게 안개 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모든 기획은 낯설고, 부딪치는 사람과 문제에 관한 해결 방안은 연이어 발생한다. 도전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한계를 뛰어넘어라. 장애물을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더욱 효율적인 해결책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각하라, 위기는 항상 기회이다.

셋째, 주인의식을 가져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뿐만 아니라 관계된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법을 고민하고, 더 나은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수평적 사고로 해결 방안을 찾는 자세가 중요하다.

중국 극동지방에서 자라는 ‘모소 대나무’는 씨앗을 심은 후 4년 동안 자라기는커녕 싹조차 틔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5년째가 되면 대나무밭에서 죽순이 돋기 시작해 기적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한다. 하루에 30센티미터 이상 자라는 대나무들은 6주가 되면 15미터 이상 자라 빽빽한 숲을 이룬다. 모소 대나무는 죽순을 내기 전, 4년 동안 뿌리를 땅속으로 멀리 뻗는다. 죽순이 돋기 시작하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게 뻗었던 뿌리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자양분을 흡수하면서 순식간에 자랄 수 있는 것이다. 퀀텀 점프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반드시 인내와 응축의 시간이 있다. ‘얽힘’과 ‘중첩’이라는 양자역학의 원리가 살아 숨 쉬며 때를 기다린다.



죽순이 돋기 시작하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게 뻗었던 뿌리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자양분을 흡수하면서
순식간에 자랄 수 있는 것이다.

퀀텀 점프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반드시
인내와 응축의 시간이 있다.
‘얽힘’과 ‘중첩’이라는 양자역학의 원리가 살아
숨 쉬며 때를 기다린다.

 

 

 

 

[출처 : KPS STORY 2024 1월+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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