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캐나다와 로키 산맥을 구석구석 여행하는 법

캐나다와 로키 산맥을

구석구석 여행하는 법

글·사진.장용준(여행작가 겸 유튜버)

어릴 적 SUV를 타고 세계 일주를 떠나는 자동차 광고를 본 뒤 ‘로드 트립(Road Trip)’이라는 꿈이 생겼다. 그래서 캐나다로 이주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캐나다와 미국을 오로지 자차만으로 횡단한 여행이었다. 오랜 꿈과 캐나다라는 조합은 상상 그 이상을 연출했다.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면 로드 트립이 제격

서고 싶을 때 서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는 것은 로드 트립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단순히 관광지를 나열하는 여행이 아니라 길 위에서 보고 들은 것들, 만난 이들 모두가 여행의 일부가 된다. 캐나다는 로드 트립 초보자가 여행하기 좋은 나라다. 길이 비교적 단순하고 치안이 우수하며 유럽보다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자연 풍경과 그것을 즐길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캐나다를 여행할 때 로키 산맥(Rocky Mountain)은 빼놓을 수 없다. 북아메리카 서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총 4,800km 길이를 자랑하는 로키는 캐나다와 미국에 걸쳐 있는 북미 지역 최대 산맥이다. 그중 캐나다에 위치한 로키는 밴프(Banff)와 재스퍼(Jasper) 외에도 열 개가 넘는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필자는 로키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밴프 국립공원을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추천한다. 캐나다를 관통하는 1번 도로와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수많은 협곡과 그 사이를 흐르는 물, 그 물들이 모여 만드는 찬란한 빛깔의 호수, 거대한 빙하가 연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까지 놓칠 수 없이 빼어난 경관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밴프를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하는 방법은 역시 자동차 여행이다. 가이드북에 미처 담지 못한 밴프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자동차를 이용하면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다. 특히 밴프 국립공원 내에는 이정표가 잘 마련되어 있어 유명한 장소가 아니라 해도 헤맬 염려가 없다. 그저 보물 찾기 하듯 이정표를 따라 작지만 특색 있는 장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재미를 만끽하면 된다. 실제로 현지인들 역시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은 작은 호수들을 선호하는데, 현지 번호판이 달린 그들의 차를 따라가다 보면 뜻밖의 좋은 장소를 만날 확률이 높다.

 

밴프로 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우선 밴프로 가려면 캘거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물론 캐나다나 인접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면야 곧장 밴프로 달려갈 수 있겠지만 그 외 국가에서 접근할 때는 캘거리 공항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이동상 가장 편리하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캐나다로 갈 때 캘거리 직항 비행편이 없다. 밴쿠버나 토론토 또는 미국의 공항들을 경유해야 한다. 대개 밴쿠버 공항을 경유하고, 아예 여기서 하차해 차를 렌트한 후 밴프로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밴쿠버 공항에서 밴프까지는 약 11시간, 캘거리 공항에서는 약 1시간 반이 소요되므로 시간이 넉넉하고 예산이 적다면 밴쿠버에서 가는 편을, 반대의 경우라면 캘거리에서 가는 편을 추천한다.

토론토 공항에서 출발하면 거리는 가장 멀겠지만 캐나다의 광활한 평야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짧게는 50km, 길게는 200km마다 마을이 나오고 곳곳에 캠핑장이 있으므로 캠핑이나 차박으로 저렴하게 숙박을 해결할 수도 있다. 장거리 운전으로 텐트를 치기 피곤한 날에는 전형적인 북미 스타일의 모텔을 이용해보는 것 또한 좋은 경험이다.

필자가 밴프를 방문할 당시에는 몬트리올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때 밴프까지 약 4000km의 거리를 자동차로 이동했다. 캐나다에 비하면 대단히 작은 나라에서 온 필자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거리였지만, 차로 약 일주일을 달리며 대지의 규모를 오롯이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캐나다의 중부 지방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광할한 평야가 펼쳐졌다. 내비게이션이 “1200k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라고 말하곤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도 있었다.

어느 곳에서 출발하게 되든 기억해야 하는 점은 ‘1번 고속도로를 따라 여행한다’는 것이다. 1번 고속도로는 캐나다를 관통하는 제일 긴 고속도로이고 밴프로 통하게 되어 있다. 캘거리에서 1번 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서쪽으로 달리면 제일 먼저 로키 산맥의 입구인 작은 도시 캔모어를 만난다. 밴프에 버금가는 경치에, 저렴한 숙소와 겨울 스포츠 장소 등 관광 산업이 발달되어 있어 밴프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캔모어를 지나 조금 더 달리면 밴프 국립공원으로 입장하는 매표소가 보인다. 공원 입장료는 머무는 날짜만큼 계산되는데 하루 기준 $10.5이기 때문에 제스퍼 국립공원 등 근교의 국립공원에 총 7일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72.25짜리 연간 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밴프는 그야말로 광활하다. 제일 가까운 루이스 호수만 해도 왕복 거리가 100km가 넘는다. 밴프에 베이스 캠프를 차렸다면 밴프 타운과 설퍼산 일대, 그리고 근교의 호수를 둘러본 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따라 북쪽을 여행하는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에메랄드 빛 호수, 그 발자취를 찾다

밴프 국립공원은 한여름에도 빙하를 볼 수 있어 유명하다. 고위도 지방이나 높은 산에 강설량이 녹는 양보다 많아 1년 내내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두고 만년설이라 하는데, 이 만년설은 시간이 지나면 투명한 얼음으로 변하면서 빙하가 된다. 매년 이 지역에 내리는 평균 7m의 눈 중 일부는 빙하를 형성하고 또 다른 일부는 녹아 호수를 이룬다.

록키에는 약 300여 개의 호수가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유명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곡으로 더욱 주목받은 루이스 호수(Lake Louise)와 밴프 국립공원 내 최대 호수인 미네완카는 이미 국내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미네완카 호수는 인디언들에게 ‘죽은 자의 영혼이 만나는 곳’이라 불렸다. 더없이 맑고 영롱한 빛깔을 보고 있자면 인디언들이 왜 그렇게 불렀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웅장한 산세와 파란 하늘, 그리고 에메랄드 빛 호수가 어우러지는 광경 앞에서는 사뭇 겸허해지기까지 한다. 미네완카 호수에는 유람선이 운영되고 있어 호수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조금 더 깊숙한 곳까지도 감상해볼 수 있다.

호수의 유명세만큼이나 북적이는 가운데서 오롯한 감상이 어렵다면 투잭 호수(Two Jack Lake)를 추천한다. 미네완카와 이어진 이 작은 호수는 현지인들이 캠핑이나 피크닉을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캐나다인들은 마치 우리나라의 ‘한 달 살이’처럼 여름 휴가철이면 오두막 한 곳을 빌려 가족과 오랫동안 머무는 경우가 많다. 투잭 같은 작은 호수 주변에는 관광객보다는 이러한 가족 단위의 휴양객을 많이 볼 수 있다.

호수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음미했다면 이번에는 그 근원을 찾아 빙하 탐험을 떠날 차례이다. 밴프에서 90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제스퍼까지 이어지는 약 200km의 산악 관광도로는 컬럼비아 대빙원을 비롯한 여러 빙하가 지루할 틈 없이 펼쳐져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컬럼비아 대빙원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빙하를 체험할 수 있는데, 직접 트레킹하거나 사람만 한 바퀴가 달린 설상차를 타고 빙하의 중턱까지 오르는 투어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때 빙하가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체험 방식에 알맞은 안전장비를 필수로 챙겨야 한다. 유럽 여행자들 중에서는 미리 챙겨온 위스키에 빙하를 한 조각 넣어 마셔보기도 한다. 만년의 시간을 농축한 빙하와 40도에 달하는 위스키의 조화는 과연 어떤 맛일까?

 

 

즐겁고 안전한 로드 트립을 위해 출발 전 알아둬야 할 것

캐나다는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총 4간 30분의 시차가 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여행한다면 타임존을 지날 때마다 1시간씩 벌 것이고, 반대로 이동하면 시간을 잃으면서 여행하게 된다. 타임존을 지나면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핸드폰의 시계가 바뀌어 있다.

밤에는 고속도로라도 가로등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야간 운전이 익숙지 않다면 낮 시간대에 이동하는 편을 권한다. 부득이 해야 하는 경우라면 대형 트럭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

캐나다는 한국처럼 휴게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다.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마을을 만났다면 그곳이 휴게소다. 그마저도 주유소 안에 패스트푸드점 몇 개만 있는 게 대부분이다. 또한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비상약이나 식량, 물, 스페어 타이어 등 비상용품을 챙기는 것을 권한다. 겨울철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배터리 방전에도 주의하고, 차량의 윈터 타이어 장착 유무도 한 번 더 체크하자.

로키는 지대가 높아 여름이라도 아침, 저녁은 꽤 쌀쌀하다. 한여름에 방문하게 되더라도 캠핑을 한다면 동계용 침낭을 챙겨 가는 것이 좋고, 경량 패딩이나 바람막이는 필수다. 또한 밴프에는 야생동물이 많으므로 로드킬(Roadkill, 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일)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최대한 안전 속도를 유지하고 야생동물 주의 표시가 있는 곳에서는 언제라도 정지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만큼이나 체력을 적절히 안배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로드 트립의 진정한 핵심은 이동 시간 자체도 즐거운 여행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에만 집착하면 길 위에서 만나는 뛰어난 풍광을 놓치고, 운전이 노동처럼 느껴질 것이다. 효율적인 동선과 다소 여유로운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즐겁고 안전한 로드 트립의 첫걸음이다.

 

[출처 : TS한국교통안전공단 TS매거진 1+2월호 웹진]

댓글

웹진

뉴스레터

서울특별시청 경기연구원 세종학당재단 서울대학교 한국콘텐츠진흥원 도로교통공단 한전KPS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벤처투자 방위사업청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중부발전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지역난방공사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지방공기업평가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Designed by 경성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