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직할시에서 추억으로 대동단결
- 여행
- 2021. 4. 28.
대전직할시에서 추억으로 대동단결
누구에게나 추억은 있다. 그 시절, 그때의 장소와 물건은 우리의 추억을 극대화시켜준다. 빈집을 개조해 추억 가득한 물건으로 꾸며놓은 카페 ‘대동단결’은 박정훈 대표 개인에게도 특별한 공간이지만, 이곳을 찾은 손님들에게는 잊고 있던 추억을 꺼내준 고마운 곳이다. 물건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공간 한곳 한곳을 지날 때마다 그 시절 추억이 떠올라 머무는 내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글. 임혜경 / 사진. 정우철
공간의 혁신을 이루다, 카멜레존
카멜레존은 카멜레온(Chameleon)과 공간을 의미하는 존(Zone)을 합성한 말로,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롭게 변신한 것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카멜레존인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 ‘서울화력발전소’가 세계 최초로 발전 시설 지하화를 결정함에 따라 지상에는 시민공원이자 예술공간인 문화창작발전소가 조성되는 공간 혁신을 이뤄냈다.
대전이 한눈에 보이는 달동네의 추억
대전역이 있는 대전시 동구는 하루에도 많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번화가다. 다양한 사람이 오고가는 덕에 분주한 동네로 보이지만 대전역 뒤로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유는 바로 대전의 대동 달동네가 위치해 있기 때문.
대동은 도심 속 작은 마을이다. 지은 지 40~50년은 더 된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그야말로 요즘은 쉽게 볼 수 없는 곳. 반듯하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요즘의 길과는 다른 좁고 고불고불한 골목길이 이 마을의 느낌을 배가시켜준다.
1960~70년대 이곳은 집집마다 붙어있는 거리만큼 이웃의 세간살이는 물론이거니와 가정사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이 넘치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어려웠던 시대상을 대변하는 그때의 풍경이 남아있던 마을은 묵은 때를 버리고 탈바꿈해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2007년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추진위원회의 ‘소외지역 개선을 위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지역미술인 30여 명과 주민들이 함께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는 미술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이다. 2009년부터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문화1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달동네에 사람을 불러 모으다
아기자기한 벽화를 보며 좁은 골목길을 따라 대동 하늘공원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발길이 절로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복합문화공간 대동단결이다.
전체적인 외관은 일반 가정집인데, 독특한 인테리어에 끌려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할머니 혼자 사시던 집이었고, 10년 동안 빈집이었다. 박정훈 대표는 사무실로 쓸 공간을 찾던 중, 이집의 매력에 반했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대문과 기와, 안방, 마당, 뒷뜰은 그대로 살렸고 그 안에 추억이 담긴 여러 가지 물건을 채우기 시작했다.
디자인 사무실로 사용하려던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특이한 인테리어에 사람들은 자꾸 카페인줄 알고 찾아왔다. 이후 박 대표는 손님들에게도 이 공간을 맘껏 누리게 하고자 사무실뿐만 아니라 카페로 운영했는데 사무실은 최근에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대전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원래도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했는데, 1년 전 쯤 인기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더욱 인기가 올라갔다.
천국 같은 이곳에서 추억을 쌓다
메뉴판, 컵홀더, 주전부리 심지어 화장실 인테리어까지. 그야말로 추억으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뉴트로(Newtro)’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는데, 대동단결은 뉴트로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요즘에는 쓰지 않는 그 시절의 물건들이 공간마다 주인공처럼 자리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흔히 말하는 요즘 애들은 공간이 주는 독특함에 매력을 느끼고, 어른들은 추억에 매력을 느낀단다. 부모님과 함께 오는 손님들도 많은데 자식들의 성화에 못 이겨 왔다가 부모님들이 더욱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고. 실제로 박정훈 대표도 아버지를 추억하고자 아버지의 물건들로 공간을 꾸몄다.
대동단결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을 꼽아보라면 유느님과 조셉이 앉았다는 명당자리가 단연 최고로 꼽히겠지만, 그 자리와 견줄 수 있는 곳이 ‘빈티지방’이 아닐까. 할머니댁 아랫목에 누워 놀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벽에 기대고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카페에 비치된 <공정한 대전 동네 이야기>에서 박정훈 대표가 했던 말이 있다. “어머니께서 늘 이곳에서 일하실 때 천국에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세요. 천국으로의 출근길이라고요.” 천국이 따로 있을까. 대동단결을 찾은 이들에게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하는 이곳이야말로 천국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대동단결은 뉴트로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요즘에는 쓰지 않는 그 시절의 물건들이 공간마다 주인공처럼 자리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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