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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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화양연화를 만난다, 전남 구례 & 광양 봄꽃 여행

남도의 화양연화를 만난다

전남 구례 & 광양 봄꽃 여행

이른 봄 3월, 지리산 자락 마을에 화르르 꽃불이 난다. 폭죽 터지듯 만발한 산수유꽃이 구례 산수유마을을 온통 노랗게 물들인다. 옆 동네 광양 섬진강매화마을에는 매화 꽃잎이 눈송이처럼 날린다. 옥룡사 동백나무숲에 맺힌 새빨간 동백꽃은 적막한 숲을 환하게 밝힌다. 남도의 마을이 눈부신 꽃 잔치를 벌이는 시간은 고작 보름. 이때가 남도의 화양연화가 아닐까.

글|사진. 김혜영 여행작가


꿈길보다 고운 꽃길 광양 섬진강매화마을

광양 다압면 섬진강매화마을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어야 비로소 봄이 온 것 같다. 꽃샘추위가 매서워도 실크 스카프를 매고 매화 보러 갈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다 같은 마음인지 매년 매화 개화 시기에는 섬진강매화마을 진입로가 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전쟁통 같다는 교통난을 피하려고 꼭두새벽에 매화마을에 도착해도 전망 좋은 곳에는 이미 구경꾼이 가득하다.

뭇사람이 섬진강매화마을을 즐겨 찾는 까닭은 산비탈을 하얗게 수놓은 매화밭과 은빛 섬진강이 어우러진 풍경 때문이다. 이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쫓비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다. 전망대 아래로 봄 햇살을 한껏 품은 매화가 아지랑이처럼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섬진강매화마을의 절경은 청매실농원에서 정점을 찍는다. 쫓비산에 자리 잡은 청매실농원은 국내에서 가장 큰 매실 농장이다. 농원 입구에서부터 청매, 홍매, 백매가 봄바람에 향기를 날리며 혼을 쏙 빼놓는다. 농원 앞마당 장독대 앞에서는 입이 떡 벌어진다. 장독 2,000여 개 뒤로 섬진강과 지리산 남쪽 능선 구제봉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장독 안에 든 매실 김치, 매실 절임, 매실 고추장아찌, 매실 마늘장아찌, 매실액이 따스한 봄볕을 쬐며 한 계절을 난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매화를 찾는 이가 줄겠지만, 매화는 아랑곳없이 고고한 자태를 뽐낼 것이다.

매화가 만발한 광양 섬진강매화마을 기슭

청매실농원 장독대 너머 섬진강과 지리산 능선 구제봉
옥룡사 동백나무숲길을 붉게 물들인 동백꽃

 

붉은 동백나무숲이 감싸안은 광양 옥룡사

섬진강매화마을에 매화가 필 무렵, 광양 옥룡면 추산리 옥룡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489호)에는 토종 동백꽃이 한창이다. 아름드리 동백나무에 동백꽃이 무수히 피어나고, 바닥에 붉은 꽃송이가 낭자하다. 이 숲의 존재를 아는 이들만 조용히 찾아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고 간다.

옥룡사는 통일신라 말 풍수지리의 대가였던 선각국사 도선이 입적한 곳이다. 지금은 터만 남아 주춧돌, 우물, 기와조각 같은 흔적만 볼 수 있다. 텅 빈 절터가 황량해 보이지 않는 것은 동백나무숲이 포근히 감싸고 있어서다. 도선이 땅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조성했다는 이 숲은 천년의 시간을 지나며 현재 면적이 7㏊(약 2만 1,000평)에 달한다. 100년 이상 된 동백나무도 1만여 그루나 된다.

옥룡사 동백나무숲의 동백꽃은 2월부터 피기 시작해 4월까지 피고 진다. 3월 중순 이후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진분홍빛 아기 동백보다 꽃송이가 작고, 활짝 피어도 꽃잎이 헤벌쭉 벌어지지 않는다. 질 때는 ‘툭’ 소리를 내며 꽃송이를 통째로 떨어뜨린다. 그래서 동백꽃은 땅에서 다시 한번 핀다고 표현한다. 꽃송이가 온전한 동백꽃을 차마 짓밟지 못해 까치발로 숲길을 걷는다.

제아무리 동백꽃을 아낀들 동박새만 할까. 동백나무숲에 사는 동박새는 벌 대신 동백 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준다. 옥룡사 동백나무숲에 꽃 풍년이 들면 동박새들이 신이 난다. ‘삐-이 삐-이’ 풀피리 같은 소리를 내며 합창한다. 동백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청아한 동박새의 노래를 듣노라면 자리를 털고 일어서기 싫어질 정도다.

옥룡사 동백나무숲의 동백은 봄에 피는 춘백(春栢)

 

지리산 노란 물결의 구례 산수유마을

3월 중순이면 섬진강매화마을 매화에 뒤질세라, 구례 산동면 산수유마을 산수유 꽃도 덩달아 흐드러져 피어있다. 산동면 대평마을·상위마을·현천마을 등이 노란 산수유꽃에 포위된 것처럼 보인다. 산동면에서 산수유 군락지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이 대평마을이다. 산수유나무가 너른 계곡에 띠를 두른 듯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상위마을은 돌이끼로 뒤덮인 돌담과 산수유 군락지의 조화가 멋스럽다. S자로 굽은 돌담길이 자연미가 넘친다. 골목끝에는 무엇이 기다릴지 상상하게 만든다.

상위마을을 거닐다 보면 산수유 열매를 손질하거나 산수유를 파는 할머니들이 종종 눈에 띈다. 구례 산동면에서 생산하는 산수유 양이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산수유나무는 특이하게 꽃과 열매가 함께 열린다. 마을 주민들이 붉은 산수유 열매를 따서 불에 쬐거나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핵을 빼버리고, 잘 말려 차나 약재로 쓴다. 산수유는 매화와 마찬가지로 마을 경관을 살릴 뿐만 아니라 주민 소득에도 도움이 된다.

상위마을과 대평마을보다 시골 정취가 가득한 현천마을은 고요한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돌담 따라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마을 뒷길 대숲을 지나고 전망대를 거쳐 마을 한 바퀴를 돌게 된다. 마을 입구 저수지에 담긴 소박한 산골 마을 반영과 전망대에서 굽어본 현천마을 전경은 그림보다 더 그림 같다.

구례 산수유마을에 그려진 소박한 벽화

 

국보를 보좌하는 구례 화엄사 흑매화

3월 중·하순경 화엄사에 들르면 각황전 옆에 핀 홍매화를 볼 수 있다. 이 홍매는 수명이 300〜400년 된 고목으로 꽃 생김새가 홍매화 중 으뜸이다. 빛깔이 유난히 검붉어 ‘흑매(黑梅)’라고도 부른다.

이 홍매화는 1702년 각황전 재준공을 기념해 심었다고 전해진다. 홍매화의 빼어난 자태 때문에 존재가 잊힌 화엄사 화엄매(천연기념물 제485호)가 있다. 홍매화 주위에 구경꾼이 구름처럼 모여들어도 화엄매를 찾는 이는 드물다. 화엄사 뒤편 길상암 연못가에 사는 이 매화나무는 수명이 450년이나 되었고, 높이가 9m에 달한다. 꽃과 열매가 다른 재래종 매화보다 작지만, 향기가 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관심받지 못하는 화엄매의 부스스한 모습이 왠지 짠하다.

화엄매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것이 화엄사에 있는 통일신라 시대 국보들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불전인 각황전(국보 제67호)은 비례미가 빼어나고, 공포가 화려하다. 화엄경을 돌에 새겨 전각 벽면을 장식한 예술성이 돋보인다. 각황전 앞에는 국내 현존 석등 가운데 가장 큰 석등(국보 제12호)과 사사자 삼층석탑(국보 제35호)이 있다.

각황전 뒤쪽 언덕에 자리한 사사자 삼층석탑은 기단 모서리에 네 마리의 사자가 둘러 앉아 있고, 중앙에 합장한 스님이 서 있는 독특한 형태다. 이 삼층석탑과 마주한 석등에는 세 개의 기둥 안에 차를 공양하는 스님이 조각돼 있다.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고자, 사사자 삼층석탑에 어머니상을 두고, 석등 안에 자신을 조각하도록 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천년을 이어온 섬세한 작품과 그 안에 깃든 효심이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구례 화엄사 안에 화사하게 핀 홍매화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

 

구례 & 광양 여행 팁

광양읍 칠성리 광양불고기 특화거리에는 숯불구이 음식점이 즐비하다. 이중 삼대광양불고기집(061-763-9250)은 1930년에 개업해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노포다. 광양식 불고기는 얇게 썬 소고기를 굽기 직전에 달달하게 불고기 양념을 하고, 참숯에 구워 먹는다. 구리 석쇠에서 재빨리 구워 육즙이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구례오일시장 근처에 있는 서울회관(061-782-2326)은 산채한정식 전문점이다. 국내산 식자재로 만든 30〜40가지의 음식이 한 상 가득 나온다. 나물 종류가 많고, 굴비와 돼지불고기도 포함돼 있다. 2인 30,000원, 3인 33,000원으로 전라도의 후한 음식 인심을 느낄 수 있다.

삼대광양불고기집의 광양식 불고기 구례 서울회관의 한상차림

 

 

[ 출처 : 사학연금 3월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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