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하고 보편적인 먹거리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안전망을 형성하다
- 컬럼
- 2022. 4. 8.
건전하고 보편적인 먹거리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안전망을 형성하다
윤시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 성과관리팀 전문연구원
Ⅰ. 들어가며
푸드뱅크(Food Bank)는 시식 가능한 식품(가공식품, 신선식품)이나 개인위생용품(세제, 휴지, 수건, 기저귀, 구강위생용품, 여성위생용품, 청소용품 등), 생활용품, 가정용품/ 의류잡화 등을 기부자가 무료로 푸드뱅크에 기부하면 푸드뱅크 운영자는 기부식품의 종류에 따라 이용자에게 무료로 배분해 주는 식품이 매개로 이루어지는 사회복지시스템 중 하나다.
Ⅱ. 사회안전망으로 푸드뱅크 성장
IMF 외환위기로 인한 사회안전망의 위협(특히, 결식)을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안전망의 하나로 민관협력의 형태인 푸드뱅크 사업이 시작되었다. 지난 20년간 푸드뱅크는 긴급지원대상자(1순위), 차상위 계층(생계·의료급여를 받지 아니하는 주거·교육급여 수급자를 포함, 2순위), 생계·의료급여 수급신청 탈락자와 생계·의료급여가 중지된 사람, 기타 기부식품 제공이 긴급히 필요한 저소득 재가 대상자 중 형편이 어려운 사람(3순위),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생계·의료급여 수급자, 4순위)와 더불어 정부 지원이 미흡한 무료급식소, 사회복지시설까지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민관협력의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으로 점차 확대되어 2021년 7월 현재 누적 기부금액은 1,075억 원에 이른다. 푸드뱅크 사업은 2020년 12월 기준 전국푸드뱅크 1개소, 광역푸드뱅크 17개소, 기초푸드뱅크 310개소, 기초푸드마켓 130개소의 총 458개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식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까지 포함한 나눔의 전달체계로 확대되었고, 주변 아시아(몽골 등) 국가들에까지 성공적인 제도정착의 결과를 전수하며 양적으로는 충분한 성공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Ⅲ. 새로운 위협과 사회안전망 푸드뱅크의 변화
누구도 예기치 못한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2020.03.11.)으로 새로운 사회안전망의 위협요인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한때 푸드뱅크 사업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전국의 푸드뱅크 사업장이 폐쇄됨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초푸드뱅크·푸드마켓과 서비스 이용자 모두 큰 혼란을 경험하였다, 또한 시장경제의 침체와 기부 사업장의 위기로 인한 기부감소로 푸드뱅크 사업의 주 수혜자인 취약계층은 사회적 양극화 심화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였다. 그리고 주로 대면사업을 했던 푸드뱅크, 푸드마켓의 한계까지 드러났다.
그 이후 제천시사회복지협의회의 제안으로 시작된 비대면 무인푸드뱅크 시범사업(2021.07)을 통하여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간의 대면 접촉을 중단 또는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 간 접촉을 최소화함으로써 감염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언택트 서비스(Untact Service)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ICT 관련 첨단 기술 및 자원이 사회복지 영역과 융·복합해 공존할 수 있는 ‘교집합’의 영역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더 광범위한 차원의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2016년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에 의해 처음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비즈니스 중심의 산업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한 휴먼서비스 영역, 즉 푸드뱅크 사업에도 접목된 것이기도 하다(이상우, 2021).1
Ⅳ. 푸드뱅크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 및 미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거의 2년이 되어가고 있는 현시점에도 여전히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심화되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에 따라 푸드뱅크 사업을 위탁 운영하는 전국푸드뱅크는 ‘비대면 무인 푸드뱅크’ 시범사업을 지난 2021년 7월 시작하였고, 푸드뱅크 사업의 온라인(언택트) 서비스화도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푸드뱅크 역할의 외형적인 개선이나 대응은 또 다른 위협이나 위기가 등장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접근 방법을 통해서 개선이나 보완이 될 것이고 제도의 양적 성장을 위한 새롭고 다양한 정책방안도 나타날 것이며 더불어 많은 연구들도 앞으로 수없이 시도될 것이다.
최근 먹거리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먹거리 정의(FOOD JUSTICE)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의 먹거리 체계가 지불 능력이 있는 소수의 계층만이 선택 가능하고 접근할 수 있는 ‘부정의’한 상태임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적극적인 개인과 전략적 접근을 통해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Gottlieb & Joshi, 2010).2
또한 선진국의 먹거리 정책들이 ‘푸드(food)’를 중심에 놓고 소비, 건강, 환경, 문화, 사회관계, 과학기술, 공중보건, 사회정의, 보건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로 끼니는 해결해주거나 배고픈 사람들 대상으로 밥을 먹여주는 문제가 아니라 친환경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정책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김흥주·이현진, 2013).3
새로운 사회안전망과 푸드뱅크의 역할과 미래를 전망하면서, 이제는 사회복지안전망에서의 먹거리 복지개념이 현재의 시혜나 구호차원의 공급자에 의한 타의(他意) 선택적, 선별적 제공이 아니라 이용자 중심의 자의(自意) 선택적, 건전한 보편적 먹거리 제공으로 패러다임 변화의 논의가 필요하다. 다시 한번 더 시혜나 구호가 아니라 건전하고 보편적 먹거리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푸드뱅크로 사업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이고 질적인 먹거리 복지 측면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없는지 찾아보았으면 한다. 이용자들에게 언제까지 ‘가공식품’을 주로 공급하고 먹게 할 것인가? ‘신선식품’을 좀 더 다양하게 편리하게 먹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원재료’가 아닌 ‘밀키트’ 형태로 신선식품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현재, 기부식품 등 제공 사업을 ‘식품 제조·유통 기업이나 개인에게서 여유식품 등을 기부받아 결식아동, 저소득 독거어르신 등 복지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회복지 물적자원 전달 체계로 우리 사회 결식 완화·해소에 기여하는 나눔제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신선식품 생산업체나 개인에게서 기부 받아 이를 전처리와 소분 포장하여 냉장 또는 냉동 보관 후, 식품 제조·유통 기업이나 개인에게서 기부 받은 여유식품 등을 결식아동, 저소득 독거어르신 등 복지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회복지 물적 자원 전달 체계로 우리 사회 결식 완화·해소에 기여하는 건전(健全)한 나눔제도’로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보완이 되는 것은 어떨까?4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식품의 처리·가공을 위한 기술 기부와 더불어 냉장·냉동제품의 안전성의 확보를 위한 기술적인 방법 개선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Ⅴ. 나가면서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유명한 셰프가 신선 식재료로 만든 ‘수제’ 버거를 먹으면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한다. 반면,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들은 주로 식품 제조·가공·유통 업체를 통해 배송된(냉장·냉동) 가공 식재료로 단순 조리된 패스트푸드 매장의 인스턴트 버거를 먹으면서 끼니 해결을 위한 식사를 하는데, 이를 지속해도 될지는 한 번쯤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이는 건전(健全)한 먹거리를 누릴 권한이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자의적 선택으로, 타의적 선택의 기반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20여 년을 우리들은 ‘끼니 해결’로 먹거리 복지(푸드뱅크)를 좀 더 고민하였다면, 정말 행복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제공 식품 등의 종류를 개선하거나 제공 방법의 다양화 방안을 찾아서 미래지향적인 먹거리 복지(푸드뱅크) 사업을 고민하고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의 시기가 언제가 좋을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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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 성과관리팀 전문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 성과관리팀 전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서울특별시 지방민간보조금심의위원회 민간심의위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개발과제(식품정책) 평가위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 푸드뱅크 민간자문 위원을 맡고 있다.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에서 경제학 박사를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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