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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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적극적 일·가정 양립제도 정착 필요해

[출처: 한국서부발전 웹진 서부공감 VOL. 121]

글. 오고운 노무사

 

정부,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저출생 기조에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일·가정 양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외국에서도 노동환경 개선이 출생률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확정했다. 공공기관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유는 첫째로 공공부문에서부터 솔선수범함으로써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전파하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육아휴직 등의 제도를 실제로 시행할 여력이 있어서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 인력을 구하는 등 여러 비용을 부담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아, 우선 여러 지원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제도개선방안에는 공공기관의 육아휴직 대체 인력 활용을 위한 인원 관리 유연화, 경영평가 항목 중 ‘일·가정 양립 노력’ 항목 독립 신설이 제시되었다. 그 외에도 육아 관련 인사제도 등을 지침에 명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우선 공공기관에서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을 채용해 직원 수가 정원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최대 5년까지는 초과 인원을 인정해 준다. 이전에는 3년간 인정했으나, 2년의 여유를 더 얹어준 것이다. 육아휴직자가 향후 5년간 정년퇴직자보다 많을 때에는 부분적으로 별도 정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육아휴직을 활발히 사용해야 하는데, 공공기관의 경우 정원 관리가 엄격하다 보니 육아휴직의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이를 개선한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경영평가 내용 중 ‘조직 및 인적자원관리’의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을 ‘일·가정 양립 노력’이라는 별도 지표로 신설하면서, 공시 항목을 7개에서 11개로 확대한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사용자 수 등을 확인하던 것에서 육아휴직자의 직장유지율 등도 추가하여,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후에도 고용이 지속되는지 등 실질적인 부분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을 경영평가 별도 지표로 신설한다는 것은 공공기관의 보상 등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육아휴직 등 제도 사용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공공기관 육아휴직자는 2019년 1만 7,435명에서 지난해 2만 4,489명으로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남성 육아휴직자는 2,564명에서 5,775명으로 125.2% 증가했다. 여기에 육아시간 특별휴가, 난임휴직 등 여러 인사제도를 지침에 명시한다는 계획이 순조롭게 실행된다면, 육아휴직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일·가정 양립 근무 형태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육아휴직의 경영상 이점

일·가정 양립 문화와 제도의 정착은 개인은 물론 기업에게도 경영상 이점을 가져다준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간한 「육아휴직 사용에 관한 연구」(곽은혜&김민희, 2023)에 따르면, 육아휴직제도가 잘 운영되는 기업은 유능한 여성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한 인적자원에 대한 손실을 줄이고 성별 다양성(Gender Diversity)도 확보하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또, 육아휴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기업의 여성은 미래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가 낮기 때문에 스스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이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동 연구에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사업체패널조사를 활용해 기업의 육아휴직제도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결과,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하고 실제 육아휴직 사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1인당 매출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체 인력 등이 기존 인력을 완전하게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 기업 생산성에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나, 육아휴직제도의 적극적 도입을 통해 우수한 여성 인력을 확보하고, 여성 인력이 적극적으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충분히 그 부정적 영향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

기업의 성과 외에 근로자 개개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여성은 일터에 남거나 가정에 남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여성에게 가정에 남으라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여성의 자아실현과 경제적 자립 등의 측면에서도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출생률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고, 그렇기에 일·가정 양립제도가 중요한 것이다.
육아휴직이 활용되지 않거나 육아가 오직 여성에게만 전담되어 여성만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경우, 여성은 직장에서 어쩔 수 없이 이탈하게 된다. 한번 경력 단절이 발생하면, 여성은 고용안정성이나 기타 근로조건이 더 낮은 일자리를 찾게 된다.
육아휴직은 자녀 출산으로 잠시 일자리를 이탈하더라도 여성이 같은 직장에 복귀하여 임금 하락 등 근로조건의 저하를 겪지 않게 해준다. 그러나 직장 복귀 이후 승진 상의 불이익 등 암묵적 불이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또 실제로 그런 불이익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출산이 나에게 이토록 큰 위험부담을 주는데 출산을 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확대와 육아휴직의 소득 대체율 증대가 중요하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활성화된 스웨덴은 전체 휴직자의 45%에 달한다(강수돌, 2020). 스웨덴의 2021년 합계출산율은 1.7명, 경제활동참가율 성별격차 4.3p%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0.8명, 경제활동참가율 성별격차 18.8p%를 보였다(허민숙, 2021).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단기적으로 가족의 건강과 행복감이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성평등 규범과 역할모델에도 긍정적 효과를 낳으며, 양육 초기에 아빠가 육아에 참여할 경우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면서 성 역할 분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강수돌, 2020). 특정 성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육아휴직 사용에 동참한다면 특정 성별에게 일이 아니라 가정에 집중했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여러 차별도 함께 시정될 수 있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은 소득대체율이라 한다. OECD의 ‘가족 데이터베이스(Family Databas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 급여로 받는 금액의 비율)은 한국이 44.6%였다. OECD의 육아휴직제도를 운영 중인 27개 회원국 중 17번째에 해당하는 소득대체율이다. 육아휴직의 소득대체율 자체는 통상임금의 80%로 정하고 있으나 상한선을 150만원으로 정하고 있기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스웨덴의 상한액은 월 1,030만원, 노르웨이는 월 704만원, 아이슬란드는 547만원으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정부는 6+6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다.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각각 첫 6개월에 한해 통상임금의 100%(지급상한액 최대 450만원)를 지급한다. 소득대체율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확대를 동시에 꾀한 것이다.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는 작년 대비 3.2%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지난해보다 1.8% 감소했지만, 남성은 15.7% 증가했다. 육아휴직자 3명 중 1명이 남성인 것이다.

 

기업 차원의 출산 장려정책

기업들의 적극적 육아휴직 장려정책도 눈에 띈다. 코스맥스의 경우, 2024년 8월부터 직원들에게 첫째 출생 시 1,000만원, 둘째 출생 시 2,000만원, 셋째 출생 시 3,000만원을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제도를 실시한다. 또, 자녀 출생과 함께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6개월 자동 육아휴직이 적용된다. 남성 직원에게도 배우자 출산휴가제도를 확대 시행해 법정 기본휴가 10일 외에 추가 10일까지 무급휴가를 부여한다. 이후 1개월간 ‘아빠 당연 육아휴직’이 적용된다.
육아도우미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맘편한세상도 8~11시 사이 시차출퇴근제, 1분 단위 휴가,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 지원, 돌봄비 지원, 출산휴가·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활용으로 적극적인 일·가정 양립 문화를 구축했다. 이에 2024년 고용노동부 ‘일·가정 양립 우수사례 수기 공모전’에서 기업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가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 기업 차원에서의 여러 제도 도입과 실행으로 가정 친화적인 일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의 차원에서도 육아 등 가정 내의 역할을 분담하고, 적극적으로 육아휴직 등을 사용하여 함께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단기적으로 가족의 건강과 행복감이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성평등 규범과
역할모델에도 긍정적 효과를 낳으며,
양육 초기에 아빠가 육아에 참여할 경우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면서
성 역할 분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강수돌, 2020).

특정 성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육아휴직 사용에 동참한다면
특정 성별에게 일이 아니라
가정에 집중했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여러 차별도 함께 시정될 수 있다.

 

 

[출처: 한국서부발전 웹진 서부공감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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