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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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감동과 경이의 대자연,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끝없는 감동과 경이의 대자연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은 섣부른 예측과 상상을 불허한다. 낮과 밤, 아침과 해 질 녘, 건기와 우기의 풍경 모두가 사람들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어떤 투어를 신청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없다. “세상에 이렇게 가성비 좋은 투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글|사진. 양영훈 여행작가


해발 3,600m의 안데스 고원에 형성된 소금사막

볼리비아의 행정수도 라파즈(La Paz)에서 포토시(Potosi)주의 우유니(Uyuni)시까지 거리는 550km쯤 된다. 2층 야간버스에 몸을 싣고 9시간쯤 달려야 도착한다. 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해서 우유니시에 도착하면 그야말로 파김치가 된다.

우유니시는 바다처럼 넓은 사막의 한복판에 자리 잡았다. 도시의 첫인상은 삭막하고 스산했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 우리 일행이 이곳에 도착한 날은 마침 물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유치원생부터 어른까지 우유니의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가장 큰 축제라고 한다. 독특한 복장을 입고 축제에 참가한 주민들은 눈 스프레이나 물총을 한두 개씩 손에 들고 아무한테나 가짜 눈과 물을 마구 뿌려댔다. 우두커니 서서 구경하다가 난데없이 물벼락 맞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누구 하나 화내거나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짓궂게 뿌리는 사람들이나 봉변을 당한 사람들이나 모두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우유니시를 찾는 외지인들의 목적지는 이 삭막한 도시 자체가 아니다.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이 그들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중부 안데스산맥의 알티플라노(Altiplano) 고원에 형성된 이 소금사막의 해발고도는 무려 3,600m에 이른다. 까마득한 옛날에는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었다고 한다. 신생대 제3기의 엄청난 지각변동으로 안데스산맥이 해저에서 솟아오를 당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바닷물이 증발되어 오늘날의 소금사막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전체 면적만 해도 우리나라 전라남도(12,095km²)와 비슷하다. 자동차로 몇 시간을 달려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가성비 최고의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

숙소에서 두어 시간 동안 여독을 푼 뒤에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시작했다. 당일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는 열차 무덤(Train Cemetery)이다. 수명을 다한 기차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폐차장이다. 볼리비아는 한때 광물자원이 풍부한 나라였다. 이곳에 버려진 열차도 19세기 말부터 여러 광산에서 채취된 광물을 운송했다. 하지만 1940년대부터 지하자원이 고갈되기 시작하자 점차 쓸모가 없어진 열차들은 하나둘씩 이곳에 방치됐다.

우유니시 외곽의 광활한 들녘에 위치한 열차 무덤은 입장료도 관리인도 없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열차 위에 올라가 기념사진도 찍고 독특한 포즈와 동작을 선보이기도 한다. 을씨년스럽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폐차장이 오히려 이색적이고 재미난 관광자원으로 되살아났다.

우유니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달려 우유니 소금사막에 들어섰다. 우리나라와 정반대 쪽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1월은 여름철이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여서 우유니 소금사막은 호수로 탈바꿈한다. 내린 빗물이 고여서 수심 5~15cm 정도를 유지한다. 물빛이 유리처럼 투명해서 바닥이 훤히 보인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규칙적인 무늬의 잔물결이 일렁이기도 한다. 우유니 소금사막 전체가 호수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대가 약간 높은 곳은 빗물이 고이지 않고 소금사막 그대로의 면모를 유지한다.

바다처럼 드넓은 우유니 소금사막을 방랑하듯 내달리다 보니 어느새 시장기가 느껴졌다. 순박하면서도 성실한 가이드는 금세 점심상을 차렸다. 새하얀 소금사막 한복판에서의 점심 식사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음식 맛도 입에 딱 맞았다. 다시 경험 할 수 없는 호사를 누렸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뿐해졌다.

우유니 시내 외곽의 허허벌판에 위치한 열차 무덤
우유니 시내의 물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모습
다카르랠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다카르 볼리비아’ 소금탑
우유니 시내의 거리에 놓인 물통에서 물을 먹는 떠돌이 강아지
우유니 시내의 한 조형물

소금사막 한복판의 소금 호텔

다시 길을 얼마쯤 달려 소금 호텔 앞에 도착했다. 벽, 바닥, 기둥 모든 공간이 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호텔이다.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공중화장실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이 낡고 불편해 보여서 화장실 말고는 별로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의 첫째 날은 때마침 삼일절이기도 했다. 소금 호텔 앞의 커다란 암염 위에 꽂힌 태극기가 유난히 크게 눈에 들어왔다. 여러 나라의 국기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금세 눈에 띈 것이다. 우리는 태극기 위쪽에 걸린 일본 국기는 가급적 안 보이도록 돌돌 말아 놓은 반면, 태극기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활짝 펼쳐 놓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면적이 넓고 표면이 단단해서 자동차 경주장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다카르랠리의 필수 경유지로도 활용됐다. 그걸 기념하는 ‘DAKAR BOLIVIA’ 소금탑이 소금 호텔 근처의 사막에 세워져 있다.

다카르랠리는 원래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지옥의 랠리로 시작됐다. 하지만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내전으로 인해 치안이 불안해지자 전체 주행코스를 남미로 옮겼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에서 열리기도 했다.

소금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소금 호텔 내부 레스토랑

 

우유니 소금사막에서의 인생 별밤

우유니 소금사막, 아니 소금호수의 매력은 해 질 녘 이후에 더욱 빛을 발한다. 거대한 거울 같은 호수의 수면에 노을 진 하늘과 구름이 고스란히 내려앉기 때문이다. 한가운데를 가르는 수평선, 또는 지평선을 사이에 두고 하늘과 호수가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만든다. 그 광경을 사진 찍어서 뒤집으면 어느 쪽이 하늘이고 호수인지 좀체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어도 쉽게 믿기지 않는 광경이 사방에 펼쳐진다. 굳이 우기에 맞춰 우유니 소금사막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런 광경을 보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우유니 소금호수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도 섣불리 발길을 되돌려서는 안 된다. 이곳의 하늘은 어떻게 바뀔지 감히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두터운 구름이 순식간에 열리고, 그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비추면서 천지창조의 그 날처럼 장엄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날도 있다.

노을이 사라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은 뒤에도 우유니 소금호수의 황홀경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밤이 깊어갈수록 다시 보지 못할, 아무 말도 못한 채 “우와~우와~”하는 감탄사만 연발하는 ‘인생 별밤’이 대미를 장식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대도시에서는 좀체 보기 어려운 은하수까지도 또렷하다.

쏟아질 듯 많은 별은 하늘에만 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에도 촘촘히 박혔다.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벅찬 감동이 쓰나미처럼 가슴 깊이 밀려든다. 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의 셔터를 쉼 없이 눌러보지만, 눈에 들어오는 별빛의 반의반도 담아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감동의 탄식과 진한 아쉬움이 끊임없이 교차했다. 그런 가운데 이역만리 우유니 소금호수의 별밤은 유성처럼 허망하게 흘러버린다.

별빛이 가득한 우유니 소금사막의 환상적인 별밤

 

우유니 소금사막 여행 팁

우유니 소금사막의 투어는 날씨와 가이드가 가장 큰 변수다. 좋은 날씨에 좋은 가이드를 만나면 환상의 투어로 기억된다. 그래서 이미 여행한 사람들이 남긴 후기를 두루 살펴본 뒤에 투어 업체를 찾아가야 한다. 대부분의 투어는 당일이나 전날에 참가 신청자들의 면면을 살펴본 뒤에 신청해도 된다. 한국인 신청자들이 의외로 많고, 한국말 잘하는 현지인 가이드도 가끔 만날 수 있다.

우유니 소금사막의 투어 프로그램은 5시간 내외의 짧은 코스부터 3박 4일의 장거리 일정까지 매우 다양하다. 하나의 투어 프로그램은 크게 낮, 일몰, 별밤, 일출 4가지의 테마가 2~3개씩 묶여서 진행된다. 대체로 가이드 겸 기사 1명, 그리고 투어 신청자 7명 총 8명이 하나의 팀으로 묶인다. 가이드와의 대화는 알아듣기 쉬운 영어로 진행된다.

우유니 소금사막에서의 성대한 점심 식사
우유니 시내의 한 투어사 출입문에 붙은 쪽지들. 의외로 한글이 많다.

 

[ 출처 : 사학연금 2월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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