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즈와 니즈의 만남, IP를 통한 상생
- 컬럼
- 2024. 6. 11.
[출처 :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2024년 5월호]
SPECIAL THEME
스타, 유튜브로 가다
이유진 ㈜턴키웍스 대표,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MBC <우리 결혼했어요>, <섹션TV 연예통신>, <나는 가수다>
Mnet <프로듀스 X 101> 집필
유튜브 <노빠꾸 탁재훈>, <밥 맛 없는 언니들>,
카카오TV <골프전야> 제작
최근 많은 스타들이 방송을 넘어 유튜브 콘텐츠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청자들, 구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왜 스타들은 유튜브 세상으로 간 걸까요?
첫 번째 이유, ‘소통’입니다
레거시 미디어 즉, KBS, MBC, SBS, tvN, Mnet 등의 채널들은 주로 정보 전달의 방향이 일방적이었습니다. 언론사 또는 방송사에서 배포하고 생산한 내용을 그대로 시청자들이 수용해야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점점 기술이 고도화되고 손 안에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미디어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사회 트렌드를 반영하듯 점점 소통하는 방송, 팟캐스트 등과 같은 매체가 인기를 얻게 되게 되었고, 여기에 방송사들도 시청자들의 니즈를 반영하듯 2015년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같은 시청자와의 소통 방송이 제작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보안이 생명이었던 방송 제작 과정을 직접 본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방송국 투어가 있을 정도로 방송국은 선망의 공간이었죠. 이런 분위기 속에 실시간을 방송 상황을 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습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남긴 댓글과 응원의 글이 직접적으로 스타들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또한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에 흥분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2016년 <프로듀스 X 101>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정점을 찍게 됩니다. 바로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뽑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탄생한 거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제는 시청자들이 원하면 스타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경험하게 되었고 레거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끝판왕에 대중은 열광했습니다. 이렇듯 미디어 소비자들은 점차 일방적인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을 지향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사람들의 니즈가 결국 제한된 레거시보다 개방적인 유튜브로 몰리면서 그야말로 ‘거대한 플랫폼=유튜브’라는 대명사가 성립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발성’입니다
소통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내가 원하면 할 수 있다’는 자발성!
과거 방송은 소위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이 기획과 잘 맞는 인물에게 섭외를 요청해야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졌고 아무리 재능 있고 잠재력이 있는 연예인이라도 그들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방송 시간은 쉽게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설사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오래 기다려 주지도 않았죠.
하지만 유튜브의 세상은 달랐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기회를 잡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면 할 수 있는 세상!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가장 가시적인 예로, 개그 무대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개그맨들이 ‘메타코미디’라는 크루 채널을 만들어 자신의 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했고, 사람들이 이에 매료됐습니다. 정치·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그 어떤 힘의 논리도 작용할 수 없는 채널이 생겨나면서 같은 생각, 같은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구독하고 좋아하며 또 다른 커뮤니티를 생성하게 된 거죠.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수많은 개인이 생겨나면서 그들이 힘을 갖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에 소위 잘나가는 스타들 역시, 방송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본인만의 소통 방식으로 팬들과 만나기 위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 역시 스타들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스타들 역시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하며 변화를 도모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류 속에서 콘텐츠 제작사 턴키웍스도 변화하는 세상에 자극받고, 배우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끔 저에게 주식회사 턴키웍스를 어떻게 설립하게 되었는지의 계기를 물으시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외주 제작사들은 연출 출신들이 많이 운영하는 형태였습니다.
제가 회사를 설립했던 4년 전 또한 여전히 그러했고요. 예능 작가 출신으로서 제작사를 운영하게 된 건 뭔가 거창하게 이루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 제작의 일을 오래 하고 싶었고, 방송 제작을 위해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나의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교육의 일을 예능 작가 말미에는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교육을 하려면 제가 경험한 작가 일만 알기보다 연출 등 제작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늘 예능 작가로서 방송국의 콘텐츠 IP를 내 일처럼 생각해 왔는데, 이제 그 경험을 살려 진짜 내 IP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목표로 조금씩 조금씩 회사를 꾸려나가 보니 좋은 제작팀들과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턴키웍스는 기획, 연출, OAP(On Air Promotion, 방송 중의 홍보 영상을 만드는 팀) 그리고 광고 마케팅, 채널 운영 등 제작의 주요 프로세스를 내부에서 원스톱 시스템으로 진행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야 초기의 제작 방향을 잘 구현하고 표현하여 완성도를 높은 콘텐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턴키웍스라는 제작사의 이름을 알리게 된 건 <노빠꾸 탁재훈>이라는 유튜브 콘텐츠의 성공 때문이었습니다. 탁재훈 님과는 tvN <우도주막>이라는 프로그램의 인연으로 <노빠꾸 탁재훈 시즌 2> 기획, 제작, 운영을 맡게 되면서 많은 것들을 그 안에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콘텐츠와 채널이 순항하진 않았지만, 참여했던 모든 제작진들의 노력과 투자사인 매니지먼트의 노력으로 이와 같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턴키웍스가 추구하는 원스톱 시스템으로 좀 더 밀도 높은 고민과 제작의 과정을 거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명확한 타깃, 광고와의 조화
턴키웍스가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두는 첫 번째는 ‘타깃 지향’입니다.
<노빠꾸 탁재훈> 이후에도 <탁사장의 압박면접>, <이혜영, 지예은의 꽃밭병동>, <박소현의 팡터뷰>, <최준석의 야구동영상> 등 각기 다른 타깃을 지향하는 콘텐츠를 기획, 제작했습니다. 성공작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지만 콘텐츠 기획과 채널 운영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오늘도 저희 직원들은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 중입니다.
제작사 대표인 제가 작가 출신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획에 좀 더 강점을 두고 있는 만큼 항상 콘텐츠를 준비할 때,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누구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 포커스를 맞춥니다. 그 이유는 다양성이 확장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세대, 다양한 취향의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전 세대를 아우르겠다는 원대한 꿈보다는 타깃팅을 중심으로 점점 대중성을 넓혀 나가는 게 앞선 성공의 경험으로 알게 된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턴키웍스가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두는 두 번째는 ‘광고와 콘텐츠의 조화’입니다.
과거 방송은 광고 수익으로 제작하는 것임에도 광고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면서 광고 수익은 콘텐츠의 연속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광고와 콘텐츠의 조화를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애정을 쏟아 제작하고, 시청자들이 시간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야말로 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과 제공이 유튜브 성공의 기본 단계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광고주들에게 상상력을 요구하기 이전에, 크리에이터의 상상력과 기획력으로 광고주들에게 눈앞에 그들의 제품이 효과적으로 노출되는 광경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기획자의 역할일 것입니다. 이제 광고주들은 ‘제너럴한 타깃’을 지향하는 방송보다는 ‘스페셜 타깃 지향’하는 유튜브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미디어는 플랫폼의 변화로 광고시장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위의 표를 보시다시피 앞으로의 콘텐츠 시장은 점차 더 양극화 추세가 짙어질 것입니다.
최근 나영석 PD님과 김태호 PD님이 나눈 고민처럼 유튜브에는 기존 방송국에서 해왔던 시스템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방송국은 제작비 규모를 늘릴 것이고, 반면 유튜브는 제작비 규모를 줄여 고효율 콘텐츠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고효율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출연자와 제작자의 관계를 벗어나 서로가 각자의 역할을 하는 크리에이터로서 콘텐츠 IP와 휴먼 IP가 같이 상생해서 지속 가능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제작진과 출연자로서의 돈벌이가 아닌, IP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부의 창출로 더 단단한 콘텐츠가 되어야만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진과 출연자는 언제나 열심히 콘텐츠를 만듭니다. 필모에 적힌 어느 하나도 소홀했던 적은 없을 겁니다. 그중 하나 성공적인 콘텐츠가 되는 것 또한 누구 한 사람만의 특출남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없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제작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열정과 간절함이 모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여긴다면 앞으로의 콘텐츠 시장에 더 폭발력 있는 K-콘텐츠가 탄생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기사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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