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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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파 세대와 ‘반포 자이’ 포토카드

[출처 : 한국프로스포츠 협회 매거진 - 프로스뷰 VOL.14]

요즘 맘카페에서는 ‘포카(포토 카드)’에 대한 질문 글이 자주 등장한다. 생일 선물을 장난감이 아닌 포토 카드를 받기 원하는 자녀들이 많아지자, 포토 카드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1995~2009년 사이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Alpha)세대’를 통칭하는 잘파(Zalpha)세대 사이에서 포토 카드는 인기가 많은 굿즈이다. 새로운 소비 주체인 잘파세대들의 최애 굿즈, 포토 카드라는 신세계를 알아보자.

글. 김민정
미디어 콘텐츠 큐레이터.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를 더 즐겁게 큐레이팅하고 기획하고 있다. 음악과 콘텐츠 산업 전문가를 위한 커뮤니티, TMI.FM에서 DJ 김치치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포카’,
포토 카드의 정체

형지엘리트의 엘리트학생복에서 잘파세대의 굿즈 소비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1,14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전체 응답자 중 94%가 굿즈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가장 선호하는 굿즈로 ‘포토북 및 포토 카드(51%)’를 꼽았다.

요즘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는 행위, 일명 ‘덕질’을 시작할 때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포토 카드를 구매하는 것이다. 포카라 불리는 포토 카드는 사진을 카드 크기로 종이나 두꺼운 플라스틱에 인쇄한 것을 말한다.

포토 카드는 2010년 이후 출시된 케이팝 아이돌 앨범의 구성품으로 시작됐다. 뮤직비디오 현장이나 앨범의 콘셉트 사진 촬영 현장에서 아이돌이 찍은 셀카나 스태프들이 찍어준 사진들을 카드 크기로 인화한 것이다. 포카는 과거 문방구에서 판매하던 스타들의 스티커, 브로마이드, 책받침 등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출시한 굿즈라는 점에서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2010년만 해도 포토 카드는 ‘필수템’의 개념은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포토 카드 붐이 일어났다. 오프라인 이벤트가 모두 제한된 상황에서 기획사는 수익을 앨범에서 찾았다. 온·오프라인에서 앨범 구매 시, 미공개 포토 카드를 증정하는 럭키드로우(사은품) 이벤트를 진행했다. 오프라인 이벤트의 부재를 느끼던 팬들에게 대체재를 제공한 것이다. 이때부터 포토 카드는 덕질 필수템이 되었다.

검색 사이트에서 ‘(아티스트 명) 포토카드’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페이지의 스크린샷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의 포토 카드 리스트. 앨범 속 포토 카드와 앨범 발매 기념 이벤트로 출시된 포토 카드이다. ©‘X’ @jmjbrainrot

 

‘반포 자이’ 포토 카드는 어떻게 생겼나

포토 카드는 구성품으로 들어있는 앨범을 구매하거나, 앨범 구매 시 증정되는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다. ‘트레이드 카드’라는 포토 카드만 들어있는 카드 팩을 판매하기도 하고, 공개방송이나 콘서트 등 오프라인 이벤트 참여 시 팬들에게 무료로 증정되기도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포토 카드를 얻을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포토 카드를 얻는 건 쉽지 않다. 증정 방식이 대부분 랜덤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팬들은 자신이 원하는 포토 카드를 얻고자 교환과 양도를 하기 시작했다. SNS 혹은 ‘당근’이나 ‘번개장터’와 같은 중고 시장 앱에서도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포토 카드 거래가 활발해지다 보니 ‘포카마켓’이라는 포토 카드 거래 전용 앱 또한 생겼다.

하지만 모든 포토 카드의 값은 동일하지 않다. 인기 많은 멤버의 포토 카드나 예쁘게 나온 포토 카드는 다른 포토 카드보다 훨씬 비싼 금액으로 거래된다. 특히 제한된 인원에게 주는 공개방송 포토 카드(약칭 ‘공방 포카’) 경우에는 더욱 비싸게 거래된다. 이때, 비싼 포토 카드 가격이 마치 ‘반포자이’, ‘한남더힐’과 같은 고급 아파트 한 채 값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반포자이 포카’, ’트리마제 포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유행됐다.

앱 ‘포카마켓’ 스크린샷

다양한 포토 카드와 포토 카드 홀더 ©김민정

 

잘파 세대가
포토 카드를 좋아하는 이유

잘파 세대는 자신의 ‘추구미’가 중요한 세대이다. 추구미는 목적을 이룰 때까지 뒤좇아 구한다는 뜻의 ‘추구’와 미(美)가 합쳐진 말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뜻한다. 자신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나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자신을 꾸미는 것이다. 추구미는 소비패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토 카드는 이런 자신만의 추구미를 보여줄 수 있다. 일명 탑꾸(탑로더 꾸미기)나 다양한 포토 카드 홀더를 이용해 자신만의 추구미를 담은 포토 카드를 만드는 것이다.

출처: KPR 인사이트 트리
분석기간: 2023.07.01.~2024.06.30.

포토 카드는 하나의 놀이문화가 된다. 쇼츠를 소비하고 제작하는 데 친근한 잘파 세대에게 재밌는 소스이기 때문이다. 포토 카드 거래가 성행하다 보니, 포토 카드를 포장하는 방식도 발전했다. 포토 카드가 망가지지 않게 OPP로 포장하는 기초적인 방법에서 탑로더 안에 넣어주고 공식 혹은 비공식 굿즈와 간식거리를 덤으로 넣어주는 성의 있는 포장 방법까지 등장했다. 이런 포장 과정이 콘텐츠가 되고, 포장 과정에서 발생한 소리는 듣기 좋은 ASMR이 되었다.

또한 학교에서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자신의 최애를 보여주는 쇼츠 콘텐츠도 유행했다. 동그랗게 서서 각자 자신의 최애의 포토 카드를 뒤집고 음악에 맞춰서 보여주는 영상이다. 이 콘텐츠는 참여자와 시청자 모두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쇼츠 참여자는 친구들끼리 케이팝을 같이 좋아하는 연대감을 가지게 하며, 시청자는 자신의 최애 포토 카드를 들고 있는 참여자를 보며 내적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잘파 세대와 프로스포츠 산업의 포토 카드

포토 카드는 아이돌에만 적용되는 굿즈가 아니다. 뮤지컬을 관람하면 배우의 포토 카드를 증정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 포토 카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3년 9월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스포츠 카드 브랜드인 ‘파니니’와 콜라보를 진행해 ‘K리그 파니니 트레이딩 카드’를 출시했다. 이후 ‘EPL 프리미어리그 파니니 카드’를 비롯해 ‘KOVO 프로배구 오피셜 컬렉션 카드’, ‘KBL 프로농구 오피셜 콜렉션 카드’, ‘KBO 프로야구 오피셜 콜렉션 카드’가 등장했다. 현재까지 총 7종의 스포츠카드 누적 판매량은 450만 팩에 달한다. 1분마다 10팩씩 판매된 셈이다.

파니니 포토 카드 외에도 프로스포츠 각 구단은 자체적으로 포토 카드를 출시하고, 경기장 안에 설치된 포토 카드 기계를 이용해 판매 중이다. 기계 도입 이후 남녀노소 불문 전 연령이 줄을 서서 포토 카드 구매를 기다린다.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서 포토 카드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기를 직접 관람(약칭 ‘직관’)한 기념으로 포토 카드를 구입하기도 한다.

프로스포츠 포토 카드는 최근 들어 프로스포츠에 점점 관심을 두는 잘파 세대들의 흥미를 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포토 카드를 소장함으로써 구단 팬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경기장 속에서 익숙한 굿즈를 이용한 또 다른 체험 놀이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토 카드는 팬들에게 친숙하고 허들이 낮은 팬들의 놀이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 직관했다는 인증사진에 필수로 등장하는 아이템이 되고,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는 즐거움도 동반하는 보조장치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K리그 파니니 트레이딩 카드 리테일 콜렉션 ©K리그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KBO 프로야구 콜렉션카드 ©세븐일레븐

포토 카드는 팬들에게 친숙하고 허들이 낮은
팬들의 놀이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

 

‘애정’을 기반으로 한 포토 카드의 미래

앞으로도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서 포토 카드는 필수 굿즈가 될 것이다. 보관도 용이하고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도 괜찮은, 단순한 재미 요소가 담긴 굿즈이기 때문이다. 공식 굿즈 가격도 대략 3,000~4,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에 속한다. 또한 포토 카드는 디지털이 보편화되고 아날로그 상품의 가치가 생긴 사회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굿즈이기도 하다.

하지만 포토 카드 판매에도 어두운 이면이 있다. 대부분의 포토 카드가 ‘랜덤’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사행성의 우려와 팬들의 피로도를 유발하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팬들의 수집욕을 이용해 지나치게 다양한 버전의 포토 카드와 한정판 포토 카드 출시는 팬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많은 종류의 포토 카드를 제작해 더 많은 앨범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지나친 상술에 대한 팬들의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팬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는, 일반 소비자보다는 조금 더 독특한 소비자이다. 팬들은 ‘애정’을 결정 기준으로 굿즈를 구매한다. 물론 시대 흐름에 따라 실용성, 가성비와 같은 부차적인 기준들도 생기지만, 결정적인 소비 기준은 애정이다.

애정이 기반인 팬덤 시장에서 보편적인 시장 원리를 따라가다 보면 팬들의 실망을 피해 갈 수 없다. 사진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애정과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팬들에게 포토 카드는 단순한 종이 굿즈가 아닌 애정과 의미가 담긴 굿즈이다. 어느 순간부터 제작자들은 형식적으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포토 카드를 제작하고 있다. 포토 카드에서 의미를 찾는 팬덤과 의미 없이 제작하는 제작자와 상충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팬덤 마케팅을 하는 제작자들은 포토 카드가 팬들의 애정과 의미를 유지하게 돕는 굿즈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원미디어와 함께 정식 출시한 KBL 오피셜 컬렉션 카드 ©KBL

 

 

[출처 : 한국프로스포츠 협회 매거진 - 프로스뷰 VOL.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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