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거친 악역에서 자상한 어른까지 ‘야누스의 얼굴’ 배우 이원종

 

배우 이원종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야누스의 얼굴’로 꼽힌다. 거친 악역과 악을 응징하는 형사 캐릭터를 넘나들며 다양한 역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만나본 그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남자’ 그 자체지만 대화 곳곳에 세심함이 녹아있다. 늘 살아있는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이원종이 <건강보험> 독자들을 찾았다.

글. 하경헌사진. 김재룡


그의 매력, 세계무대로 뻗어가다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이 침체에 빠졌던 시간에도 이원종은 작품을 통해 꾸준히 대중과 만났다. tvN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에 출연한 이후 영화 <행복의 나라> 촬영을 마쳤고, 올해 OTT 플랫폼의 화제작으로 불리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의 한국 리메이크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출연했다. 이 모든 일정을 마친 이원종은 최근에야 비로소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있다.

“영화 제작 시장이 많이 위축됐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을 못한 작품이 너무 많죠. 작품의 성패를 보고 다음 작품을 기획하는데, 개봉한 작품이 적으니 다들 생각만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OTT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활성화 됐어요. 세계적으로 방송되니까 우리 드라마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죠.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같은 작품들이 우리나라의 서사를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 역시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통해 처음으로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했다. 6월 24일 첫 공개되는 작품에서 그는 극중 은행을 급습하는 강도단 중 가장 거친 이미지를 가진 모스크바 역을 맡았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원작 제작진이 유일하게 한국에만 리메이크를 허락했다. 그래서 책임감도 크다.

“원작에는 없는 ‘공동경제구역’이라는 부제목이 붙었어요. 왜 ‘공동’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생각하며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작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또 우리만의 특징을 살린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과 캐릭터 그리고 배우의 인생

이원종의 이름은 모를 수 있어도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다. 1997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낸 이후 영화와 연극, 드라마를 누비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야인시대>의 구마적, <신라의 달밤> 마천수, <쩐의 전쟁> 마동포 등 주로 악한 역할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냄새를 보는 소녀>, <신분을 숨겨라> 등에서는 악을 응징하는 경찰 역할도 맡았다.

“캐릭터만 이야기한다면 지금도 생각나는 작품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입니다. 그 한 작품으로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의 모든 것을 배웠어요. 숱한 연습과 반복을 통해 배우로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달마야 놀자>의 현각스님 캐릭터도 인상 깊습니다. 촬영 5개월 전부터 머리를 깎고 산에 들어가 스님들과 공부하면서 마음가짐을 다졌습니다. 덕분에 지금의 법명인 ‘현각’을 얻게 됐죠.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야인시대>의 구마적은 전형적인 인물이라 표현하기에는 편했던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굳어진 이미지와 실제 모습의 차이로 대중을 놀라게 하는 배우가 많다. 이원종의 경우도 그렇다. 마냥 거칠고 무서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섬세하고 부드러운 남자다. 아내와 두 딸에게 평소 요리를 자주 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어버이날 두 딸에게 오히려 요리를 해주었다고 말하는 얼굴에 다정함이 가득하다.

그가 배우를 시작한 과정도 흥미롭다.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이원종은 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가 모두 중퇴한 이력이 있다. 이후 경기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는데 당시에는 배우라는 꿈도, 선망도 전혀 없었다. 대학교를 다시 들어왔어도 공부할 때를 제외하고는 화단에서 볕을 쬐고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운명적 만남이 찾아왔다.

“동아리에서 신입회원을 모집하더라고요. ‘또래 친구와 술은 많이 먹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탈춤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없는 거예요. 안 되겠다 싶어 돌아서서 복도를 지나는데 다른 동아리 문틈으로 예쁜 여학생이 뭔가를 하고 있는 걸 보게 됐어요. 홀린 듯 들어간 곳이 연극동아리였죠.”

원래 연출을 하려 했지만 연기에도 재미를 느꼈다. 그러다 진짜 연기를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시기는 제대 직후였다. 군대에서 하루 종일 근무를 서다 보면 생각나는 건 학교 다닐 때 했던 연극들의 대사였다. 이 일을 1, 2년 정도 해보고 정말 괜찮으면 업으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섰다. 그렇게 배우 이원종이 탄생했다.


건강한 삶으로 오래 가는 배우를 꿈꾸다

연기경력 30년이 넘은 그. 20대 중반의 패기있는 청년에서 어느덧 50대 후반의 중년이 됐다. 그는 좋은 배우,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에게는 항상 건강이 필수요소라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등산을 좋아했지만 최근에는 무릎 관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전거로 운동 종목을 바꿨다. 강변을 따라 서울에서 일산, 인천항, 의정부 등을 도는 코스를 좋아한다.

“특별한 식습관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입에 당기는 걸 먹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힘이 없어서 연기를 못하면 그건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신만의 건강관리 방식은 다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겐 적절한 식사와 운동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이원종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완성도를 높게 평가한다.

“우리나라처럼 건강보험이 잘 관리되고 체계적인 나라는 없다고 생각해요. 병원에 가본 사람들은 건강보험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느끼죠. 계속 새로운 병들이 생기니까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건강보험제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배우,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에게는 항상 건강이 필수요소입니다. 저에겐 적절한 식사와 운동이 가장 좋은 건강관리입니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

이원종은 늘 배움을 추구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2016년 tvN 예능 <배우학교>에 출연해 후배 박신양에게 연기 조언을 듣고 성실하게 고쳐나가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귀감이 됐다. 세상과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평소 다양한 분야의 책도 꾸준히 읽고 있다. 이유를 물으니 연기자로서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동시에 ‘어른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항상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50대 중반을 넘어, 성인이 된 자녀를 둔 아빠로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사회의 어른으로 행동하고 싶어요. 그래서 바라는 작품도 지금 우리사회에 깊어진 세대 간, 이념 간의 갈등을 조금 더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합니다.”

진정한 어른을 꿈꾸는 이원종은 배우로서 자신이 가진 역할과 기대 또한 잊지 않는다.

“모든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원종이 나오면 ‘재밌겠는데’ 하는 반응을 받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를 보는 분들이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다면 배우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영화와 드라마를 사랑해주신다면 배우도 관객도 더 기쁜 일들이 많아지리라 기대합니다.”

 

[출처 : 건강보험 6월 Vol.2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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