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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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판 바꾼 OTT 시대의 프로스포츠

미디어 판 바꾼
OTT 시대의 프로스포츠

글.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소장. KBS America 사장을 역임했으며,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 리더스포럼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넷플릭소노믹스–넷플릭스와 한국방송미디어> <한국 방송콘텐츠의 미래를 열다> 등이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OTT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OTT가 미디어의 판도를 바꾼 지금, OTT 세상에서 프로스포츠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 OTT와 프로스포츠 업계의 공생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미디어 시장의 파괴자, OTT

사피엔스가 13만 년 전 출현한 이래 끊임없이 진화했듯이 미디어도 인류와 동반하며 진화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의 진화를 24시간으로 본다면, 사피엔스가 지구를 장악하는 데 단지 3초 걸렸다고 했다.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영상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TV는 방송 시간에 맞춰 안방에서 시청하는 매체였다. 이어 비디오테이프와 DVD가 나오면서 시간적 제약이 파괴되었고,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공간적 제약도 허물어졌다. 이어 OTT의 등장으로 케이블TV, 위성 방송, IPTV 등 영상 콘텐츠를 보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셋톱박스의 비용적 제약도 무너졌다.

OTT란 Over The Top의 약자로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을 통해 TV 등 영상을 시청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OTT 시대를 활짝 연 서비스는 전 세계 2억 1천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다. 2007년 넷플릭스가 영화를 VOD로 서비스한 것이 성공하면서부터 OTT가 관심을 끌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 OTT가 미디어의 대세로 떠오른 이유는 이용자의 소비습관에 맞기 때문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탈레스 S. 테이셰이라 교수가 그의 저서 <디커플링>에서 ‘시장의 파괴를 일으키는 것은 고객’이라고 했듯, 영상 미디어 시장도 소비자 또는 이용자가 바꾼 것이다.

 

 

“2007년, 넷플릭스의 VOD 서비스 성공 이후 OTT는 시장의 관심을 끌게 됐다. OTT가 미디어의 대세로 떠오른 이유는 이용자의 소비습관에 맞기 때문이다.”

 

 

OTT, 대세가 된 이유

OTT가 이렇게 성장한 이유는 첫째,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점이다. 이용자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눈치를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둘째, 저렴한 비용이다. 미국의 케이블TV 월 가입비는 10만 원이 넘어간다. 그런데 OTT는 1만 원 전후의 금액이면 되고, 가족이나 친구, 심지어 전혀 모르는 사람과 공유하면 월 4,000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셋째, 원하는 콘텐츠만 시청할 수 있다. TV는 방송사가 보내주는 콘텐츠만 시청해야 하지만 OTT는 본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넷째, 이용이 편리하다. 개인이 시청한 이력을 통해 맞춤형으로 추천하기 때문에 선택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

넷플릭스의 폭발적 성장 이후 미디어 시장은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해 미디어 기업간의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디즈니는 폭스를 인수하여 디즈니+를 론칭하였고(2019.11), AT&T는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여 HBO Max(2020.5)를 출시했다가, 다시 분사시켜 디스커버리와 합병시켰다(2021.5). NBC유니버설도 도쿄올림픽을 통해 가입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피콕(2020.7)을 출시하였다. 이 외에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2006.9), 애플TV+(2019.11) 등의 구독형 모델과 부두(Vudu), 플루토TV(Pluto TV), 투비(Tubi) 등의 광고형 모델이 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의 압도적 우위(유료 가입자 2021년 3월 380만 명, 월 이용자 2021년 2월 1,001만 명) 속에서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쿠팡플레이 등이 각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1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전망>에서 전 세계 OTT 시장은 2020년 580억 달러에서 2025년 940억 달러로 62%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슈퍼볼·FIFA월드컵·분데스리가·F1 등 스포츠 관련 중계 부문에서 성장이 클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시장 규모는 올해 1조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 OTT 시장은 2020년 580억 달러에서 2025년 940억 달러로 62%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시장 규모는 올해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스포츠까지 품는 OTT

OTT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따라 지상파TV나 케이블TV의 시청자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광고 수입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는 지상파 방송사의 마지막 남은 영역이라고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OTT 업체가 스포츠 중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입자가 힘이고, 곧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신규 가입을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파라마운트+, 피콕 등에서 NFL이나 UEFA 챔피언스리그, US오픈 등의 경기를 중계할 때 신규 가입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피콕이다. NBC유니버설이 2020 도쿄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피콕으로 올림픽을 대거 중계하여 가입자를 증가시키려는 전략을 폈고,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피콕은 중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공과 나라(For Ball and Country)>, 다섯 명의 체조 선수가 주인공인 <골든(Golden)>,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축구 경기 금메달의 주인공들의 이야기 <96년 미국 여자 올림픽 축구팀 자매들>이 그것이다. 디즈니는 4년 만에 NFL에 돌아와 향후 10년간 매년 26~27억 달러에 NFL과 슈퍼볼 중계권을 확보하고, ESPN에서 2022년부터 <월요일 풋볼 리그>와 인터내셔널 시리즈를 독점 중계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테니스 ATP 투어, UFC 등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2020 도쿄올림픽 온라인 중계 독점권을 확보하려고 하다가 여론에 밀려 포기했지만, 남자 축구대표 월드컵 예선, 2021 코파 아메리카컵 등 스포츠 중계에 가장 적극적이다. 웨이브는 프로야구, 2019 WSBC 프리미어12, 남자 축구대표팀 평가전, 티빙은 유로2020, 독일 분데스리가, 시즌은 프로야구, 프로축구, 남자 축구대표팀 평가전, 아마존 프라임은 NFL,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한다.

지난해에는 아마존 자회사 트위치도 한국 프로야구를 한국 내에서 중계하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처럼 스포츠에 대한 OTT 서비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가입자가 힘이고,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OTT 시장. 가입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 - 스포츠 중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디어 시장 변화에 따른 미래

OTT 업체의 스포츠 중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수록 프로스포츠 업계에서는 흐뭇한 미소를 띨 것이다. 1998 남아공월드컵을 계기로 중계권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스포츠마케팅 업체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끼어들어 2002년부터 월드컵 중계권료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든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스포츠의 중계권도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포털로 분화되었고, 최근 OTT 업체의 성장에 따라 스포츠 중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중계권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잠’이라고 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하루 24시간, 동일한 것을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시간 여유도 많아지고,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에 대한 관성이 증가했기 때문에 인기만 있다면 프로스포츠는 충분히 성장하리라 본다. 프로스포츠가 OTT 시대에 성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스포츠가 재미있어야 할 뿐 아니라 재미있게 만들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스포츠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되어야 한다. 둘째, 선수들이 윤리성을 갖춰야 한다. 아무리 경기력이 좋다고 해도 도박이나 미투, 음주운전, 코로나19 불성실 신고 등은 스포츠 자체를 불신하게 만든다.

셋째, 새로움이 필요하다. 영화 <머니볼>에서처럼 데이터야구의 도입, 김하성 선수와 같은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출현, 타율 순위로 타선 배치 등의 새로움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새로움을 증대시키기 위해 OTT 서비스 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볼 만하다. 이용자 데이터를 OTT 서비스 업체로부터 받아 그 특성을 파악한다면, 경기 자체를 흥미롭도록 개선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계력이 중요하다. 김정운 교수는 <에디톨로지>에서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럽 축구 리그가 이처럼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많은 카메라를 활용하여 멋진 장면을 편집해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는 광고가 많이 붙고, 광고 단가가 비싸진다. 미국의 슈퍼볼을 생각해보자. 30초 광고 하나가 무려 550만 달러, 원화로는 6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올림픽 중계를 전담으로 제작하여 국제신호를 제공하는 OBS처럼 프로스포츠협회에서 중계단을 구성, 방송사나 OTT 서비스 업체에 제공하는 건 어떨까. 중계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제작 단가를 줄여, 시장의 변화에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영상 미디어 시장은 TV에서 OTT로의 힘의 이동이 지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또한 여가 시간의 증가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 역시 증대될 것이다. OTT 시대, 프로스포츠의 미래는 매우 밝다.

자료 :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미디어 이슈&트렌드(2020년 3월호)

 

“프로스포츠가 OTT 시대에 성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스포츠가 재미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재미있게 만들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PROSVIEW 여름호 웹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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