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초록빛 머금은 길을 걷다, 전남 담양

초록빛 머금은 길을 걷다

전남 담양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을 듯한 초록 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랑 받는 대표적인 가로수 길인 메타세쿼이아길과 대숲의 정취가 가득한 죽녹원의 산책길이 바로 그곳이다.
초록 길을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시나브로 초록으로 물든다. 초록의 자연이 마음을 토닥토닥해주는 듯 평화로워진다. 담양은 느릿느릿 걷기에 참 좋은 곳이다.

글. 한율 사진. 정우철


걷고 또 걸어도 지치지 않는 메타세쿼이아길

담양에서 대나무 숲길 못지않게 초록빛을 내뿜는 곳이 메타세쿼이아길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해 몇 걸음 들어가니 금세 두 눈이 맑아지는 듯한 풍경과 마주한다. 녹음이 짙어지기 전, 가벼운 봄비가 내리는 메타세쿼이아길은 실로 산뜻한 느낌이다. 푸르름을 뽐내며 나무가 숲의 덩치를 부풀리는 여름에도, 잎이 물들어 낭만적인 정취를 풍기는 가을에도, 새하얀 눈꽃 터널로 꿈속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겨울에도 없는 것. 이 봄, 이 길에는 어린 잎들의 수줍은 속삭임이 있다. 연둣빛 잎사귀들이 돋아나 자라기 시작하는 메타세쿼이아길은 자연의 신비로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원래 이 길은 담양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였다. 이 길 옆으로 넓은 새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차가 다녔다. 2000년에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군민들의 보존운동으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후 2.1km 구간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흙길을 다져 메타세쿼이아 487그루가 자리한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길로 탄생했다. 곧게 쭉 뻗은 길과 메타세쿼이아의 가지런한 수형 덕분에 길 어디에 서 있어도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흙길만 걷는 게 단조롭게 느껴진다면, 길 옆의 아담한 연못을 둘러싸면서 난 길을 따라 걸어보자. 연못 쪽에서 길을 바라보면 메타세쿼이아의 멋들어진 조형미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 그림자가 가득한 연못, 그 속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새들, 땅을 비집고 나온 갖가지 야생화는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메타세쿼이아길 옆 연못에서 우중 놀이를 즐기는 청둥오리들이 정겹다.

담양의 봄은 땅을 뚫고 올라온 식물들로 온통 초록빛이다.

곧게 쭉 뻗은 흙길과 메타세쿼이아의 가지런한 수형이 조화를 이룬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어린이 프로방스를!

메타세쿼이아길에는 길만 있는 게 아니다. 길 좌우로 자연습지, 메타장승공원, 기후변화체험관, 어린이프로방스, 담양곤충박물관 등의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담양에서는 이곳을 ‘메타세쿼이아 랜드’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를 둔 가족이라면 어린이 프로방스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룡 조형물들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드넓은 초록 정원 위에 자리한 공룡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면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줄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어린이 프로방스에는 놀이터, 포토존, 풍차, 작은 연못 등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풍경을 연출한다.

 

어린이 프로방스는 아이들과 들러보면 좋을 곳이다. 아이들에게 공룡 조형물은 단연 인기만점이다.

하늘에 가 닿을 듯 곧게 뻗은 대나무가 푸르른 기운을 가득 품고 있다.

땅 속에서 돋아나는 어리고 연한 죽순이 죽녹원 봄의 생명력을 더한다.

 

대나무의 맑은 기운이 가득한 죽녹원

죽녹원은 대나무의 푸른 기운이 물씬 풍기는 대숲 정원이다. 정문의 돌계단을 오르면서 마주하는 대숲이 산책 전 잔뜩 기대를 불어넣는다. 산책로로 들어서기 전 죽녹원 초입에 자리한 봉황루에 들러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는 대숲을 멀찍이 떨어져 감상할 수 있다. 대숲의 운치 넘치는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다.

산책길로 들어서자 빽빽하게 들어선 대숲이 연이어 이어진다. 대숲 사이를 걸으면 운이 트인다는 ‘운수대통길’, 연인이 함께 걸으면 좋다는 ‘사랑이 변치 않는 길’, 깊은 생각에 빠지며 걸을 수 있는 ‘철학자의 길’과 ‘사색의 길’, 선비를 상상하며 걷는 ‘선비의 길’ 등 산책로는 총 여덟 개 코스로 꾸며져 있으며, 총 2.4km에 달한다.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으면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각 길마다 이정표가 있으니 길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기에는 엇비슷하지만 대나무 종류도 다양하다. 분을 바른 듯 표피가 희끗희끗한 분죽, 대나무 중 가장 굵다는 왕대, 마디가 살짝 볼록한 포대죽, 검은 빛깔의 오죽 등이 있으니 대나무의 특징을 살피면서 걷는다면 산책의 즐거움이 더해질 것이다. 봄철에는 땅속에서 돋아나는 어리고 연한 죽순까지 볼 수 있다.

죽녹원은 죽림욕으로도 유명하다. 대나무는 혈액을 맑게 하고 살균력이 높은 음이온을 방출하는데, 대나무와 물방울이 만나면 일반 숲보다 열 배가 많은 음이온이 나온다고. 그래서일까. 산책을 하는 동안 숲이 주는 청량함에 자꾸만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고요한 숲길을 걷는 호젓한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숲길을 걷는 즐거움에 푹 빠질 수 있는 죽녹원 산책길.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건강한 대통밥과 부드러운 떡갈비의 만남 : 옥빈관

죽녹원 인근에 위치한 옥빈관은 떡갈비 맛집으로 유명하다. 떡갈비는 한우와 돼지고기 두 종류가 있으며, 양은 110g과 220g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주문을 완료하면 새우장, 죽순무침, 버섯탕수육 등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먼저 차려진다. 뜨거운 대통과 떡갈비까지 나오면 푸짐한 한 상이 되는데, 떡갈비는 먹는 동안 식지 않도록 화로에 올려 내어준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대통밥. 조심스럽게 한지를 벗기니 대나무 향이 물씬 풍긴다. 대통은 생각보다 깊어 밥 양이 많다. 떡갈비는 고기를 곱게 다져 만들었기 때문에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옥빈관에서는 얇게 채 썬 감자를 소스에 올려 내주는데, 떡갈비와 함께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 밥을 다 먹고 남은 대통은 추억으로 가져올 수 있다.

 

 

 

[ 출처 : 국가보훈처 다시웃는 제대군인 5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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