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녹이는 달콤한 목소리, 성시경
- 사람
- 2021. 7. 13.
마음을 녹이는 달콤한 목소리
성시경
깊고 풍부한 음색으로 우리에게 진한 발라드 감성을 전하는 가수 성시경이 8집 [ㅅ (시옷)]을 발표했다. 그의 “잘 자요~” 한 마디에 많은 이들이 행복했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른 노래는 명곡이 되었다. 매력적인 음색에 짙은 감성까지 갖춘 음색깡패, 가수 성시경이 특별한 변신을 했다. 그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신곡을 천천히 감상해본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MBC 라디오<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 제공. 에스케이재원
10년 만에 발표한 ‘성발라’의 정규앨범
흥미로웠다. 웃음이 나왔다. 성시경의 신곡 ‘I Love U’를 듣자마자, 더 정확하게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거였다. 2004년 가졌던 콘서트 이후 성시경은 ‘모다시경’으로 불리며 고통받았다. ‘모다시경’은 그때까지 그가 발표한 유일무이한 댄스곡이었던 ‘미소천사’의 2004년 라이브 버전을 의미한다.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인터넷에 ‘모다시경’이라고 치면 된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다시경’이 탄생한 이후 패러디가 쏟아졌다. 주변의 친한 동료들마저 합세해서 어떻게든 성시경을 놀리기에 바빴다. 대중은 웃음 지었고, 성시경은 점차 여기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때로 반격을 가했다. 여러분은 ‘희화화’를 당하는 사람이 결국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 뭐라고 생각하나. 하나밖에 없다. 마침내는 받아들이고, 그 희화화를 바탕으로 작품 하나 당당하게 써내는 거다. 그 작품이 얼마 전인 5월에 공개됐다. 성시경의 신곡 ‘I Love U’다.
가수 성시경만이 가능한 기막힌 변신
성시경이 춤을 춘다. 그것도 분홍색 정장을 입고 춤을 춘다. 기실 ‘I Love U’는 댄스곡이라 부르기엔 좀 민망한 수준이다. 춤이라기보다는 뭐랄까 ‘몸이 움직인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한데 기묘하다. 자꾸만 뮤직비디오를 틀게 된다. 왜 그럴까를 곱씹어 보다가 너무 당연한 결론이라 되려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이건 그냥, ‘좋은 곡’이었다는 거다. 즉, 잘 만들어진 곡에 춤이라고 정의하기엔 뭔가 부족한 몸짓을 더 해 화제성을 이끌어냈다고 보면 된다.
효과는 분명했다. 성시경의 데뷔작이 발표된 게 2001년이었다. 어느덧 그도 20년 차 중견인 셈이다. “빨리빨리”가 여전히 시대적 사명인 대한민국에서 20년이 지났음에도 차트에서 위력을 발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어려운 걸 성시경은 해냈다. 2021년 나온 그의 8집 [ㅅ (시옷)]은 발매되자마자 차트에 들면서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했다.
지금까지 성시경이 발표한 히트곡은 말 그대로 무진장이다. 그중 3곡만 꼽기엔 고충이 따랐음을 먼저 밝힌다. 신보에서 1곡, 예전 음악들에서 2곡씩 선정해봤다.
추천! 성시경의 바로 이 곡
마음을 담아 2021
[ㅅ (시옷)]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곡이다. 이미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도 틀었고, 소셜 미디어에도 이 곡이 젤 좋다고 글을 올렸던 바 있다. 찰랑이듯 연주되는 어쿠스틱 기타와 속삭이듯 노래하는 성시경의 가창, 여기에 핵심만 정확하게 짚어나가는 편곡이 만나 되풀이해 들어도 쉬이 질리지 않는 곡 하나를 길어냈다. 무엇보다 직접 작곡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따라서 ‘마음을 담아’는 노래 정말 잘하는 가수에서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로의 성장을 증명하는 곡이 된다.
Winter Wonderland 2014
갑자기 크리스마스에나 어울릴 곡을 꼽아 놀랄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빼어난 곡은 계절 따위 가리지 않는 법이니까. 이 곡, 나는 스튜디오 버전 아닌 라이브로 먼저 들었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성시경이 풀 밴드를 이끌고 출연했던 때였다. 놀랐다. 성시경이 노래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잘 하는 줄은 정말이지 예상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물론 스튜디오 버전도 흠잡을 구석이 없다. 하긴, 성시경의 목소리에 빅 밴드 재즈 연주라니, 이건 흥행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거리에서 2006
나에게 성시경이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해준 곡이다. 이 곡은 완벽한 발라드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한국의 발라드 중에 하나만 추천한다면 뭐로 하실 거 같아요?”라고 묻는다면 이 곡을 스윽 꺼낼지도 모를 정도다. 작곡, 작사 모두 윤종신이 했다. 그가 얼마나 탁월한 창작자인지를 다시금 증명해준 곡이기도 하다. 성시경의 가창은 뭐, 말할 필요도 없이 빼어나다. 참고로 이 노래, 좋다고 쉽게 덤비면 큰일난다. 멜로디의 굴곡, 그중에서도 후렴구의 난이도가 상당해서 제대로 소화하기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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