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질로 그린 병풍 같은 풍경 속 한겨울 힐링, 한탄강 협곡
- 여행
- 2021. 2. 25.
붓질로 그린 병풍 같은 풍경 속 한겨울 힐링
한탄강 협곡
대한민국 최북단 멀지 않은 곳, 경기도 포천.
요즘처럼 추울 때는 호수와 강물이 얼고, 협곡을 타고 삭풍이 몰아쳐 여행을 떠나기 전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한탄강이 품은 비경을 보노라면 한겨울 추위쯤은 거뜬히 참을 수 있다.
50만 년 세월이 빚었다는 한탄강 줄기를 따라 만나는 협곡과 주상절리는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을 만큼 장대한 절경을 자랑한다.
한탄강 하늘다리와 비둘기낭폭포는 한탄강의 비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글. 한율 사진. 이정수 영상. 고인순
신비한 협곡을 만나는 낭만의 장소로!
한반도 허리를 휘감아 흐르는 한탄강(漢灘江)은 50만 년 전 북한 오리산의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현무암 협곡하천이다. 내륙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한 지질구조와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사시사철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2015년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 2020년 7월에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이 됐다. 다양한 지질 환경과 생태를 지니고 있다는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민통선과 군사분계선이 가까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우라지 베개용암, 비둘기낭폭포, 멍우리협곡, 주상절리(柱狀節理) 등 한탄강에는 화산 폭발이 빚어놓은 걸작이 수두룩하다.
한탄강은 ‘여울이 큰 강’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물의 흐름이 빨라서다. ‘탄식하는 강’이라는 뜻의 한탄강(恨歎江)으로 잘못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한탄강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자주 휘말렸기 때문일 것이다.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한탄강을 배경으로 펼쳐진 백마고지 전투에서 중공군 1만 4,389명, 아군 3,428명이 전사했다. 강변에는 시체가 산처럼 쌓였고 한탄강은 이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었다.
이처럼 6·25전쟁의 아픈 상흔이 서린 한탄강이지만, 신비한 협곡과 기암괴석, 폭포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대부분의 현무암 주상절리는 제주처럼 바닷가에 있지만, 한탄강 주변에서 현무암 주상절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한탄강하늘다리 밑에는 강물이, 눈 들면 절경이!
한탄강 주상절리를 한눈에 담기 쉬운 곳이 바로 한탄강하늘다리다. 강바닥에서 50m 높이에 세워진 길이 200m, 폭 2m 규모의 하늘다리는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을 조망할 수 있는 보행자 전용 다리로 다른 출렁다리와는 달리 다리의 중앙부가 살짝 위로 솟은 것이 특징이다. 하늘다리를 이용하면 한탄강 협곡으로 단절된 영북면 대회산리∼관인면 중리 구간 한탄강을 가로질러 오갈 수 있다.
곡선으로 조성된 진입로를 따라 걸으면 하늘다리 입구에 다다른다. 다리에 올라서 몇 걸음 걷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출렁거림과 흔들림이 많이 느껴져 무섭고 아찔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하늘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에 입이 절로 벌어지고 만다. 왼편으로는 비둘기낭폭포 방면 한탄강이, 오른편으로는 멍우리 협곡으로 이어지는 강줄기가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한겨울 추운 날씨 탓에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는 강물 대신 꽁꽁 언 강이 객을 맞지만, 한탄강을 에워싼 수직 절벽의 위엄은 계절에 상관없이 장대하기만 하다. 고요한 강물과 멋스러운 주상절리, 바위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은 금세 평안해진다.
하늘다리는 바닥에 강화유리로 된 스카이워크 세곳이 설치되어 있다. 원목으로 된 바닥을 걸을 때 보다 스카이워크를 걸을 때 긴장감은 몇 배로 불어나는데, 투명한 강화유리 아래로 강바닥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처음에는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쉽지 않다.
만약 스릴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아찔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둘기낭폭포에서 만나는 오묘한 신비로움
2009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가 덕만공주를 대신해 독화살을 맞고 죽어가는 장면이 바로 비둘기낭폭포에서 촬영되었다. 이밖에도 <추노>, <킹덤>, <최종병기 활>, <늑대소년> 등에서 촬영지로 사용되며 드라마와 영화를 빛냈다.
비둘기낭은 폭포가 형성된 절벽 틈바구니에 산비둘기가 살고, 그 아래 하식동굴(하천이 돌을 깎아내 형성된 동굴)이 주머니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주머니 낭(囊)이 아니라 낭떠러지 지형이라 비둘기낭이 됐다는 설도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협곡 사이로 둥그렇게 움푹 파인 비둘기낭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겨울이라 폭포수가 얼어 있어 콸콸 쏟아지는 시원한 풍경을 만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사람이 붐비지 않아 다붓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아득한 과거에 폭발한 화산의 용암과 강물이 만나 빚어낸 30m가 넘는 주상절리는 조각품처럼 아름답다. 한여름에는 시리도록 푸른 물을 품었을 소(沼)는 추운 날씨 탓에 꽝꽝 얼어 있었다. 동굴 안에는 돌 틈으로 떨어지는 물이 얼어서 생긴 역고름이 또 하나의 장관을 이룬다. 비둘기낭은 외침이나 난리가 있을 때마다 인근 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됐다고 한다. 이후 군사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다 근래 들어 공개되었다.
한탄강 가물치의 잊을 수 없는 맛
한탄강은 어족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메기, 쏘가리, 꺽지 등 민물고기로 끓여낸 매운탕이 대표음식으로 꼽힌다. 그런데 민물고기로 불고기처럼 먹는다면 어떨까? 오두막골식당은 가물치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가물치는 보통 탕이나 즙을 내어 보양식으로 먹지만, 이곳에서는 가물치를 구워 먹는다. 가물치구이라는 이름 때문에 고등어구이나 갈치구이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회처럼 도톰하게 썬 가물치 살에 양파와 파를 넣고 고추장으로 버무린 다음 불판에 구워 먹는다. 맵지 않은 고추장 양념이 밴 부드러운 가물치 살은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파와 양파, 그리고 가물치 살을 함께 입에 넣으면 맛이 더 배가 된다. 가물치구이와 함께 먹으면 좋을 이 집의 추천 메뉴는 민물새우가 듬뿍 들어간 민물새우탕이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진한 국물에 끓인 수제비는 겨울에 즐길 수 있는 별미 중 별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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