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시간을 아껴주는 브랜드
- 컬럼
- 2024. 6. 20.
[출처 : 한국프로스포츠 협회 매거진 - 프로스뷰 VOL.12]
글. 김현정
김현정 선임 컨설턴트는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에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는 국내외 기업·브랜드의 Iconic Moves를 위해 최적의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빠름~빠름~빠름~’ 일명 빠름송이라 칭하는, 가수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이 CM송을 기억하는가. LTE 시대가 되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재치 있게 풀어낸 통신사 KT의 LTE WARP 광고 음악이었다.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 우리는 5G 시대를 살고 있다. 아니, 심지어는 6G에 대한 논의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이다. 빠른 속도의 가장 큰 이점은 사람들의 시간이 허투루 사용되지 않게 해준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시성비’, ‘분초사회’ 등은 ‘시간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다시 한번 실감나게 한다. ‘빠른 속도’처럼 우리 일상에서 또 무엇이, 어떤 브랜드가 사람들의 시간을 지켜주고 있을까?
기다림, 아니
‘기다리지 않는 것’의 미학
#스타벅스 #한국맥도날드 #T맵
최근 웨이팅 어플리케이션들이 시성비를 지켜주는 효자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앱 유저들은 인기 있는 맛집의 식사를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예약하고, 예약이 어려운 경우 미리 줄서기 서비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식당 앞에 서서 기약 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이점으로 웨이팅 앱들이 빠르게 유저를 확보하며 성장하고 있는데, 성장세를 보다 보니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는 앱을 이용해 미리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하는 스마트 오더의 대표주자이다. 우리에게 이미 너무 익숙해진 ‘사이렌오더’를 이용하면 주문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 주문하는 시간, 음료를 기다리는 시간 등을 모두 아낄 수 있다.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편리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이렌오더는 큰 사랑을 받으며 F&B 업계에 스마트오더 붐을 만들었고, 미국 스타벅스로 역수출되기도 했다.
작년 9월에는 한국맥도날드도 스마트 오더 시장에 합세했다. ‘M오더’를 정식 출시하며 ‘맥도날드 앱으로 미리 주문하고 편하고 빠르게 픽업하세요!’라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주문과 결제, 음식 수령을 더 빠르게 하고, 다양한 쿠폰 제공, 자동 포인트 적립 등을 통해 시성비와 가성비 모두를 충족하며 성장 중이다. 특히 한정된 점심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도로 위에서 사람들의 시성비를 지켜주는 브랜드도 있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T맵의 사례를 살펴보자. T맵으로 주변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사고 등으로 정체되는 길은 대안 경로로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별도 설정을 진행하면 서울 내에서 ‘신호등 잔여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시간을 확인하며 급한 용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T맵 모빌리티
©스타벅스코리아
집에서도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보내는 당신을 위해
#커버링 #빼기 #런드리고그렇다면, 집에서는 어떨까? 밥할 시간을 아껴주는 간편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자주 보인다. 수요에 대응해 식품업계는 새로운 간편식 브랜드나 제품을 론칭하기도 하고, 커머스 브랜드들은 관련 제품을 한데 모아 저렴하게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새벽 배송’, ‘익일 배송’, ‘1시간 배송’ 등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퀵커머스의 발전에도 날개가 달렸다. 간편식, 배달 등은 재료 구매부터 손질, 요리하는 시간을 모두 줄여준다.
그런데 쓰레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밥하는 시간은 아꼈지만, 용기를 세척하고 분리수거하는 데 오히려 시간을 더 쓰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시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쓰레기 배출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생활 쓰레기 수거 서비스 ‘커버링’이 대표적인데, 일반·음식물·재활용 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고 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세척하고, 쓰레기 배출 장소에 가서 기준에 맞게 분류하는 시간을 모두 아낄 수 있다. 대형 폐기물을 수거하는 플랫폼 ‘빼기’도 있다. 배출 방법을 알아보고, 배출 신고를 하고, 폐기물 스티커를 구매해 부착하고, 배출 장소로 이동하는 등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생략해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집안일인 빨래도 마찬가지이다. ‘런드리고’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문 앞에 빨랫감, 다림질이나 수선이 필요한 옷을 꺼내두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의 평균 취침 시간을 활용해 빠르게 빨랫감을 수거해 가고, 다음날 밤 작업을 완료해 온다. 가사 노동에 대한 시간을 아껴주는 편리한 서비스로 런드리고의 국내 이용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65만 명을 돌파했다. 또, 일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커버링
©빼기
시간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흐름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넘어
기업·브랜드의 경영 및 마케팅 전략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의식주컴퍼니
©빼기
라이프스타일과 기업 전략까지 바꾼 ‘시성비’
시성비 트렌드에 따른 브랜드 사례를 통해 크게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을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빨리빨리’ 문화가 있는 한국에서 어쩌면 시성비 트렌드는 이미 예견된 미래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비단 우리나라만의 소비 흐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우리가 일상 속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팬데믹과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일본 내 타이파의 등장배경과 같이 높아진 불안감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아무리 경기 불황이어도 시간과 자원을 아낄 수 있는 유의미한 서비스에는 소비자가 과감히 투자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돈으로 산 시간은 개인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거나, 부업, 사이드잡 등에 사용하며 더 큰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도 목격할 수 있다.
시간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흐름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넘어 기업·브랜드의 경영 및 마케팅 전략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가 우리 기업과 브랜드 활동에 관심을 두도록 하고, ‘우리 브랜드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치면 좋을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타이파 트렌드
소니의 전기차 'AFEELA'
일본에서도 시성비가 핵심 트렌드로 떠올랐다. ‘타이파(Time Performance)’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에 따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소비자 니즈를 공략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오디오북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시간 단축을 위해 배송망이 촘촘해지고 있으며, 빠르게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 간편식·완전 영양식이 발전하고 있다.
타이파 흐름에 따라 소니가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한 점도 인상 깊다. 소니는 지난해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혼다와 합작한 전기차 ‘AFEELA’를 선보였다. 소니는 전기차를 통해 ‘이동’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진 공간에 ‘Play’ 요소를 더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하고 영화, 게임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장 흐름에 발맞추는 노력과 함께 전자 기기, 반도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온 기업 특색을 잘 녹여낸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많은 전문가는 일본의 타이파 중시 흐름에 경기 침체가 자리한다고 분석한다. 매일 너무 많은 정보가 주어지다 보니 이를 수용하는 데 시간을 더 보내려는 특성도 물론 작용하지만, 오랜 불황을 겪으며 일본 내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시간을 단축하거나 중첩해서 활용하며 자신의 성장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한 소니의 전기차 AFEELA 내부 ©Sony Honda Mobility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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