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혁신이 시작되는 키워드,연결의 힘
- 컬럼
- 2023. 5. 9.
굳이 장르를 따질 필요도, 주류와 비주류를 나눌 필요도, 트렌드만 좇을 필요도 없다.
바야흐로 다양성의 시대. 모든 것은 연결되고, 연결로부터 혁신이 일어나는 까닭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법한 것들이 만나 완전히 새로운 예술이, 문화가, 역사가 시작된다.
글. 정은주(자유기고가)
#연결
이 시대의 새로움은
절묘한 연결로부터
여기,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이 간절한 스물한 살 대학생이 있다. 그가 고심 끝에 준비한 것은 서로 다른 낱말이 적힌 카드 300장. 그러고는 무작위로 뽑은 세 장의 낱말 카드를 조합해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일 년이 넘도록 매일 빠짐없이. 그렇게 무려 250건의 사업 아이디어를 도출해냈고, 그 중 하나로 사업의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끊었다. 세계적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유명한 일화다.
여기서 우리는 연결의 힘을 엿본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법한 여럿을 조합해 전혀 새로운 혁신을 창조해내는 것. 그리고 훨씬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 푸념 전에, 연결에서 답을 찾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는 답이 나온다.
실제로 정말이지 모든 것이 과잉인 이 시대에 순수한 독창성을 기대하기란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다. 패션, 예술, 건축,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각각의 탁월함에 앞서 연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건 바로 그와 같은 이유일 테다.
#콜라보레이션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몇 년 전부터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마케팅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두 가지 이상의 브랜드가 가진 인지도 혹은 제품 특성을 기반으로 희소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건 물론, 익숙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신선한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장점에 기업도 고객도 빠르게 반응했다.
사례는 가까운 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한때 편의점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곰표 맥주를 떠올려보자. 밀가루 브랜드와 맥주의 생뚱맞은 조합이라니. 심지어 곰표는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브랜드도 아니다. 그럼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특함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의 니즈와 곰표의 레트로한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곰표의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티셔츠였다. 의류 브랜드와 협업해 한정판 티셔츠를 제작했는데, 밀가루 포대에 옷을 담아 보내거나 밀가루를 같이 포장해 배송하는 등 재미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곰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했다. 덕분에 이 후 화장품, 식품용기, 치약, 세제, 케이크 등 업종을 불문한 콜라보레이션으로 대한민국 유통업계를 뒤흔들었다.
협업은 평범한 스마트폰을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수집품으로 등극시키기도 한다. 얼마 전 SKT가 BMW와 협업해 선보인 갤럭시 S23 울트라 BMW M 에디션이 바로 그것. BMW 1세대 모델인 M3 E30을 오마주한 특별 다이캐스팅 패키지를 비롯해 폰케이스, 포토북과 포스터, 엠블럼 등을 제공해 희소성과 소장가치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BMW M의 엔진 음향이 담긴 부팅 영상, 전용 테마 디스플레이 등의 디테일로 자동차 마니아들의 니즈를 제대로 저격했다.
#확장
상상하는 대로,
예술 영역의 무한한 확장
협업의 재미는 기존의 틀을 깨는 의외성에 있을 것이다. ‘이건 이래야 한다’는 가치관이 ‘달라져도 괜찮구나, 오히려 더 좋구나’하는 환기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는 확장된다. 스타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영국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선보인 건축물은 이에 해당되는 흥미로운 사례다. 현대미술과 건축을 주로 전시하는 서펜타인 갤러리에서는 매년 한 명의 건축가를 초청해 파빌리온 디자인을 의뢰하는데, 피터 줌터는 조경 디자이너 피에 아우돌프와의 협업으로 정원이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 찬사를 받았다.
사방을 꽃과 풀로 채우고 건축은 단지 정원을 바라보기 위한 공간으로만 둠으로써 관람객들이 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건물의 부속품으로 여겨지던 정원을 오히려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건축과 조경을 완벽하게 결합한 것이다. 만약 꽃과 풀만 뒤덮인 공간이었더라면, 건축물만 덩그러니 놓였더라면, 그 압도적인 무드는 불가능했을 테다.
이처럼 예술 분야에서의 협업은 새로운 장르나 흐름을 만들기도 한다. 미술계에서는 미술과 첨단 기술이 결합한 키네틱 아트를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설치 미술가 최우람의 작품은 크고 작은 부품들이 움직임을 만들어내, 마치 조각과 기계 그 경계선 상에 있는 듯 보인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설계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터. 실제로 최우람 작가는 작품을 구상한 후 전자공학자, 로봇공학자, 음악가 등과 협업해 설계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로봇공학자와 협업해 만든 작품 <원탁>, <작은방주> 등이 화제를 모았는데, 작품 <원탁>의 경우 모션 캡처와 제어 프로그래밍 등 첨단 로봇 축구 기술이 적용됐다.
#시너지
조각과 공학이 만나 탄생한
자유의 여신상
19세기 최고의 기술적 성취 중 하나인 자유의 여신상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도 결국에는 협업에서 출발한다. 전체 높이 93m에 무게가 225t이나 되는 자유의 여신상이 서있는 곳은 뉴욕 항만. 게다가 자유의 여신상은 외형을 이루는 구리판 두께가 2.37mm에 불과해 제작 당시 대서양의 세찬 바람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관건이었다.
이에 에펠탑의 설계자로 유명한 구스타프 에펠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조각상 내부에 철골구조물을 세우는 것. 에펠은 당시 기술로는 다루기 쉽지 않았던 강철을 정교하게 연결해 내부 철제 골조를 만들었다. 속이 빈 강철 프레임 위에 프랑스 조각가인 프레데리크 오귀스트 바르톨디가 구성한 조각상을 구리판으로 만들어 덮어씌움으로써 현재의 자유의 여신상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자유의 여신상은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예술과 공학을 잇는 가교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처럼 협업은 단순히 더해지는 형태가 아니라 곱하기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작업이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며, 발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탁월한 넘버원이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바야흐로 다양성의 시대다. 유의미한 협업이 혁신으로 진화하는 미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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